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석 PEC코리아 대표

오늘은 배에 올라보니 그동안 함께 낚시하였던 중견 낚시인들이 4~5명 탑승하였고, 나머지 20여명은 초보자들이었다. 그래서 가급적 초보자들과 멀리 떨어져 선수 쪽에 자리를 잡았다. 새시대호는 어두운 밤바다를 가로질러 자월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침에 일어나 평소와 같이 오전 07시경 자월도 인근에서 낚시를 시작하였다. ‘호드득...’ 볼락 입질이 계속 왔다. 윗바늘의 미꾸라지 쪽에는 입질이 없고 아래바늘의 갯지렁이에만 잔챙이 노래미와 볼락 입질이 왔다.

오전 낚시를 마치고 세어보니 노래미 4마리, 볼락 30여 마리에 불과하여 오후에는 좀 잡아야 할 텐데 하며 후다닥 점심을 먹고 바로 낚시에 들어갔다. 목선배도 잔챙이만 올라오자 별로 기분이 좋지 않으신 모양이었다.

목선배는 소주나 한 잔하고 취권이라도 해보자면서 쿨러에서 소주를 꺼내시고 주방에 가서 안주거리를 가져오라고 하셨다. 주방에 가보니 아주머니는 동호인들이 잡은 우럭과 노래미로 회를 뜨고 있었으며, 회 몇 점을 접시에 담아서 내게 주었다.

나는 소주 한 잔을 입에 털어 넣고 우럭회 한 점을 먹으니 상큼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목선배는 안주 감으로 김치나 오이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하다가 회를 드시게 되자 꿀꿀했던 기분이 반전되어 다시 낚시에 몰두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선배는 그렇게 기대했던 취권도 간곳없이 계속 볼락만 올라오자 다소 흥분되었던 분위기가 사그라지면서 취기만 남아 선장에게 우럭 잘 잡히는 곳으로 이동하라고 잔소리만 늘어 놓으셨다. 선장은 손님들이 물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도록 애를 쓰고 있지만 오늘은 물살도 세고 입질도 시원치 않다면서 조금 더 해보시라고 하였다.

나도 마찬가지로서 오후 내내 볼락 3마리를 잡는데 그쳐 두 달 동안의 조과 중에서 가장 적었다. 이런 젠장, 회는 고사하고 매운탕도 끓여 먹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오늘 승선한 대부분의 낚시꾼들도 마찬가지 심정인 것 같았다.

어느 낚시꾼은 “다른 배를 탔으면 그래도 몇 마리를 잡게 해주는데 이 배는 초보자들이 많아 어초나 침선에 가지 않고, 섬 근처의 물살 약한 곳만을 찾아다니다보니 우럭을 못 잡았다.”라고 하였다. 또 다른 이는 “물때가 안 좋은 날에는 다른 배를 타야한다.”, “인천에는 낚싯배와 낚시꾼들이 많아 물고기 씨가 말랐다. 이제 충청도 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래도 몇 전에는 먹을 만큼 잡았다.”는 등 이런 저런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나와 선배도 할 말이 많았다. 예를 들어 어느 포인트에 진입하여 입질이 없으면 빨리 다른 포인트를 찾아 가는 것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그 주위를 뱅뱅 도는 경우와 우럭 한두 마리가 나왔다고 해서 계속 그 포인트를 고집하는 경우, 물고기가 잡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경우 이때가 가장 열 받는 경우이다. 여밭만 뒤지고 어초나 침선에는 접근도 하지 않는 경우, 기름 값을 아끼려고 선미도나 덕적도 너머 등 멀리 가지 않고 자월도나 이작도 등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낚시를 한다는 점 등이다. 이렇듯 나도 불만이 많았지만 나까지 말을 보태기 시작하면 선장 입장이 어려워질 것 같아 입을 꾹 다물었다.

낚시꾼들은 물때가 좋지 않으면 조과가 저조하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대어와 풍어에 대한 욕심과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출조하여 조과가 시원찮으면 선장을 탓하거나 주변의 초보자들이 어설프게 낚시하여 줄 엉킴이 많기 때문이라고 화살을 돌린다.

세상살이나 낚시질의 닮은 점이라면 ‘잘되면 내 탓이고, 못되면 네 탓’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것이다. 낚시를 하다보면 간혹 대어나 풍어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저 그런 수준이다. 진정한 낚시인이 되려면 그날그날의 조과에 연연하기 보다는 바다가 좋고, 비록 한두 마리를 잡아도 짜릿한 손맛과 선상에서 동호인들이 어울려 회와 소주를 마시며 마음을 터놓고 정담을 나누는 것이 더 소중한 일이 아닐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