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완주 의원

국가연구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사업목적과 동떨어진 중소기업의 수출정보 컨트롤 타워를 자처하며 엉터리 용역을 발주했다가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용역에 참여한 일부 종사자들이 양심선언을 통해 국가정보기관의 ‘댓글부대’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사업추진과정의 철저한 진상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박완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천안을)은 5일 KTL로부터 제출받은 ‘글로벌 정보제공 종합시스템’을 검토한 결과 문제가 있다며 해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 의원에 따르면 시험평가 기관으로서 당초 설립목적이 무시된 사업에 8억 6350만원의 용역비가 투입됐다. 이를 위해 KTL은 지난해 7월 G미디어와 용역을 맺고 6개월간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10여명의 연구원이 참여해 개발한 중소기업 수출 융합컨텐츠는 고작 언론사 홈페이지와 세계 주요경제인 사진 등 누구에게나 공개된 자료에 불과했다.

상중하(上中下) 3권에 모두 2000쪽에 달하는 용역보고서 대부분은 중요 정보로는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웠다. 상(上)권은 대부분 세계 언론사 홈페이지 주소를 수록했다. 중(中권)은 세계 중요 경제인을 소개하는 내용이, 하(下권)은 미국 중앙정보 부인 CIA가 공개한 국가 펙트북(Fact Book) 정보분류 방법이 그대로 복사됐다.

G미디어는 KTL로부터 용역에 들어가기 전부터 특혜를 받았다. 용역업체로 결정 5개월 전인 지난해 2월 이미 KTL 별관에 약 80㎡(약 25평)크기의 사무실을 무상 제공받고 있었다.

당시 J본부장은 G미디어 대표와 이 사업을 협의하고 제안한 KTL의 간부로 원장에게 “국정원 출신들에게 부탁해 사업비를 받아오겠다”며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J본부장은 주변 동료에게도“국가정보원이 사업을 밀어준다”고 얘기했었다고 설명했다.

사업은 첫해 15억원, 2·3차년에 23억원씩 모두 61억원이 투자될 예정이지만 말썽을 빚으면서 모두 취소됐다. KTL의 직원들조차 황당한 사업이 일찍 밝혀져 그나마 다행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J본부장은 “당시 국정원출신 직원들에게 사업을 부탁하려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며 “국정원 출신을 영입하려 했지만, 2억원이 넘는 연봉과 사무실 환경 등을 제시해 이마저도 포기했었다”고 해명했다고 밝혔다.

J본부장은 사업과정에서 원장에게 경남 창원시 발령을 지시 받았지만 본사에는 지방근무를, 지방에는 서울 출장을 처리하고 부당하게 수당을 챙기다 징계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원장이 면직됐다. J본부장은 경고의 가벼운 징계에 그쳤다.

박 의원은 KTL과 G미디어의 황당한 용역이 사업에 참여한 최모(34)와 김모(35)씨가 퇴직해 사회에 폭로함으로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용역사무실내 (간부들)사용 용어나 하는 행동들이 국정원 댓글부대를 연상케 했다”며 “국가정보원의 여론조작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의심스럽다”고 전했다. 매주 토요일 사무실을 찾아오는 방문객 중 일부는 주변에서 국정원 직원임을 밝혔었으며, G미디어 책임자는 매일 외부의 누군가에게 사업을 정중히 보고했다는 것이다.

반면 용역계약 내용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연구원인 최씨와 김씨는 각각 월 420만원의 급여가 책정됐지만, 실제로는 120만원씩만 지급됐다. 일부 연구인력도 당초 계약과 달리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터넷 등 필수장비는 아예 갖춰지지도 않았다. 컴퓨터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에 매월 210만원씩 1470만원이 책정됐지만, 연구원들은 자신의 개인 노트북을 사용했다. 심지어 연구원에 인터넷 전용선조차 제공하지 않고는 민원실 라인을 연결해 겨우 사용했다. 직원들은 와이파이를 이용한 공유기인 ‘에그’를 이용했다.

박 의원은 “KTL의 용역발주 과정과 내용을 살피면 황당하다 못해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너무나도 허접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가 연구기관이 용역발주 내용과 형식을 모르지 않는 만큼 베일에 싸인 의혹의 뒷그림자를 벗겨내야 한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