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석 PEC코리아 대표

내일은 낚시를 가는 날, 저녁 9시뉴스에 의하면 맑은 하늘과 잔잔한 바다를 예고하였다. 바다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것이 바로 날씨이다. 다들 경험이 있겠지만 물때가 아무리 좋아도 바람이 많이 불면 파도가 높아 흔들리는 배에서 낚시하기가 매우 힘들며 멀미까지 동반한다.

또한, 배가 낚시 포인트에 진입하기 어렵고, 설혹 진입하여도 바람에 떠밀려 금방 지나가므로 시원한 조황을 기대하기 어렵다. 구름이 많거나 안개가 자욱해도 조황에 영향을 미친다.

골퍼들이 필드에 나가기 전날 설레는 마음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등 기상을 점검하는 것과 같이 조사들도 TV뉴스는 물론 기상청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서해 중북부 해상 날씨와 풍속 등을 꼼꼼히 확인한다.

새벽 2시, 즐겁게 연안부두로 가는데 신월 톨게이트를 지나자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차창에 떨어지고, 옅은 안개도 낮게 깔리고 있어 다소 걱정되었지만 일기예보를 떠올리며 현재의 날씨를 무시하기로 작정하고 나자 마음이 한결 편안해 졌다.

낚시가게로 가서 선상 명부에 이름을 기재하고 선장에게 “일기예보와 달리 비가 오고 있는데 아침이면 그치겠지요?” 라고 물었더니 “글쎄요 많은 비는 아니지만 하루 종일 내릴 것 같아 걱정입니다” 라고 하였다.

오전 7시가 조금 넘어 낚시를 시작하였으나 전날 일기예보와 달리 짙은 구름과 거센 바람이 불어 배가 꼴랑거려 서서 낚시하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검은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은 열릴 기미조차 없었다. 해가 나지 않아 얼굴 태울 일이 없어 좋으나 맑은 날에 비해 조과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낚시를 드리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질이 오기 시작하였고 잡아채서 올리는데 묵직하면서도 촐랑대는 것이 우럭인지 노래미인지 분간하기 어려워 궁금증이 커져 갈 무렵 드디어 수면위로 우럭과 노래미가 동시에 올라왔다. “아하, 그렇구나!” 두 마리가 올라오면서 서로 다른 몸짓을 하고 있어 분간하기 어려웠던 것이었다.

얼마 후, 옆에서 낚시하던 선배는 무척 힘들어하며 낚싯줄을 감고 있는데 초릿대가 많이 휘어져 있어 개우럭이 틀림없다고 확신하며 물고기가 올라올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러나 막상 건져 올리는 것을 보니 우럭 두 마리가 바동대고 있었다. 선배는 모처럼 우럭 쌍걸이에 신이 나서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으셨다.

하루 종일 보슬비를 맞다보니 머리에서 물이 흘러내리고 속옷까지 젖어 바지에서도 빗물이 떨어지고 있었으나 생각보다 물고기 입질이 활발하여 힘든 줄도 모르고 낚시에 열중할 수 있었다.

그럭저럭 오후 3시가 되어 잡은 물고기를 세어보니 방망이노래미 3수, 우럭 5수 등 총 15마리를 낚았고, 선배도 10여수를 낚아 매우 흡족해하셨다. 귀항시간이 되어 물고기를 손질하는데 드디어 하늘이 억눌렸던 울음을 터트리듯이 "우르르 쾅쾅……." 하며 장대비를 쏟아 붓기 시작하였다.

"어허 이런! 일기예보 믿을게 없다니까요!" 주변 동호인들이 한마디씩 하였다. 나는 비가 오건 말건 물고기 손질을 서둘러 끝내고 황급히 낚시도구를 챙기고 나서 선실로 대피하여 대충 수건으로 머리와 옷을 닦고 선실에 있는 히터 근처에서 허리를 펴고 누우니 솜처럼 젖은 몸에 따뜻한 기운이 밀려오면서 스르르 잠이 들었다.

나는 한 숨 자고 일어나 선장실로 가서 선장에게 오늘 굳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런대로 조황이 괜찮았는데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선장은 “글쎄요. 선장 생활한지 30여년이 지났는데 가끔 이런 날도 있어요. 아마 새벽이 불던 바람이 차츰 잦아들면서 낚시하기 편해졌고, 배가 낚시 포인트에 진입하기 쉬웠으며 또한, 일주일 만에 출조하는 것이라서 포인트에 물고기들이 많이 모여 있던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라는 답변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