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석 PEC코리아 대표

선장은 바람이 더욱 거세지자 귀항하기로 결정하고 벌금항으로 입항하였다. 물통에 있던 노래미를 40리터 쿨러에 담으니 가득 찼고, 선장 부인께서 트럭을 몰고 왔기에 짐을 싣고 백조민박집으로 갔다.

쿨러를 수돗가로 가져가서 노래미를 손질하기 시작하였다. 오늘 잡은 노래미는 내일 말려서 가져가고, 내일 잡는 노래미는 생물로 가져가기로 하였다. 쿨러에 있던 노래미를 빨간 고무다라에 쏟아 넣으니 가득 찼고, 세 명이 물고기 손질하는데 한 시간 가량이 소요되었다.

물고기 손질이 끝나자 선장 부인이 저녁 식사하라고 하여 본체 거실로 들어가니 노래미 회 한 접시, 간장 게장, 매운탕 등 한 상 가득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음식들이 정갈하고 너무 맛있어 오랜만에 즐겁고 유쾌하게 식사할 수 있었다. 술이 불콰하게 취해갈 무렵, 선장부인이 거실에 있던 산도라지술을 한 잔씩 따라주었고, 향긋한 냄새가 났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방에서 바둑을 두고 있는데 친구가 마당으로 나오라고 하여 나갔더니 숯불에 노래미와 낙지를 굽고 있었다. 소주 한 잔을 들고 낙지 구이를 입어 넣으니 쫄깃하고 부드러웠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객실에 들어와 잠이 들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마당으로 나가보니 어제보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어 오늘 낚시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동호인들을 깨우고 아침식사를 한 후 출조 준비를 하고 있는데 초보자 2명이 바람이 너무 불어 낚시를 포기하고 위도 트래킹을 한다고 결정하였다.

낚시팀 3명이 벌금항으로 가서 기다리고 있던 세진호에 승선하였다. 바람 때문에 하얗게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고, 섬 근처에서 첫 낚시가 시작되었다. ‘토독’ 잔챙이 노래미 입질이 오기 시작하였다. 배는 바람으로 인해 순식간에 떠밀리는 상황에서 낚싯줄을 계속 풀어 주면서 노래미를 잡았다.

나는 몇 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 세어보기로 작정하였으나 열 마리가 넘어서자 점차 흥미가 반감되어 가는데 ‘투득’ 하는 입질이 왔다. 순간적으로 바짝 긴장하며 노래미가 완전히 물기를 기다렸더니 이어서 ‘투득’ 하는 입질이 또 왔고, 신속히 챔질하고 천천히 감아올리자 노래미가 묵직하게 요동치는 것이 대물이 틀림없었다.

드디어 수면 위로 방망이 노래미 두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노래미를 선상에 올려보니 거의 4자 수준의 노래미였다. 이런 정도의 노래미가 계속 물어 준다면 좋을 텐데, 우럭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 식사를 하는데 선장께서 오후 한 시경 귀항하자고 하였다. 이에 우리는 저녁때까지 낚시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위도에서는 반일 낚시 위주로 낚시를 한다면서 조금 더 하고 철수하자고 하였다. 물통을 보니 어제와 비슷하게 노래미를 잡았고, 갈수록 바람도 심해져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였다.

오후 2시경 입항하여 노래미를 쿨러에 담아보니 쿨러에 가득 찼다. 벌금항에서 주변을 살펴보니 암벽이 책을 겹겹이 쌓아 놓은 듯하여, 친구에게 물었더니 채석강이라고 하였다. 채석강은 바위의 기묘하고 웅장한 형상 때문에 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으며, 지형ㆍ지질 현장 학습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하였다.

민박집으로 돌아와 노래미를 손질하고 나서 어제 손질한 노래미를 확인해보니 아침에 널었다는데 벌써 꾸들꾸들하게 말라있었다. 말린 노래미와 오늘 잡은 노래미를 5등분하고 포장하여 냉동실에 보관하였다. 이틀간 잡은 노래미가 대략 40kg 정도로서 1인당 7~8kg씩 분배되었다. 우럭이 나왔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아쉽지만 이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선장에게 물었더니 지금은 노래미 철이고 우럭은 6월에 잘 나온다고 하면서 6월말이면 민어도 나오는데 그때 다시 오시면 좋겠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