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석 PEC코리아 대표

변산반도에 진입하자 쭉쭉 뻗은 방조제 도로와 달리 구불구불한 일차선 시골길이 나타났다. 동틀 무렵의 고즈넉한 시골 풍경을 감상하면서 격포항으로 나아갔다. 드디어 눈에 익은 격포우체국이 보였고, 우체국을 지나 우회전하자 10년 전 채비와 갯지렁이를 구입했던 변산레저낚시 가게가 그대로 있었다.

06:00 격포항 여객터미널에 도착하여 전주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전화를 받고 지금 일어났다며 기다리라고 하였다. 어제 친구는 일찍 전주를 출발하여 06시경 격포항에 만나자고 하였는데……. 지금 일어나서 언제 오겠다는 것인지 답답할 노릇이었다.

바둑을 두면서 친구를 기다렸으나 오전 7시가 지나도록 오질 않아 낚시점에 들어가 낚시채비와 갯지렁이 등을 구입하고 있는데 친구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급히 오느라고 휴대폰도 집에 두고 왔다고 하였다. 우리는 출항 시간이 임박하였기 때문에 승선권을 구입하고 아침 식사를 하려고 인근 식당을 찾아 갔으나 문을 연 곳이 없어 편의점에서 김밥 등을 사서 여객선에 탑승하였다.

객실에서 김밥을 먹고 나자 노곤하여 한 숨 자고 있는데 친구가 위도에 도착하였다면서 나를 깨웠다. 위도는 변산반도에서 서쪽으로 14.6㎞ 지점에 있으며, 섬의 형태가 고슴도치와 비슷하여 위도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배에서 내려 우리를 마중 나온 선장님과 반갑게 인사하고 승선명부를 작성한 후 낚싯배에 탑승하자 경찰관이 명부와 주민등록증을 일일이 대조하고 출항을 허락하였다. 낚싯배가 위도항을 뒤로하고 어장을 향해 나가는 동안 낚시 준비를 마치고, 초보자들에게 낚시채비를 챙겨주고 나서 바다를 바라보니 바람이 생각보다 거세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다.

드디어 낚싯배가 섬 근처에서 정지하고 낚시를 시작하였다. 낚시채비가 15m를 내려가더니 멈추었고, 바닥을 확인해 보니 돌바닥이었다. 2~3분이 흘렀으나 전혀 입질이 없었다. 채비를 내리자마자 입질이 올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입질이 없자 선장은 배를 이동하여 다시 낚시를 하라고 하였다.

‘토독 ’ 새끼 노래미 입질이 왔고 올려보니 예상대로 10여cm에 불과하였다. 다시 입수시키고 기다리자 또 ‘토독’ 하는 입질과 함께 10~20cm 정도의 노래미가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우럭은 고사하고 노래미도 잔챙이만 올라오자 다른 동호인들도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나는 노래미를 얼마나 잡을 수 있을지 하나, 둘씩 헤아리고 있을 무렵 옆에 있는 친구가 힘겹게 수동릴을 감고 있어 호기심이 발동하여 지켜보고 있는데 3자 노래미가 쌍걸이로 올라왔다. 그 친구는 우럭 쌍걸인줄 알았다며 그런대로 만족해하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럭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고 방망이 노래미라도 잡을 요령으로 낚시에 집중하였다.

노래미를 잡고 있는데 친구가 노래미로 회를 뜨더니 한 잔 하자고 하였다. 신진도로 낚시를 다니면서 선상에서 회 먹을 시간이 없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노래미 회를 먹으니 쫄깃하고 달았다. 5명이 둘러 앉아 먹다보니 어느새 회가 동이 나자 다시 낚시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나는 밤새 운전한 탓에 피로감이 몰려오고, 노래미만 나와 재미도 덜하여 큼직한 노래미를 꺼내 회 떠서 혼자 소주잔을 기울이다보니 어느새 취기가 올라왔다. 얼마 후 선장이 점심을 먹자고 하여 대접에 밥을 넣고 파김치, 상추와 남은 회를 버무려 회덮밥을 해서 먹었는데 꿀맛이었다.

나는 식사하고 나서 다시 낚싯대를 잡았으나 하품만 나오고 취기로 인해 낚시를 포기하고 그대로 선상에 누워버렸다. 한 숨 자고 일어나보니 오후 4시가 넘었고, 다른 분들은 열심히 낚시를 하고 있었다.

오늘 잡은 물고기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여 물통을 보니 노래미가 빼곡히 차 있었다. 친구에게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식사 후 노래미가 너무 잘 물려서 생각보다 많이 잡았다면서, 내가 가세하였다면 이보다 훨씬 더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