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수영 변호사

A법무법인은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의 사이에 입주민들이 시공사인 C건설사를 상대로 낸 하자보수이행청구소송을 수임했다.

이 소송에는 입주민의 71%가 동의했지만 입주자대표회의의 별도의 결의는 받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당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직무대행이던 김씨는 A법무법인과 승소시 하자이행 보험금의 8%인 5억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소송위임계약을 체결했다. 정당한 사유없이 소송위임계약을 해지하면 성과보수금으로 5억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후 A법무법인은 소송을 제기하고 증인신청서와 하자감정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다음해에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돌연 소송을 취하했다. 새로 선출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승소가 힘들다고 판단해 소송을 더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A법무법인은 "소송에 상당한 노력을 투입했는데 이제와서 상의도 없이 소를 멋대로 취하했다"며 위임계약에 따라 성과보수금 5억원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5억원을 지급해 주어야 할까.

우선, 입주자대표회의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본다. 입주자대표회의는 단체로서의 조직을 갖추고 의사결정기관과 대표자가 있을 뿐만 아니라, 또 현실적으로도 자치관리기구를지휘. 감독하는 등 공동주택의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 당사자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본다(대법원 1991. 4. 23. 선고 91다4478 판결).

법인 아닌 사단은 그 자체가 독립된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그러므로 그에 속하는 개개의 물건을 소유하는 때에도 그 사단의 구성원인 사원 모두가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그러한 소유관계를 총유라고 한다.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한다. 입주자대표회의의 하자보수이행청구권은 소유관계는 아니므로 바로 총유로 볼 것은 아니고 총유에 준하여 본다. 이를 준총유라고 한다.

사안과 같은 하자보수이행청구소송은 하자보수이행청구권에 관한 것이고, 이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구성원 총회의 결의 없는 준총유재산의 관리·처분행위는 허용될 수 없으므로 입주자대표회의 결의 없이 맺어진 이 사건 위임계약은 무효라고 볼 수 있다.

소송제기에 70%가 넘는 입주민들이 동의서를 제출했다고 하여 달리 보지도 않는다. 위임계약이 아파트입주자대표회 구성원 총회의 적접한 의결을 거쳤는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해야 할 의무는 A법무법인에게 있다(서울고법 2015나2043170 판결). 입주자대표회의는 성공보수금을 지급해 주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