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식 한국SR평가원장

엔론 사건은 은퇴 연금을 자기 회사 주식으로 투자했던 수만 명의 엔론사 직원들과 일류 기업이라는 성공 신화에 홀려 주식을 투자했던 일반 시민들이 피해가 컸다. 90달러에 달하던 주식이 40센트로 폭락하여 주식은 그대로 휴지 조각이 되어 버렸다.

엔론 파장은 미국인들의 신뢰를 뿌리째 흔드는 비극적 파산이다. 기업과 정치에 대한 신뢰를 앗아간 것이 엔론사 파산의 가장 큰 손실이 될 것이다.

엔론 사건을 통해 최고경영자의 독단적 경영 방침과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불러일으킨 금융사고로 이로 인해 미국의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경험하였고, 이를 감시하여야 할 회계법인과의 유착 또한 사회적 지탄이 되었다.

투자 피해자들 역시 단기 고수익에만 관심이 있고 엔론의 사업형태, 단기간의 급성장에 대한 배경 등에 일고의 의심도 하지 않은 투자자들의 무지가 잘 어우러진 사건이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엔론 사건을 경험한 미국 정부와 의회는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위해 기업범죄를 보다 엄격하게 통제하기 위해 형사법을 강화하고, 철저한 회계감사를 위해 Sarbanes-Oxley법을 제정하였다. 동법은 기업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검사에게 새로운 권한을 부여함과 동시에 SEC의 처벌 및 불법적 수익을 몰수할 권한을 상향조정하였으며 연방 양형 가이드라인(FSGO)이 개정되어 범죄자의 수감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연방법이 아닌 주법 차원에서는 캘리포니아 주가 2003년에 기업에 대해 '3진아웃제'를 도입하였다. 기업 3진아웃제는 주법 시행 후 10년 내에 10,000달러 이상의 벌금, 민사상의 벌금, 배상 등이 발생한 범죄를 의도적으로 혹은 중대한 과실에 의해 유발시킨 경우에는 법원이 1회와 2회에 대해서는 위법행위를 주 내에 신문광고를 내도록 명하고, 3회째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주 내에서 비즈니스 활동을 정지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여 마치 자연인에 대한 사형선고와 같이 기업의 소멸을 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지멘스 뇌물 공여 사건(독일)2006년 독일의 종합 전기제조업체인 지멘스 본사 및 지멘스 프랑스, 지멘스 아르헨티나, 지멘스 방글라데시, 지멘스 베네수엘라가 거액의 뇌물증여사건으로 미국과 독일 당국에 대해 조직적인 뇌물증여행위가 인정되어 총액 13억 달러를 넘는 화해금 지불에 동의한 사건이 발생했다.

본 사건에 대해 먼저 미국 사법부는 지멘스는 내부통제규정위반 및 회계장부규정위반에 대한 벌금을 지불하고 사법거래(plea agreements)를 하는 한편 지멘스 베네수엘라, 지멘스 방글라데시에 대해서는 뇌물금지규정위반에 의한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다음 SEC는 지멘스는 위원회의 주장을 부인도 긍정도 하지 않고 부당이득을 반환하기로 하였고, 마지막으로 독일 뮌헨 검찰 판결은 이사회의 감독책임 해태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였다. 지멘스는 내부통제규정위반 및 회계장부규정위반에 대한 벌금이 부과되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에 8억 달러, 독일 당국에 3억9500만 유로의 화해금을 지불하기로 하였다.

미국의 조사를 담당한 사법부 및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멘스가 2001년 3월부터 2007년에 걸쳐 정부고위직, 제3자 기관 관계자에게 총액 약 18억 달러의 자금의 제공하였다고 고발하였는데 이러한 범죄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과 독일 당국도 증뇌행위가 국내에서도 있었다고 발표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 특별구 지방법원은 내부통제의 결여와 부정회계에 의한 해외부패행위방지법 위반이 있었던 점을 인정한 지멘스의 화해문서를 수리하였다. 화해금의 지불과 함께 지멘스는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독립 감독원을 최장 4년의 기한으로 둘 것을 합의하고, 향후 계속되는 미국의 수사에 협력할 것을 약속하였다.

뇌물공여 사건에 관련되어 당국에 고발된 고위 직원은 없었으나 사건의 책임을 지는 형태로 CEO와 회장이 사임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공정한 거래 관행을 위해 OECD를 비롯하여 UN등 국제기관은 반부패에 대한 글로벌 스탠다드(UNGC)를 내놓고 있고 국제투명성기구(TI)도 부패방지를 위한 10대 원칙을 제시하고 있으며, 미국은 독자적으로 '해외부패행위방지법(FCPA)'을 제정하여 운용하고 있다.

경기에서 fair play가 기본 원칙이 되어야 하듯이 국제간의 치열한 시장쟁탈전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시장 진출을 확보하고 해당국 정부도 이를 보장해 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 이에 대한 국제적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데 지멘스 사건은 기업의 실천적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가늠케 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