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수영 변호사

김씨의 직업은 교사이다. 김씨는 평소 안면이 있는 이씨의 권유로 A사에 많은 돈을 투자했다. 그런데 A사는 이후 세무서에 의해 직권 폐업이 되었다.

이로 인하여 김씨뿐만 아니라 다른 투자자 수십명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말았다. 피해액만도 수십억에 달했다. 김씨는 인터넷 게시판에 수차례에 "이씨가 BBK와 똑같은 수법으로 운영하였다“, ”나는 금융 피라미드 사기단에 속아 투자금을 잃었다"고 하면서 자신이 투자를 권유받은 내용, 많은 돈을 투자하게 된 경위, 투자 이후 이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의 내용, 통화 내용과 함께 피해자들의 제보를 촉구하는 내용의 글이었다.

한편, 김씨는 A사와 이씨 이름 일부를 가려 비실명으로 처리하였다. 이씨는 김씨는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다. 김씨는 명예훼손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게 될까.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이 경우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경우에는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지 않게 된다.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적시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한다.

이와 함께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하여야 한다(대판 2004도3912). 대법원은 ‘신학대학교의 교수가 출판물 등을 통하여 종교단체인 구원파를 이단으로 비판하는 과정에서 특정인을 그 실질적 지도자로 지목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사실을 적시한 사안’에서 이는 비방의 목적에서라기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한 행위라고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대판 94도3309).

사안의 경우, 김씨가 자신이 투자를 권유받은 내용, 많은 돈을 투자하게 된 경위, 투자 이후 이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의 내용, 통화 내용과 함께 피해자들의 제보를 촉구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은 유사한 피해의 발생을 막으려는 의도로 볼 수 있는 점, 게시글에 “비비케이(BBK)와 똑같은 수법의 금융피라미드 사기단”이라는 다소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긴 했지만 이씨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이라고 보기 어렵고, A사와 이씨 이름 일부를 가려 비실명처리한 점 등을 감안할 때 명예훼손 정도도 크지 않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김씨가 이씨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볼 것은 아니다. 대법원의 견해이기도 하다(대판 2015도1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