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석 코리아PEC 대표

직장 낚시인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올해 오뉴월 주말마다 물때가 시원치 않아 물때 좋은 주중에 휴가를 내고 낚시하였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늘 마음뿐이었고, 자연적으로 순환되는 물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서둘러 새벽 공기를 쏜살같이 가르며 인천으로 달려갔다. 물때가 좋다보니 나보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았고, 내 자리가 비어있는지 궁금해졌다. 잠시도 머뭇거릴 여유가 없어 선착장으로 내려가면서 공영주차장을 쳐다보니 새벽 3시전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초만원이었다.
여기저기 동호인들이 술 한 잔씩 나누면서 오늘은 반드시 개우럭을 잡겠다면서 큰소리치고, 어떤 이는 얼음집 앞에 줄을 서고, 또한 어떤 이는 아이스박스와 무거운 낚시가방을 메거나 끌면서도 사뿐사뿐 걸어가는 모습들이 마치 잔칫집에 온 것과 같은 즐거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식사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6시경 일어나 선실 밖으로 나오니 안개가 자욱하여 시계가 10m에 불과하였다.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가운데 낚시가 시작되었고, 포인트를 두 번 옮기고 나서 본격적으로 우럭들이 올라오는데 선수에서 시작하여 선미까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시간이 흘러 간조가 되어 노래미채비로 교체하여 낚시를 시작하자 노래미가 5분 간격으로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노래미 입질이 촐랑대고 올라오면서 계속 버둥거리므로 잡는 재미가 아주 좋다. 10시가 넘자 조류가 빨라지면서 노래미낚시도 끝이 나고 깊은 바다로 나갔다. 

풍도 근처 수심 50m되는 곳에서 흘림낚시를 하는데 여기저기서 가끔씩 3자, 4자 우럭들이 올라왔다. 11시를 넘자 배도 고프고 입질도 없어 지루하던 차에 ‘휙!’하는 느낌이 들어 살짝 채보니 묵직한 놈이 낚싯바늘을 물고 늘어졌다. 직감적으로 대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전동릴 테크니컬 레버를 위로 살짝 젖혔으나 꼼짝하지 않아 강도를 더 높이자 살살 따라 올라오기 시작했다.

묵직하다가도 어느 순간에 가볍게 감기고, 그러다가 전동릴이 멈추기를 반복하면서 50m를 끌어올리는데 그 환상적인 손맛이야 말로 낚시하는 이유이다.

5m, 3m, 1m 드디어 수면아래 하얀 뱃살을 드러내며 빨래판광어가 여유롭게 유영하고 있었다. 제법 크다! 바짝 들어 올려야 하지만 다른 낚싯줄과 엉켜 있어 광어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선장에게 뜰채를 요청하였더니 상황을 파악하고 나서 옆 사람에게 줄을 늦추라고 하고, 나에게는 바짝 올리라고 하였다. 그렇구나! 그런 방법도 있구나. 배낚시를 그렇게 다녔어도 아직도 배울 것이 많았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하나, 둘, 셋을 세고 "으라차차!"하는 구령과 함께 낚싯대를 바짝 쳐들자 광어가 하얀 뱃살을 뽐내며 하늘을 날아올라 사뿐히 선상위로 떨어졌다. 어림잡아 6자정도 될 것 같아 줄자로 재보니 딱 60㎝이다. 물론 전에도 6자 광어를 잡은 적이 있지만 올해 처음 잡은 놈이라 그런지 더욱 커 보였다.

참고로 사리를 전후하여 물때가 나쁘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인천의 경우 밀물과 썰물차이간의 차이(조차)가 최소 2m에서 최대 10m까지 이르는데 조차가 가장 큰 시기를 백중사리라고 한다. 하루에 두 번씩 6시간 간격으로 바닷물의 높이가 10m씩 빠지고 들어오려면 조류가 얼마나 빠른지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백중사리라고 해도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시점에는 조류가 약해지므로 노래미나 광어 등을 잡을 수 있고, 또한 섬 주변 등 조류가 약한 곳에서 낚시하며, 조금 때보다 다소 조과가 적을 수 있으나 대물을 기대하면서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