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수영 변호사

김씨는 이씨에게 2억 5,000만원을 빌려주었다. 김씨는 담보조로 이씨가 남양주시에 소유하고 있던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이씨는 김씨에게 제때 차용금을 갚지 못했다. 김씨는 이씨의 아파트를 경매에 넘겼다.

그런데 이씨는 경매 개시 두 달 전에 부천에 살던 최씨와 보증금 1600만원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이씨와 최씨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장소는 안산이었다.

한편 이씨의 아파트가 있는 곳의 전세시세는 1억원이었다. 이후 최씨는 소액보증금 임차인으로서 우선변제를 받았다. 김씨는 이씨가 돈을 빼돌리려고 거짓 임차인을 내세웠다며 최씨가 받은 우선변제금액에 대하여 반환을 요구하였다. 김씨의 주장은 타당할까.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10조에 의하면, 서울시와 광역시를 제외한 지역에 있는 주택을 빌린 임차인은 보증금 1500만원까지 우선변제 받을 수 있다. 사안의 경우가 그러하다. 문제는 아파트의 소유주인 이씨가 채무초과상태에서 최씨와 체결한 소액 임대차계약을 정상적인 계약으로 볼 수 있을 것인지 여부이다.

정상적인 계약의 일환으로 본다면 최씨의 우선변제액은 반환되어질 것은 아니다. 그러나 채무초과인 집주인이 가령 소액임차인과 서로 통모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 소액임차인이 받은 우선변제액만큼 채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것으로 평가될 소지가 많다.

원래대로라면 채권자가 받아가야 할 금원이 소액임차인의 외관을 한 임차인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계약인지 아니면 사해행위성 계약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당시 보증금 액수는 적정했는지, 소액임차인과 집주인의 관계, 계약시점, 계약장소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사안의 경우, 최씨는 임대인 이씨의 채무초과상태가 충분히 의심되는데도 당시 전세 시세인 1억여원보다 훨씬 저렴한 액수인 1600만원을 보증금으로 내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최우선변제권을 인정받는 지위를 얻었는데, 이는 관행을 벗어나는 비정상적인 거래로 볼 수 있다.

또한 부천에 살던 최씨가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이씨의 아파트에 대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점과 계약 체결장소가 경기도 안산이었던 사실도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최씨의 임대차계약은 김씨의 채권을 해치는 사해행위로 볼 여지가 많다고 하겠다. 대법원의 최근 판결도 같은 취지이다(대판 2015다2553판결).

02-531-80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