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식 한국SR평가원장

1996년의「Care Mark」주주대표소송은 양형가이드라인을 적용한 좋은 사례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 1996년 델라웨어주 법원은 Caremark사 사원들의 감독부재로 보험사기사건이 발생한 것을 이유로 Caremark이사진을 기소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발생 이전부터 동 기업은 윤리경영 실천을 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본 사건을 심리한 델러웨어 주 법원은 “기록에 의하면 임원은 그 감독기능을 지속적으로 행사하지 않았다는 유책성의 증거를 발견하기 어려운 점, 또 기록으로 보건데 회사의 정보 체제는 관련된 정보에 대해 인식하도록 철저하게 구비되어 있다”고 하며 “임원의 의무위반을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Care Mark 판결은 회사 임원에게는 법령준수체제를 확립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법령준수체제가 확립된 경우에는 결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종업원의 위법행위에는 임원에게는 책임이 없음을 명시한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본 사건 판결에 의의가 있다.

(2) 2004년 양형가이드라인의 개정

1991년 양형가이드라인이 기업범죄 감소에 일정한 역할을 한 것임에는 틀림없으나 지나치게 공리주의에 치우쳐 있고, 외부적 압력에 의한 법령준수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어 내부적으로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가치공유적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여야 한다는 자성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연방 양형가이드라인은 1990년대를 통해 미국 기업은 이에 대해 충분한 인식을 하고 있었으나 이미 시행된 지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실시상황의 점검과 동시에 사회적 상황 변화에 따라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연방양형위원회는 2001년 9월에 개정을 위한 잠정자문위원회의 설치를 결정하고 2002년 3월부터 2003년 9월까지 18개월에 걸친 검토회를 실시하였다. 잠정위원회는 2003년 10월 7일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공청회를 거친 후 2004년 4월 8일에 새롭게 개정된 가이드라인을 연방양형위원회가 승인하게 되고 2004년 5월 1일에 최종 보고서가 연방의회에 제출되었다.

법령준수를 목표로 한 프로그램은 기업경영의 본질에서 생각해 보건데 한계가 있고 또 유효하게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점이 노출되었다. 또한 현행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기업법무의 실무자 주도로 책정되어 있어 상세한 취업상의 규칙을 규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러한 기업 내부의 인식은 업무매뉴얼에 상당 부분 금지조항으로 표현하여 기업의 사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형태의 관리기법에 지나지 않았다는 반성도 있다.

이러한 반성에서 기존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가치공유형의 윤리 프로그램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성실함에 기초한 프로그램(Integrity-Oriented Program)", "가치중시 프로그램(Value-Oriented Program)"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제안되었다. 이들 프로그램의 공통적 특징은 스스로가 선정한 기준에 따른 자기규제에 정신적 기반을 두고 책임 있는 행위를 할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프로그램 책정은 기존 변호사 중심에서 경영자 중심으로 작성되며 여기에는 바람직한 행위의 방향성과 원칙이 제시되어야 한다.

사원의 행동도 외적인 압력에서 벗어나 이해와 훈련에 의한 자발적 행동제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정의 사회적 배경과 관련해서는 2001년의 엔론, 2002년 월드콤 등 대형 회계부정사건이 터지면서 SOX법((Sarbanes-Oxley Act)이 제정되었고, 이의 영향을 받은 증권관련 규정도 대폭적으로 손질되었으며 검찰조직은 기업조직에 대한 연방 기소원칙에 대해 계속해서 안을 내놓는 등 컴플라이언스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속출하게 된 배경이 있었다. 이처럼 사회적 기업환경의 변화 및 내외부의 개정 분위기 조성은 기존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과는 다른 사회적 요망을 수렴하면서 몇 가지 특징을 띠는데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체적인 개정 포인트는 컴플라이언스 및 윤리 프로그램의 항목이 독립 부분이 되어 향후 기소나 판결 시 검사나 법관이 이 부분의 참조가 의무화되었다는 점이다. 다만 2005년 1월에 연방대법원은 ‘참조의무’는 위헌성이 있다고 보고 이를 字句 수정하여 ‘권장’ 사항으로 변경되었다.

둘째, 이번 개정에서는 윤리적 행위와 법령준수의 기업문화를 활성화할 것이 강조된 점이다. 지금까지 형식적인 법령준수와 그 통제 시스템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러한 반성에서 보다 본질적인 기업문화나 윤리적 직장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개정된 점이다. 과거에는 가이드라인에 충실하기 위해 유책성 점수를 낮추기 위해서만 기업이 주력하는 경향이 있어 형식적인 제도를 도입하여도 이것이 기업에서는 문화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가치공유형 프로그램’의 제안자들의 의견이 반영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