▲ 김춘석 PEC코리아 대표

예전과 같이 목선배와 함께 새벽이슬 맞으며 집을 나와 인천으로 가는데 가좌를 지나 도화IC 쪽으로 접근하자 해무가 약간씩 보이더니 도화IC를 지나 언덕 밑에 이르자 드디어 전방시야가 20~30m에 불과하여 급히 속도를 줄이면서 인천항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연안부두에 도착해보니 바다에 해무가 잔뜩 끼어 있었고, 선상에 올라 소주를 마시고 잠이 들었다. 실컷 자고 나서 주변을 살펴보니 선실 밖이 훤하고 배의 엔진소리도 조용할 뿐만 아니라 주위에 사람들도 없어 벌써 포인트에 도착하여 다들 낚시하는가 싶어 급한 마음에 선실 밖으로 뛰쳐나가보니 웬걸? 아직까지 연안부두였다.

선장이 보이지 않아 기관장에게 사정을 물어보자 지휘통제소에서 안개주의보를 해제하지 않아 출항을 유보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것 참! 할 말이 없었다. 이러다가 결국 출항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로 해무를 쏘아 보았다.

7시 40분경 지휘통제소에 갔던 선장들이 하나 둘 힘없이 배로 들어왔다. 그랬다. 결국 출항은 취소되었고, 우리는 아쉽고 허전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가 일찍 돌아온 나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집에 돌아오니 긴장이 풀리고 괜히 피곤하여 온 종일 잠만 잤다.

3일 연휴가 시작되었으나 주룩주룩 장대비가 베란다 창문을 세차게 몰아치고 중랑천을 범람시켜 동부간선도로가 차단되는 등 내 발을 꽁꽁 묶었다. 낚시도 갈 수 없고 할 일도 마땅치 않아 책을 보고 있는데 오후에 목선배로부터 반가운 전화가 왔다. "내일 낚시 갈래?", "그런데, 배는 출조한답니까?", “연안부두에 알아보니 오늘도 나갔다 왔다고 한다.", "내일도 비가 온다고 하는데요?", "비가 오면 우비 입고 낚시하자!", "그러지요".

새벽 3시경 집을 나서는데 집사람이 말렸다. "장맛비에 집과 사람이 쓸려가는 판에 웬 낚시냐?" 핀잔을 들었지만 그래도 이틀을 집에 있었더니 몸도 뻑뻑하고 답답한데 바람도 쏘일 겸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중랑천이 범람하자 경찰은 동부간선도로의 통행을 금지하고 있었다. 첫발부터 꼬이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그렇다면 어디서 내부순환도로로 진입할 것인지 고민을 거듭하다 태릉입구에서 편법으로 일단 내부순환도로에 올라갔다. 그리고 순조롭게 성산대교를 넘어 서부간선도로로 진입하는데 성산대교 남단에서 경찰이 바리게이트를 치고 진입을 차단하였다.

이런, 여기서 어떻게 경인고속도로로 가야할지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웠다. 올림픽대로로 접어들었으나 통제하고 있어 할 수 없이 김포공항 방향으로 가다보니 목동사거리 팻말이 보였다. 좌회전하여 방향감각도 없이 무조건 직진하는데 반갑게도 늘 다니던 경인고속도로가 나타났다.

새시대호 가게에 들어서자 선장은 오늘 새시대호가 독선이라며 고래유선을 타라고 하였다. 고래유선은 연안부두를 출발하여 2시간을 달려 덕적도에 이르렀다. 이렇게 멀리 온 이유를 물어보자 선장은 엊그제부터 한강에서 민물이 너무 많이 내려와 바다물색이 흐리고 염분농도가 낮아져 가까운 곳에서는 물고기의 입질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오후 3시 반에 귀항을 하는데 오후 3시가 간조이므로 바닷물이 인천 쪽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한강에서 내려오는 물이 워낙 많아 오히려 썰물처럼 바닷물이 밀려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3자 우럭 1마리와 노래미 몇 마리를 잡아 집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도 험난하기는 마찬가지로 서부간선도로와 성산대교가 만나는 지점이 침수되어 일산으로 가다 자유로를 타고 성산에서 내부순환도로로 올라가 월릉IC로 빠져나와 하계동으로 귀가하였다

집에 오자 아내가 “장맛비에 고생은 하지 않았느냐? 막힌 길은 없느냐?”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아내는 뉴스에서 시시각각 전해주는 장마소식을 접하고 걱정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식사하면서 오늘 있었던 일들을 차분하게 이야기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