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석 PEC코리아 대표

나는 물때 좋은 금요일에 모처럼 휴가를 내어 동호인들과 인천으로 낚시를 갔다. 평일이라서 느긋하게 연안부두로 가서 배에 올라보니 벌써 10여명의 조사들이 좋은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내가 선호하는 선수에도 어르신이 앉아 계셨다.

나는 어르신께 맨 앞자리에 앉아도 되느냐고 정중하게 물었더니 그러라고 하여 자리를 잡고 나서 누룽지탕과 소주 한잔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기대가 커서 그런지 몰라도 5시 반에 일어나 내 자리로 가서 낚시를 준비하였다.

오늘은 자월도를 지나 반도골 근처에서 낚시가 시작되었다. 바다는 잔잔하고 하늘도 맑아 대어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높았지만 시간이 꽤 흘렀어도 입질이 시원치 않았다. 간조시간이 되면서 물살이 느려지자 드디어 입질이 와서 채보니 기다리던 3자 우럭이 올라와서 사진을 찍고 물통에 넣었다.

넓은 바다에서 살던 우럭이 좁은 물통에 들어가니 답답한지 계속 퍼덕거리자 물방울이 사방으로 튕겨나가 물통 옆에 계신 어른신의 바지와 신발에 떨어지자 어르신은 물고기도 안 잡히는데 짜증스럽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며 우럭을 아이스박스에 넣으라고 잔소리를 하셨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모른 척하며 계속 낚시에 집중하고 하고 있는데 큰 입질이 와서 낚싯대를 힘차게 들어 올리고 천천히 릴을 감아 올려보니 조금 전에 잡았던 우럭보다 더 큰 개우럭이었다. 흡족한 마음으로 개우럭을 물통에 조심스럽게 넣으면서 얌전히 있으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하였다. 으나

반도골은 인천에서 수심이 가장 깊은 곳으로서 대물이 많기로 소문난 장소이지만 물살이 세서 조금시기의 간조와 만조 때에만 낚시를 할 수 있어 급한 마음에 다시 낚시채비를 재정비하여 입수시켰다. 그리고 초릿대를 응시하면서 입질을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물통에서 퍼덕거리는 소리가 들려 물통을 내려다보니 우럭 두 마리가 아까보다 훨씬 더 격렬하게 움직이며 더 많은 물을 튕겨내었다. 나는 어르신을 힐끔 보자 기다렸다는 듯이 짜증난 얼굴과 목소리로 “아이스박스 없어요? 얼른 잡아넣으라니까!”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셨다. 그래서 나는 “물고기를 잡고 나서 손질하려고 합니다.” 대답하고는 낚시를 계속하였다.

어르신께서는 오전 내내 한 마리도 못 잡았지만 열정적으로 낚시하고 있어 찬찬히 낚시채비와 고패질하는 모습을 관찰하였으나 별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옆 사람과 낚싯줄이 자주 엉켜 줄을 푸는 시간이 다소 길었다.

오후 들어 반도골에서 본격적으로 장대낚시를 시작하였다. 바닥이 거칠어 밑걸림이 잦았다. 어르신도 수심 70m에서 밑걸림이 생겨 손으로 힘껏 당겨도 올라오질 않자 합사를 뱃전에 있는 수도꼭지에 감고 낚시채비가 끊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툭! 하면서 합사가 수도꼭지 부분에서 끊어졌다.

얼마 후, 나는 입질이 제법 커서 광어로 착각하였으나 큰 장대가 올라왔다. 장대를 떼어낸 후 낚싯바늘을 던져 넣고 고패질하는데 다른 낚싯줄과 엉키는 느낌이 들어 전동릴로 감아올리자 무겁게 올라오면서 무엇인가 꿈틀거렸다.

낚싯줄을 끌어올리자 중우럭 한 마리와 2개의 낚싯줄이 엉켜있어 가만히 보니 내 우럭이 아니라서 바늘을 풀어 확인하려는데 옆 어르신이 아까 끊어진 합사에 물려있던 우럭이라면서 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하면서 우럭을 드렸으나 아래쪽 사람이 와서 우럭 입에 있는 낚싯바늘과 우럭채비를 확인하고 가져갔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께서 남의 우럭을 탐내다가 결국 망신을 당하고 나서는 쑥스러운지 나에게 더 이상 잔소리를 하지 못하고 낚시에 열중하셨다. 즐거운 마음으로 낚시 왔다가 짜증을 낸다고 해서 물고기가 물어주는 것도 아닌데 스트레스만 받고 간다면 구태여 낚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잡던 못 잡던 낚시 자체를 즐기는 것이 진정한 낚시인이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