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수영 변호사

A증권회사의 직원a는 통화선물에 관한 매수주문을 입력하면서 주문가격란에 0.80원을 입력하여야 함에도 ‘.’을 찍지 않아 80원을 입력하였다. 1계약당 80원에 15,000계약을 매수하겠다는 A증권회사의 매수주문 내역은 거래참가자들 모두에게 공개되었다.

위 통화선물종목의 경우 시장가격의 변동성이 적어 평소에는 전날 종가를 기준으로 0.1원 내지 0.3원의 변동이 있는데, A증권회사 직원의 매수주문 전말의 종가는 0.9원이었다. 한편, B회사의 직원 b는 1.1원에 332계약을 매도하겠다는 주문을 입력해두었다가, 거래화면에 나온 매수호가 80원을 클릭하여 주문가격을 80원으로, 주문수량을 300계약으로 하여 매도주문을 하고, 이후 주문가격과 주문수량을 고정하여 불과 몇 초 만에 추가로 28회의 매도주문을 하였다. 그동안 B회사의 직원 b는 위 거래가 있기 전까지는 하루 1,000계약 이상의 주문은 하지 않았으나, 위 거래 당일에는 10,000계약의 주문을 하였다. A증권회사는 B회사가 최초에 매매계약이 80원에 체결된 후에는 위 매수주문의 주문가격이 80원인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그것이 주문자의 착오로 인한 것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이를 이용하여 다른 매도자들보다 먼저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시가와의 차액을 얻을 목적으로 단시간 내에 여러 차례 매도주문을 냄으로써 위 거래를 성립시켰으므로, 착오를 이유로 이를 취소한다고 통보하였다.

A증권회사의 주장은 타당한가.
민법 제109조 제1항에 의하면,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고, 다만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 위 사안의 경우 A증권회사가 표의자에 해당한다.

대법원에 의하면, 이러한 민법 제109조의 법리는 그 적용을 배제하는 취지의 별도의 규정이 있거나 당사자의 합의로 그 적용을 배제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모든 사법(私法)상의 의사표시에 적용된다고 본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 판결). 따라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거래소가 개설한 금융투자상품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증권이나 파생상품 거래의 경우, 그 거래의 안전과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거래소의 업무규정에서 민법 제109조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제한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거래에 대하여 민법 제109조가 적용되고, 거래의 안전과 상대방의 신뢰에 대한 보호도 민법 제109조의 적용을 통해 도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착오가 표의자인 A증권회사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 상대방인 B회사가 A증권회사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그 착오가 표의자인 A증권회사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A증권회사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사안의 경우, B회사가 최초에 매매계약이 80원에 체결된 후에는 A증권회사의 위 매수주문가격이 80원인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그것이 주문자의 착오로 인한 것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A증권회사는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A증권회사의 주장은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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