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식 한국SR평가원장

비리는「동기」,「정당화」,「기회」라는 3가지 요인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악성채무에 시달리거나, 가족 구성원 중에 중증환자가 있으면 큰돈이 필요하게 되는데 바로 악의 유혹이 시작되는 동기의 구성이다. 그리고 일종의 중화이론에 함몰되어 자기 정당화를 시작한다. 예를 들면 ‘도둑질이 아니라 나중에 갚으면 된다’는 생각, 혹은 ‘나의 노동에 비해 너무 적은 급여에 대한 불만’ 등이 기회를 모색하거나 혹은 기회를 맞이하게 되면 바로 비리의 3박자가 구성된다.

기업이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배경도 개인적 차원에서의 동기와 정당화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직원의 비리 기회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내부통제를 규범화할 수 있는 것이 행동규범이라면 Code의 일차적 역할은 직원의 윤리적 품성 함양을 통한 법령준수에 두어야 할 것이다.

다음은 조직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서 윤리적 고려가 중시되어야 할 요소임을 조직 내부 및 조직 외부에 주지시킴으로써 거래상대방뿐만 아니라 각계의 이해관계자에게 Corporate Governance Ideology(조직통치이념)를 전달하는 메시지 역할을 한다.

행동규범이 윤리화되는 이유
① CEO의 자기표명
소비자 대상으로 상품을 파는 제조업자는 제품의 매출액과 관련하여 점차 자극적인 광고를 통해 소비자층을 파고들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제품사고에 대한 고민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완성품 자동차회사인 독일 아우디는 자사의 광고를 비윤리적으로 게재함으로 인해 시정명령을 받고 광고를 삭제하는 수모를 당한 사례가 있다.

반면 Johnson&Johnson사는 자사 제품인 타이레놀이 불특정 다수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희대의 불상사에 휘말려 기업 존폐의 위기에 빠진 경험이 있었다. 두 사례는 기업에게 윤리적 도덕성을 그다지 강조하지 않던 1980년대의 사건인데 이 사건을 처리한 두 기업의 태도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당시 J&J사에 대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한 교수는 어느 시사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J&J사의 몰락을 예견하였음에도 동사의 최고경영자는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현재에도 세계에서 존경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J&J사의 Code는 고객의 생명을 존중한다는 가치가 제품회수라는 막대한 비용 부담, 매출액의 감소, 주가하락의 위험, 브랜드 명성의 손실 등 모든 리스크를 회피하고 싶은 경영자의 음울한 고민을 정면으로 돌파한 원동력이 된 사례이다.

Code가 윤리적이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계발된 자기이익’ 때문인데 최고경영자는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 포인트에 중점을 두어야 하기에 자기희생이 필요하며 이는 윤리적 가치에 근거를 둔 행동이다.

많은 기업이 행동규범을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고 있다. 기업범죄의 심리에는 기업의 행동규범이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미국의 사법제도의 특징인 배심원들은 기업의 Code에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여 징벌적 손해배상금액의 준거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기업의 Code는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려는 윤리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윤리는 가치적 事象을 다루고 있기에 일반인, 특히 조직의 직원은 이를 추상적이고 이상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현행 Code의 가장 큰 문제점을 구체성과 예시성의 결여로 인한 규범과 행동의 이중적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McDonnell Douglas사의 Sanford McDonnell 전 CEO는 자사의 행동규범을 준비 중인 TF팀에「Boyscout의 선서와 법률」이라는 소책자를 건네면서 모든 내용을 빠짐없이 행동규범에 포함시킬 것을 주문하면서도 형식과 표현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였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② 조직원의 규범적 행동 유도
법의 상위개념이 도덕이라는 점에서 조직 구성원의 법적 테두리에서의 행위보다 한층 상위의 도덕적 개념으로 구성원의 의식전환을 유도할 수 있다. 법적 범주에서의 행위는 법령 위반 여부만을 판단하여 행동하게 되는데 자칫 조직의 명성이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기업의 모든 활동을 법으로 규율할 수 없기 때문에 때로는 인간의 윤리적 덕에 의해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여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흔히 ‘甲乙관계’라 하는 시장의 거래 질서는 계약당사자 간에 체결된 시장의 지배원칙에 근거하고 있기에 이는 법적 위반은 아니지만 相生이라는 상호 보완적인 체제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공정거래관행의 왜곡된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③ 사회적 규범에 대응한 윤리적 행동 유도
급속한 사회 변화는 그에 맞는 새로운 법을 제정하게 되고, 기존 관행과 관습에도 일정한 변화가 일어난다. 노동환경의 변화는 새로운 노사관계법이 나오고, 새로이 나타나는 부패의 다양한 형태를 규율하기 위해 끊임없이 부패방지법을 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정보보안과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서민생활 불안을 해소하려는 관련 입법 제정이 한창이다. 모든 사업 활동의 결과로 발생한 負의 효과는 조직에서 일차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자유주의 시장 원리에 수익자부담원칙이 있다. 법과 제도는 사업 활동의 보완적 의미에서 그 의의를 찾아야 할 것인데 법과 제도의 미비를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법령 의존적 태도로 보여진다.

법보다 도덕을 중시하여야 할 현대의 경영환경에서 윤리적 경영을 하겠다는 기업 의지가 Code에 반영되어 실천되어야 함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의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