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훈 의원

중소기업청에서 성장의지와 잠재력을 갖춘 중소·중견 기업을 지원하는 ‘월드클래스 300’ 사업의 관리가 매우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 개선이 촉구됐다. 특히 ‘월드클래스 300’ 지정서를 발급한 이후 공정거래법 위반 등 문제가 생겨도 ‘선정 취소’, ‘선정 효력 정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윈회 김종훈 의원(울산 동구)은 중소기업청, 산업기술진흥원,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요구한 ‘월드클래스 300’ 진행 현황을 분석한 결과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된 기업이 ‘갑’질 횡포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억대의 과징금을 부과 받아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엔브이에이치코리아, 샘표, 대동공업, 바텍, 화승알앤아이 등은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된 기간에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시정명령,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하지만 이 기간에도 ‘월드클래스 300’ 기업으로서 연구개발(R&D)과 해외마케팅 지원금을 받고 있었다.

‘월드클래스 300’ 프로젝트는 세계 수준의 전문기업 300개를 육성하기 위해 성장의지와 잠재력을 갖춘 선정해 기술지원, 시장 개척, 인력 확보, 자금 지원, 수출컨설팅 등 성장에 필요한 사항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1년 30개사를 처음 선정했으며 2016년 6월까지 231개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월드클래스 300’ 운영 규정을 살펴보면 ▲중간평가 결과 2년간 ‘미흡’(2년간연속 선정요건의매출액 하한선 미충족) ▲허위, 부정에 의한 선정 또는 지원 ▲기업의 부도·폐업·영업중단·상장폐지 ▲ 산업재해 다발사업장 ▲체불임금 명단 공개 ▲현행 법령 준수하지 않아 사회적 물의 발생 등의 경우에 정책심의회를 거쳐 ‘월드클래스 300’ 기업의 선정을 취소할 수 있다. 이 운영요령 15조 9항의 ‘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법률’에 따라 시정조치, 과징금, 또는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경우”에도 프로젝트 지원이 부적절하다고 규정돼 있다.

지금까지 ‘월드클래스 300’ 기업의 자격이 취소된 경우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편입된 실리콘웍스, 농우바이오를 포함해 6개 사뿐이다. 또 선정효력이 정지된 기업은 10개 사이며 그 가운데 선정효력을 회복한 기업은 3개 사이다. 최근 지난 7월 19일 정책심의회에서 2년 연속 매출액 하한(400억 원)을 충족시키지 못한 3개 기업과 임직원이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인포피아가 선정효력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 2011년 ‘월드클래스 300’으로 선정된 엔브이에이치코리아의 경우 2015년 1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 2억600만 원을 부과 받았으나 아무런 제재조치가 없었다.

엔브이에이치코리아는 2013년 ‘자동차 열관리 부품 및 폐열 회수 낸방방 기능성 천정채 개발’이 로 선정돼 2015년까지 22억 4000만원, 2016년 7억 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또 해외 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히든챔피언’ 사업에도 선정돼 2013년 8200여만원, 2014년 9770여만원, 2015년 8280여만원을 지원받았다.

2013년 선정된 샘표는 2014년 12월 대리점, 특약점 등 미리 지정해 둔 거래처에만 간장을 판매하도록 ‘갑’질 횡포를 한 행위가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적발돼 과징금 7억 6300만원을 부과 받았다.

샘표는 2013~2015년 나트륨이 저감화 효과가 있는 한국풍 핫소스용 모듈 개발 지원금으로 29억 9000만원을 지원받았으며, 히든챔피언의 해외마케팅 지원금으로 2013년 8140여만원, 2014년 77530여만원, 2015년 1억 2470여만원으로 지원받았다. 이 시기는 공정거래위에 적발된 시기와 겹치는 데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지난 2013년 선정된 대동공업은 2015년 초 트랙터 등 농업용 기계부품을 위탁 제조하는 63개 하도급 업체와 납품단가를 부당하게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6월 부당하게 감액한 하도급 대금이 1억400만 원으로 크다고 판단,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 3800만 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대동공업은 월드클래스 300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5년 선정된 바텍은 2016년 1월 16개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면서 법정 기일을 초과한 것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인정돼 경고처분을 받았다. 그런데도 바텍은 2016년 ‘차세대 치과용 Smart X선 영상 진단시스템 개발’ 주제로 한 연구과제로 7억 4000만원을 지원받았다.

공정한 경쟁 질서를 선도해야 할 ‘월드클래스 300’ 기업이 오히려 ‘갑’질 횡포에 나서고 있는데도 제대로 검증하고 관리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중소기업청의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세계 수준의 전문기업 성장을 목표로 한 ‘월드클래스 300’ 기업이 국내에서 ‘갑’질 횡포로 공정한 거래 질서를 훼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며 “공정거래법 위반 기업에 대한 선정취소, 선정효력 저지 등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또 “이처럼 관리가 부실한 데도 중소기업청은 내년 월드클래스 사업 예산을 올해 예산 897억 원보다 33.4% 올려서 1167억 원이나 책정했다”라며 “사업 예산만 인상한 게 아니라 선정기업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