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석 PEC코리아 대표

지난 주말, 물때가 너무 좋아 여러 동호인들이 낚시가기를 희망하였으나 성수기인 탓에 새시대호가 만선이라서 추가 인원에 대한 예약이 불가능하여 결국, 당초 예약된 친구와 둘이서 출조 하였다.

새벽 1시 30분, 인천으로 향하는데 동인천에 진입하자 안개가 자욱하였으나 인천으로 들어가면 좀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차를 몰았다. 그러나 내 희망과 달리 안개가 점점 더 짙어지고 있었고, 연안부두에 도착해보니 바다에도 해무가 잔뜩 끼어있어 시야가 30m에 불과하여 츨항 여부가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2시 30분경 배에 승선해보니 우리보다 먼저 온 이들이 주요 자리를 선점하고 있었으며 다행히 내가 늘 앉는 선수가 비어 있어 자리를 잡았고 친구는 선장실 우측 자리를 잡았다.

새벽 식사 후, 해무가 걷히기를 희망하면서 잠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눈을 뜨니 창문 밖은 이미 훤히 밝았음에도 불구하고 배가 꼼짝 않고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궁금하여 선장실로 달려가 확인한 결과, 안개주의보가 발표되어 언제 출항할지 알 수 없다고 하였다.

그것 참, 이러다가 지난번처럼 낚시도 못하고 귀가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면서 선실로 내려가 독서를 하였다. 책을 읽다보니 잠이 쏟아져 책을 내려놓고 비몽사몽 하는데 배가 우렁찬 엔진소리를 내며 출발하였다. 옳지 드디어 출항하는구나! 쾌재를 부르며 시계를 보니 평소보다 4시간이 지난 오전 8시를 넘고 있었다.

늦은 출항 탓으로 멀리 가지 못하고 한 시간여를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해상에는 해무가 너무 심해 사방을 구분할 수 없었고 대략 무의도와 자월도 사이인 것 같았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기에 신속하게 낚싯줄을 내렸다.

통상 해무가 많이 끼게 되면 선박 운행에 있어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선박 간의 충돌이나 암초 등에 좌초될 위험이 크고, 또한 해상에 햇빛이 비추지 않으므로 바닷물 속도 어두워 물고기들이 미끼를 볼 수 없어 대체적으로 조황이 저조한 편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낚싯에 집중하고 있는데 갑자지 손끝으로 강한 울림이 전해졌다. 바짝 긴장하며 입질을 가늠하다가 물었구나 하는 확신이 들자 낚싯대를 머리위로 획 들어 올리자 우럭이 버둥거리는 느낌이 손목을 타고 온몸으로 싸하게 퍼졌다. 신속하게 전동릴의 테크니컬 레버를 위쪽으로 살짝 젖히자 대물이 쿵쾅거리며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중량감이나 버둥거리는 느낌으로 볼 때 분명 대물이 틀림없었다. 30여m를 끌어올리고 수면을 내려다보니 실히 4자 이상 되는 개우럭이 눈에 들어왔다.  

인천바다에서 갈수록 개우럭을 잡는 일이 드물었다. 그 이유는 낚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낚싯배도 많이 늘어나서 어족 자원이 대폭 줄었고 대물 또한 보기 힘들어졌다. 최근 들어 1년에 4자 개우럭 한 두 마리를 잡을 뿐이었는데 오늘 개우럭을 잡을 수 있어 매우 기분이 좋았다.

친구는 모처럼 인천에서 개우럭을 잡았다고 축하하면서 회를 떠서 소주 한 잔하자고 농담처럼 말하였다. 이에 무슨 말씀이냐 그렇지 않아도 집사람이 물고기도 잘 않나오는데 매주 낚시 가냐고 핀잔을 주고 있어 집에 가져가서 자랑해야지 하며 정중하게 거절하였다.

비록 해무로 인해 시야가 좋지 않았으나 물때가 좋아 가는 곳마다 볼락 입질이 왕성하였고, 간간히 3자 우럭과 노래미들도 올라왔다. 나는 개우럭 1수, 3자 우럭 3수, 노래미 6수 등 총 10마리를 잡았고, 친구는 우럭 4수, 노래미 4수 등 총 8마리를 잡았다.

오후 7시경 집에 돌아왔더니 아내가 오늘도 꽝이지 하며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는 투였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쿨러를 열고 개우럭을 꺼내 들자 집사람이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회들 뜨고 소주 한 잔 하면서 오늘 있었던 일들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였더니 늘 하던 아내의 볼멘소리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