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석 PEC코리아 대표

지난 11월초 늦가을로 접어들면서 배낚시에도 변화가 생겼다. 10월말까지 5시 출항, 18시 귀항하였으나 낮 시간이 줄어들면서 낚시시간도 05:30 ~ 17:00로 한 시간 반이나 단축되었다. 그래서 집에서 출발하는 시간도 02시에서 03시로 늦췄다. 새벽 3시, 집을 나와 인천 연안부두에 도착하니 매서운 겨울 칼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었다. 나도 모르게 “어이 추워! 날씨가 장난이 아닌데”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승선명부에 이름을 적고 배에 오르니 매서운 바닷바람이 몰아쳐 배 위에 앉아있기 조차 어려워 선실로 들어가 스토브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그러나 불길이 미치지 않는 다리와 얼굴이 매우 시려 슬그머니 옆 사람 이불속으로 다리를 뻗고 잠이 들었다.

7:30분, 두 시간을 항해하여 자월도 근처에서 낚시를 시작하였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파도가 0.5m~2m사이라고 하여 잔잔할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넓은 바다에서 부는 바람이 만만치 않았다. 맨 얼굴로 바닷바람을 맞으니 머리도 얼얼하고 손도 시려 도저히 그냥 낚시하기 곤란한 상황이라 털모자를 끌어내려 눈만 남겨 놓고 얼굴 전체를 감싸고 나서야 그런대로 낚시에 열중할 수 있었다.

이제 낚시하기 좋은 시절은 가고 추운 겨울로 접어들면서 낚시인들도 현저히 줄어 오늘은 11명에 불과하였다. 사람이 적어 낚싯줄도 엉키지 않아 낚시하기에는 아주 좋았으나 바람과 추위를 어떻게 피할 것인지가 난제였다.

드디어 낚시가 시작되고 30분 정도 지나자 갑자기 낚싯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느낌이 있어 천천히 전동릴을 감아 올려보니 오래간만에 35㎝ 광어가 올라왔다. 나는 광어를 들고 흐뭇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나서 광어를 물통에 넣는데 선장은 광어가 아니고 가자미라고 하였다.

"아니 가자미라니!" 선장의 말을 듣고 자세히 살펴보니 눈이 오른쪽으로 쏠려 있어 ‘좌광(왼쪽 광어) 우도(오른쪽 도다리/가자미)에 부합하였고, 광어보다 입이 매우 적어 가자미가 틀림없었다. 나는 인천에서 가자미를 잡거나 본 적이 없어 광어라고 생각했는데 어쨌든 대어급 가자미로서 살도 통통하여 꽤나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선장에 의하면 자세히 모르지만 언젠가부터 인천에서도 가자미가 가끔 잡힌다고 하였다.

비록 바닷바람이 차지만 바닷물 온도가 내려가지 않아 물고기의 입질이 활발해지자 11명의 조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흥겹게 물고기를 잡아 올렸다. 우럭과 노래미가 여기저기서 올라오자 선장도 덩달아 사진을 찍느라고 앞뒤로 바삐 움직이며 셔터를 눌렀다.

나는 생각보다 물고기가 잘 잡히자 거추장스럽게 내려 썼던 털모자를 벗어 던지고 낚시에 열중하다보니 어느덧 추위가 저만치 물러났고, 짜릿한 손맛과 물통에 가득 차오르는 물고기를 보며 온몸이 흥분되어 뜨거워졌다.어느덧 즐거운 시간이 지나고 귀항 시간이 되어 낚시도구를 챙기고 나서 물고기를 손질하려고 물통에 손을 넣자 의외로 바닷물이 따뜻하였다. 오늘 잡은 물고기를 헤아려보니 가자미 한 마리와 우럭과 노래미가 20마리나 되었다. 나는 쭈그리고 앉아 물고기를 손질하고 있으려니 낚시할 때와 달리 피로가 몰려오고, 매서운 칼바람이 온몸을 휘감아 추위에 떨어야 했다.

귀가하자 아내가 추운 날씨에 고생하였다면서 오늘 저녁 먹을거리를 잡았느냐고 하여 충분하다고 대답하다고 나서 회를 떴다. 아이들은 아내가 차린 저녁상에 둘러 앉아 회를 먹는데 날씨가 차서 육질이 더욱 쫄깃쫄깃하고, 여름에 먹던 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다며 서로 먹으려고 젓가락을 부딪쳤다.

나는 선어의 감칠맛을 결정하는 3대 요인으로서 첫째, 수온을 꼽는다. 찬물에서 서식하는 물고기가 따뜻한 물에서 서식하는 물고기보다 더 탄력이 있다. 둘째, 운동량이 많은 물고기가 더 탄력이 있는데 서해의 조차가 세계적으로 으뜸이다. 셋째, 먹이의 다양성으로 양식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