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석 PEC코리아 대표

어느날 오랜 친구가 주말에 인천으로 함께 출조하자고 하였다. 나는 물때가 썩 좋은 편이 아니라서 다른 날을 선택하라고 권유하였으나 이번 주말 출조하기로 형제들과 약속하였으므로 변경이 곤란하다고 하였다.

그래서 물때와 관계없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낚시하며 대화도 나눌 겸 출조하기로 결정하였다.

새벽 2시, 짐을 차에 싣고 운전석에 앉으니 보름동안 운전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운전대가 낯설게 보이고, 운전도 서툴러 조심스럽게 새벽길을 달려 인천에 도착하였다.

연안부두에 도착하여 낚시가게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는 사이, 친구와 그의 형제들이 도착하였다. 나와 친구는 지난 5월, 연안부두에서 백령도로 들어가려고 하였으나 해무로 인해 여객선이 운항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위도로 발길을 돌린 이후 약 5개월 만에 동반 출조라서 매우 반가웠고, 친구의 형님과 매제분도 정겨웠다.

선상에서 국수를 먹으면서 지난 일들을 이야기하다 선실에서 한잠을 자고, 6시 반에 일어나 낚시를 준비하였다. 첫 포인트인 암초에서 낚시를 드리우고 황홀한 일출을 바라보고 있는데 일순간 물고기가 낚싯바늘을 물고 늘어지는 느낌이 들어 휙 채서 낚싯줄을 감아올리자 물속에서 버티면서 지그재그로 올라오는 품새가 광어였다.

수심이 10m에 불과하여 순식간에 표범을 닮은 알록달록한 빨래판광어가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뜰채!"를 외칠 것인지 아니면 그냥 올릴 것인지를 고민하다 그냥 들어올리기로 결정하였다. 천천히 ‘하나, 둘, 셋’을 세고 "으라차차!"하는 기합과 함께 낚싯대를 바짝 들어 올렸다. 평생 바다에서 살던 광어가 하늘로 비상하면서 새하얀 뱃살에서 부서지는 물방울과 아침햇살이 어울려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선상에서 버둥거리는 광어를 재보니 58㎝이다. 제법 큰 놈인 것은 틀림없으나 뜰채까지 동원할 정도는 아니었다. 새벽부터 빨래판광어를 올렸으므로 물때와 관계없이 어복이 충만할 것 같았다. 오랜만에 친구도 만났으니 오전 10시쯤 출출할 무렵에 회 떠서 친구와 소주 한잔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광어를 낚은 후 한 시간 간격으로 광어가 올라왔다. 그러다보니 물고기를 잡는데 몰두하여 회 뜰 시간도 없어 생각과 달리 오전시간이 그렇게 후딱 지나갔다. 점심식사 시간에 잡은 물고기를 헤아려보니 5자 광어 3수, 4자 광어 1수, 2자 우럭 1수였다. 오늘 잘만하면 지난 7월 20일 광어 7마리의 기록을 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오후에 들어서면서 가을 땡볕이 내 등줄기를 땀으로 적셔 옷을 풀어헤치게 만들자 기록도 좋지만 오전에 먹을 만큼 충분히 잡았으므로 솔솔 부는 바닷바람과 함께 오수를 즐겼다. 오후 간조시간이 되자 선장은 비장의 포인트에 배를 대며 낚시하라는 신호를 보냈고, 우리들은 우럭채비를 경쟁하듯 바다 속으로 내려 보냈다. 봉돌이 바닥에 닫자마자 선장실 좌측부터 앞쪽으로 5명이 우럭 쌍걸이를 하였다. 

나는 배 흐름을 감안할 때 선수에 있는 나까지 온다는 보장이 없어 얼른 좌측 아래쪽으로 한발 내려가면서 우럭채비를 아래쪽으로 끌어내리자 아니나 다를까 툭툭하며 어신이 와서 올려보니 3자 우럭이었다.

그런 상황이 두어 번 이어지자 뒤쪽 동호인들도 우럭을 잡게 해 달라고 아우성쳤다. 그러자 선장은 배를 움직여 뒤쪽으로 포인트를 여러 번 댔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앞쪽처럼 우럭이 올라오지 않았다. 

낚시가 끝나서 물통을 확인해보니 지난번처럼 광어 7마리의 기록을 갱신하지 못했으나 그래도 광어 4수, 장대 3수, 우럭 2수로 충분하게 잡았다. 가을은 천고어비의 계절이라고 하였듯이 낚시인들의 영원한 꿈인 물반 고기반은 물론 대물을 잡을 수 있게 해 준다. 모처럼 친구와 함께 낚시할 수 있어 즐거웠고, 풍성한 조과를 거둘 수 있어 의미 있는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