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석 PEC코리아 대표

지난 주말부터 물때가 좋아 아예 휴가를 내서 인천으로 3일 연속 출조하였다. 매일 인천으로 새벽 출근을 하다 보니 3일차가 되자 힘도 들고 몸도 지쳤으나 물때, 날씨 등이 너무 좋아 대물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낚시가게에 들려 선장하고 인사를 나누자 선장은 낚시를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도 연속 3일 낚시하기 어려운데 체력이 대단하다고 추켜세웠다. 나는 기필코 개우럭을 한 마리 잡을 때가지 계속 낚시할 것이라고 대꾸하고 나서 연안부두로 향하였다.

4시 반에 출항하여 7시경 반도골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어제와 달리 오늘은 바닷물색이 간장을 풀어 놓은 듯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이렇게 물이 흐리면 대물은커녕 잔챙이도 잡기 어려워 급속히 기대감이 떨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조류가 완만하고 물도 흐려서 통 입질이 없었고, 60m이상 수심 깊은 반도골 골짜기를 공략하다보니 힘만 들어 시큰둥하게 낚싯대를 들고 있는데 갑자기 깊은 물속에서 낚싯줄을 끌고 가는 느낌이 들어 휙 잡아채니 버둥거리는 느낌이 장난이 아니었다. 이건 대물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드디어 3일 만에 원하는 개우럭을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내 손으로 들기까지에는 아직 난관이 많이 남았다.

그 이유는 대물들은 힘이 좋아 버둥대면서 낚싯바늘에서 빠져 나올 위험이 있으며 또한, 목줄이 약하여 낚시물이 끊어질 수도 있고, 간혹 낚싯바늘이 부러질 수도 있다. 그리고 올라오면서 바다 속에 있는 그물이나 통발 줄과 다른 낚싯줄에 엉켜서 물고기가 떨어져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동릴 속도를 늦추고 조심스럽게 대물을 끌어 올리는데 60여m을 올라오면서 개우럭이 버둥거릴 때마다 전동릴이 힘에 부쳐 물고기를 단번에 끌어 올리지 못하고 잠시 멈추었다. 그러면 낚싯대를 위로 쳐들면 무게가 감소되어 다시 올라오기를 여러 번 반복한 끝에 드디어 기다리던 개우럭이 수면위로 수줍은 듯 살포시 고개를 내밀었다.

사실 낚시에 있어 극치의 손맛은 깊은 물속에서 대물을 걸었을 때부터 약 2~3분가량으로서 낚싯줄을 올리는 과정에서 묵직한 무게와 대물이 버둥대는 느낌을 말한다. 누구나 이런 짜릿한 손맛을 보기위해 낚시하고 있으며 바로 오늘, 내가 그 황홀한 손맛의 주인공이 되었다. 3일간 낚시를 하면서 소진된 체력이 개우럭 한 마리로 인해 모두 보충되었다.

선장이 선장실에서 카메라와 줄자로 들고 나와 개우럭의 길이를 재어보니 45㎝나 되었다. 개우럭을 들고 사진을 찍는데 내 얼굴에서 미소가 절로 피었다. 참 오랜만에 인천에서 개우럭을 잡았다. 기관장이 달려와 "본부장이 큰 물고기를 잡는 것을 처음 보네요."라고 하였다. 비록 잡은 마리 수는 적었으나 대물을 잡아서 그런지 마음이 편안하고 피곤도 싹 가셨다.

나는 개우럭을 잡았지만 아직도 욕심이 남아 내일 또 낚시하려고 선장에게 출조 여부를 물었더니 선장은 내일이 3물이지만 바다물색이 별로이고, 비가 온다는 소식도 있어 출조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배에서 내리면서 이번 주 즐거웠으며 추석 명절 잘 보내시고, 다음주말에 볼 것을 약속하면서 발길을 돌렸다.

인천에서도 가끔 대물이 나오고 있어 동호인 누구나 대물에 대한 꿈을 갖고 꾸준히 낚시하다보면 개우럭은 물론 빨래판광어를 잡을 수 있다. 추석이 지나면 낚시인들이 학수고대하는 천고어비의 계절이므로 물때 좋은 날에 출조한다면 대물로 아이스박스를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개우럭을 꺼내 보였더니 매우 놀라면서 자기와 놀아주지 않고 기를 쓰고 낚시 다니더니 드디어 원을 풀었다며 잔소린지 칭찬인지 모를 묘한 말을 하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회를 뜨고 나서 식사를 하면서 아내에게 오늘 개우럭 잡을 때의 짜릿함을 너스레를 떨며 장황하게 이야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