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남 의원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완화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FTA 관련 조항과의 관계 점검 등이 이뤄지지 않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제남 의원(정의당)은 최근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검토한 결과 정부는 규제완화를 추진하며 FTA 역진(逆進)방지 조항과 관련된 어떠한 연구용역도 실시하지 않았으며 국무조정실 내 혹은 부처 간 어떠한 확인 시스템도 가동하고 있지 않고 있음은 물론 그동안 추진된 규제완화가 FTA 역진방지가 적용되는지 여부조차 파악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한국은 이미 미국, EU를 포함한 48개 국가와 FTA를 체결한 바 있으며 이중 다수의 FTA는 우리가 한번 규제완화를 실시하면 다시는 규제를 강화하지 못하는 규정인 역진방지(후퇴불가)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다수의 FTA가 강력한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규제를 강화하거나 강한 행정적 처분을 내리는 경우 자칫 외국인 투자자에게 제소돼 막대한 변상금을 물어야 하는 위험에 처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규제완화를 추진할 경우 이러한 결과를 예방하기 위해 이중 삼중의 확인 장치를 두는 것은 필수적이다. 법적 문제는 서로 얽히고 설켜있어 잘못된 규제완화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한 건도 실시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문제를 파악·조정·해결하기 위한 체계를 전혀 갖추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국무조정실이 대외경제장관회의 및 통상추진위원회와 같은 ‘통상조약’과 관련된 회의체를 통해 ‘국내’ 규제완화 문제를 확인·조정·해결한다고 하는 등 정부내 체계가 전혀 수립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특히 정부가 그동안 완화된 규제 중에 FTA의 역진금지 조항이 적용되는 지에 대해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리 높였다. 김 의원이 자료요청을 하자 그때부터 관련 부처에 적용여부에 대한 파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국무조정실이 현재까지 파악하고 있는 내용은 단 한건으로 외국간행물 수입추천제 폐지가 FTA 역진금지조항의 적용을 받는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그러나 이미 국토교통부 차관이 철도 민영화와 관련해 "민간매각 금지를 법률로 금지하는 것은 한미FTA 체결조항에 저촉될 수 있고 개방의 범위를 후퇴시키는 입법도 역진방지조항에 위반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어 정부내 FTA와 관련한 규제완화 점검 체계가 전혀 없는 것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완화가 ‘묻지마’ 규제완화인 것이 확인됐다”면서 “규제완화는 결코 TV 끝장토론과 같은 정치 이벤트로 졸속적이고 급하게 추진할 문제가 아니라 치밀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FTA 시대에 규제완화는 속도와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교함과 질을 담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과속 규제완화’로 인해 교육, 의료 등 공공성이 훼손되고 미래세대에게 치명적 후과를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시급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