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남 국회의원

안전사고 예방 위해 컨트롤타워 세우고 역할과 책임 분명하게 해야
전기요금 현실화 필요… “원가이하 전기요금은 또다른 특혜에 불과”

“의정활동 기본 바탕은 현장”… ‘에너지경제 비전 찾아서’ 전국 순회도
원자력발전 폐로기술 및 인력양성 위한 국가 차원 결단과 지원 절실
협동조합 주목… 중소기업계 앞장서 협동하고 조직하는 성공모델 필요


-먼저 그동안의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활동 소감 및 향후 계획은.

▲의정활동을 시작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 지났다. 물론 초선이자 소수정당 의원으로서 한계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보람있는 성과도 있었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탈핵과 갑을 관계 문제에 집중했다. 원전비리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려서 원전의 존재와 안전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을 환기시키고 ‘탈핵’에 대한 공감대를 넓혔다고 생각한다. 또한 남양유업, 아모레퍼시픽 등 다양한 갑을관계 문제를 발굴해 을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

하반기 국회에도 계속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활동하고자 한다. 하반기 역시 에너지와 중소상공인 이슈에 집중할 것이다. 아울러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바람에 부응해 광폭(廣幅)의 활동을 펼칠 것이다. 무엇보다 탈핵과 경제민주화 등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활동을 펼치고자 한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서 국가적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주변 생활의 안전부터 관피아와 같은 공직사회 부조리의 혁파와 같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요즘 국가적으로 안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최근 들어 우리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안전사고 및 재해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의식의 부재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산업부문에서 사고 발생시 사고의 대형화는 물론 인명과 재산피해가 막심하다. 산업부문의 안전사고로는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안전사고부터 원전과 같은 기간시설의 사고까지 예상할 수 있다. 특히 2012년 구리 불산사고, 2013년 여수 대림산업 화재 사고와 같이 주요 산업단지에서 끊임없는 중대사고가 벌어지고 있다.

산업부문에서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기본부터 철저히 점검하고 안전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되는 원인에 대해서는 뿌리까지 뽑아내야만 한다. 저는 여수 대림산업 사고 후 논란이 되었던 산업안전 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해 현 시스템의 미비점을 보완하고자 산업단지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산업의 대규모 사고를 예방하고 신속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책임주체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명확하게 하고, 산단 사고의 예방 및 대응과 관련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며, 산단공이 입주업체에게 안전과 관련된 필요한 지도와 훈련을 관련 행정기관과 협조해 실시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산업안전의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그 역할과 책임을 분명하게 하자는 것이다.

또하나 덧붙인다면 오랫동안 산업분야에서 도사리고 있는 ‘정(政)-경(經)-관(官)’의 고질적 유착관계를 끊고 부적절한 관행을 타파하는 것이 시급하다. 일명 ‘관피아’라고 하는 유착 관계가 전체 산업계의 부실과 부패의 싹이 되고 있다. 이를 뿌리뽑기 위해 저는 공직자윤리법을 강화 개정해 원천적인 부정 차단과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고자 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의 바람직한 정책 및 발전방안 견해는.

▲우리나라 1인당 전기사용량은 세계 5위, 에너지 소비 세계 10위, 석유 소비 세계 7위인 에너지다소비 국가이다(2011년 기준). 이는 에너지다소비 중심의 산업구조와 원가보다 싼 전기요금 때문이다. 이런 전력다소비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원전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그러나 이는 결코 지속가능한 구조가 아님이 확인되고 있다. 이에 정부도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전력 효율화 중심의 수요관리형 정책으로 방향 전환을 내세운 바 있다.

에너지는 한 사회를 유지 발전시켜나가는 원동력인 만큼 무엇보다 ‘지속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확인했듯이 원전은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절대 아니다. 가동 이후 나오는 핵폐기물 또한 미래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지울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 특히 전력부문의 다소비구조부터 개선해 나가야 하며 우선적으로 전력요금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하다. 산업계에서는 경쟁력 약화로 전기요금 현실화를 반대하고 있지만 전기요금이 제조업의 생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4% 수준이란 점에서 조금 과한 반응이 아닌가 싶다. 원가이하의 전기요금은 또다른 특혜에 불과하며, 특혜로 인한 경쟁력으로는 기업의 자생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일례로 우리와 에너지소비구조가 비슷한 일본의 경험에서 배울 것이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수요관리를 통해 원전 10기에 해당하는 1000만kW의 전력수요를 줄였다. 또한 2800만kW의 재생가능 에너지 설비가 이미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또한 원전일변도의 정책을 벗어나 일정비율의 자가발전과 에너지효율향상 의무화(EERS) 제도 도입, 발전차액지원제도(FIT) 재도입 등을 통해 우리 스스로 에너지를 관리할 수 있고 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향후 원자력산업에 대한 전망 및 방향에 대해 한말씀.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현재 박근혜 정부는 원전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는 원전을 줄이고, 설계기준 강화 등 안전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규모 원전비리를 겪고 또 여전히 진행중임에도 발전용량을 늘리고 추가 원전건설과 원전수출에 목을 메고 있다.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국제 원전산업은 신규원전보다 폐로시장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435기 원전 가운데 70%에 달하는 300여기가 2030년 수명이 끝난다. 이는 앞으로 매년 약 20~30조원 이상의 신규 원전폐로 시장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상업용 원전을 해체한 경험이 없어 폐로관련 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시장 선점 차원에서 원전 폐로기술과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결단과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폐로에 앞서 이미 원전에 의존되어 버린 지역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원전 주변지역 지원법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에 저는 19대 국회의 중점과제로 원전폐로절차법과 폐로주변지역지원법의 제정안을 제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바람직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한 정책 방향에 대해.

