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수영 변호사

김씨(여)는 중국인이다. 10여년 전에 최씨와 혼인신고를 마치고 최근 이혼하기로 합의하였다. 김씨는 그 과정에서 최씨의 요구에 따라 '김씨는 위자료를 포기합니다.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습니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고, 같은 날 법원에 협의이혼의사확인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이후 법원의 확인을 받아 협의이혼을 하였다. 김씨는 그로부터 1년 후 수천만원 이상의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최씨에게 재산분할을 요구하였고, 최씨는 이미 재산분할포기약정을 하였으므로 김씨의 요구를 거절하였다. 김씨는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을까.

민법 제839조의2에 규정된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의 청산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때 비로소 발생하고,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범위와 내용이 불명확·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대판 98다58016 판결).

그렇다면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는 무조건 효력이 없는 것일까.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차 당사자 사이에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질 것을 조건으로 하여 조건부 의사표시가 행하여지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 협의 후 당사자가 약정한대로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그 협의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고 하였다(대판 95다23156 판결).

나아가 대법원은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이를 전제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한 경우,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하려는 의도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야 함을 명확히 하고 있다(대법원 2016. 1. 25.자 2015스451 결정).

그리하여 당사자 사이에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재산액이나 쌍방의 기여도, 분할방법 등에 관하여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고, 일방 당사자가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비록 협의이혼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사안의 경우, 막연히 “재산분할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재산분할포기약정은 그래서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김씨는 여전히 최씨에게 재산분할청구를 요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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