▲제가 지향하는 우리 사회의 에너지 정책방향은 ‘지속가능한 지역분산형 에너지 정책’이며, 이를 위해 핵에너지 일변도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지속가능한 지역분산형 에너지 체계’는 첫째, 지자체 및 지역사회가 참여해 자발적으로 지역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둘째, 다양한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에너지자립이 이루어져야 하며 셋째, 생산과 소비의 일치가 이루어지는 환경친화적 재생에너지 전력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정책방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낮게 설정된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상향조정해야 한다.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원의 비중을 여건을 고려해 적정하게 운영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기술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관련 법 제·개정은 물론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고 점차 증액해야 한다. 참고로 신재생에너지 정부예산이 지난 2011년 1조 35억원에서 매년 감액돼 2014년에는 약 8000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리고 현행 신재생에너지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앞서 언급해지만 폐지된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부활시키는 등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확대하기 위한 과감한 정책 결정과 지원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방향 및 복안에 대해.

▲지난 20여년 동안 정부는 부품·소재·첨단장비 중소기업 육성을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현실은 그다지 변한 것이 없다고 본다. 정부정책이 큰 물길은 틀지 않고 작은 물길만 건드리는 형국이라 실패만 반복됐다. 특히 단기적 재정지원은 업계 입장에서는 단비와 같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는 없다.

소위 ‘강소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합한 시장을 창출하고 사회는 양질의 인력과 기술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대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공정한 시장질서라는 세박자가 갖추어져야 하나 모두가 부족한 현실이다.

우선 R&D와 관련해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현란한 케치프레이즈를 내걸어 왔지만 실제 성과가 남은 건 많지 않다. 중요한 건 기초과학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바닥이 다져지고 성과가 전파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산업과 같이 새로운 시장 창출에 있어서 지속적인 정부정책의 역할이 중요한데 그만큼의 정책 결정력이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도 대기업의 기술탈취와 인력 빼가기 같은 나쁜 관행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이미 현대 산업구조는 포드주의를 넘어 네트워크 경제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에서는 무엇보다 경제주체 간의 협동과 신뢰가 중요하다. 한때는 벤쳐를 중심으로한 실리콘벨리 모델이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협동조합을 바탕으로한 이태리 볼로냐 모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계가 앞서서 협동하고 조직하는 성공모델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의정활동을 펼쳐오며 보람된 일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제 의정활동의 가장 기본 바탕은 ‘현장’이다. 직접 현장을 보지않고 법이나 제도를 논하는 것만큼 탁상공론이 없을 것이다. 이에 지난 2013년 1월부터 ‘에너지경제 비전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수차례 에너지 산업 현장을 둘러보는 기회를 가졌다. 강원도 도계광업소부터 화력발전, 지역난방공사, 원전 등 에너지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해당 지역주민들을 만났다. 또 태양광, 풍력 등 새로운 재생에너지를 개발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현장도 확인했다. 제가 에너지 문제에 대해서 ‘지속가능’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미래지향적 에너지 전환을 제안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제가 원전 안전에 대해서도 보다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도 올 초 일본 의회의 원전제로회의 초청으로 국회의원으로서는 처음 후쿠시마 원전사고 현장에 직접 다녀온 게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중소상인 문제에 대해서도 직접 골목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확인하고자 올 초 인천, 광주, 전북, 대구 등 전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민생투어’를 진행했다. 수많은 골목 상인들과 지역 주민들을 만나면서 갑을 문제라는 ‘이슈’를 넘어서서 실질적인 경제민주화의 ‘대안’을 고민하는 시작이 됐다.

지난 2년 동안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고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물론 아직 발걸음이 닿지 않은 곳도 많다. 제가 미처 알지 못하는 현장의 어려움이 있다면 언제든지 알려주시기 바란다. 바로 뛰어가도록 하겠다.

-산업계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 곳곳의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안전은 예방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철저한 사전 준비와 반복적인 훈련, 작은 불씨 하나 놓치지 않는 관심이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산업계는 국가 경제의 기반이자 대다수 국민의 일터로서 작은 사고라고 하더라도 항상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돈보다 생명’이라는, 어찌보면 매우 당연한 이 말 한마디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오로지 성장만을 목표로 달려왔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내 가정, 내 일터의 안전과 행복을 지킬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회’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예를 들어 원전위주 전력정책을 합리적 수요관리와 신재생에너지까지 포괄하는 미래 에너지정책으로 전환하는 것도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방법이다. 우리가 함께 행복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뤄가는데 전기공업신문 독자들께서도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저도 맨 앞에 서서 열심히 뛰겠다. 꼭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