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식 한국SR평가원장

기업범죄의 사회적 비용

법경제학자들의 관심사 중 하나가 범죄에 의한 사회적 비용인데 기업범죄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을 조사한 조금 오래된 통계가 있다.

기업범죄는 노상범죄(street crime)와는 달리 물리적 성격의 범죄가 아니기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 다만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피해에 대한 사회적 비용만큼은 막대할 것이라는 추론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이다.

1995년 미국 사법부는 개인적 사기의 위법행위에 대한 손실액은 년간 4,000만 달러로 추산하였는데 조사 응답자 중 31%가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방법으로 1998년 Koening의 계산에 따르면 결함상품, 독점적 행위 혹은 이와 유사한 소비자와 관련된 행위에 의한 손실을 매년 1억7400만 달러에서 2억 3100만 달러의 규모가 시산되었다.

정부규제 위반에 의한 납세자의 비용은 1000만 달러에서 2000만 달러로 추계되고 있다. 기업이 발생시키고 있는 환경, 위생 등의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매년 2조6000억 달러의 피해가 예상되며 그 중에서 1조5000억 달라가 범죄와 관련된 비용이라고 보고되고 있다.

2. 글로벌 기업의 기업범죄의 사례

일반적으로 범죄학에서는 범죄 원인을 생물학적 원인, 심리학적 원인, 사회학적 원인, 문화적 원인에 의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기업범죄의 경우도 이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으며 대체적으로 사회학적 원인과 문화적 원인이 기업범죄 사례에서 다수를 점하고 있다. 사회학적 원인은 일종의 관행으로 해석되면서 죄의식에 둔감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과대광고를 들 수 있는데 경쟁사 광고보다 확대 혹은 과대하게 광고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경쟁자로부터 학습(learned from competitors)한 결과로 보여 진다.

또 사회적 강자나 통제자의 위치에 있는 자의 범죄도 스스로 잘못을 쉽게 은폐하거나 노출되지 않도록 작업을 하기에 외부에서는 범죄 사실을 전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문화적 원인은 기업범죄에 대한 범죄의식을 갖지 못하게 하는데 예로 조직적으로 벌어지는 경우는 조직적으로 은폐가 가능하며 외부에서는 발생사실 자체를 모를 경우가 있다.

James Tompson은 기업에 의한 범죄행위는 조직성 이외에 집단성을 들고 있는데 엘리트 집단이 조직 전체 의사를 결정하는 소수집약형 지배구조의 경우 범죄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엔론 사건을 비롯하여 각 국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던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기업범죄의 발생 배경, 유형, 결과에 대해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

포드사의 핀토자동차 사건(미국)
1970년대 미국의 자동차 시장은 대형차 위주의 시장으로 유럽 소형 자동차 제조자는 미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었다. 이에 자국의 소형 자동차 시장 확보를 위해 포드사는 핀토라는 소형 승용차를 개발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핀토는 미국 시장에서 상당히 인기리에 판매되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자동차 연료 탱크 부분에서 결함이 발견되었다. 이 결함으로 인해 자동차가 추돌시에 화재가 발생하여 다수의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하고 있음을 최고경영자에게까지 보고되었다. 당시 핀토가 판매된 수량은 150만대 이상이었으며, 동종의 연료탱크가 장착된 차종까지 합할 경우 천만대 이상으로 이들 차량 전량이 회수(recall)될 경우 비용을 감안하게 될 경우 천문학적인 금액이 되어 이사진은 개별 보상 방침으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피해자측 변호사들은 discovery(증거개시)제도를 활용하여 포드사에 핀토의 설계도면, 과거 사고기록, 사고에 대한 회사 방침 등 다양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데 문제는 경영진이 핀토의 설계에 결함이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밝히는 한편 과거 포드사에 불만을 품고 퇴직한 근로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포드사를 압박하기 시작하였다.

결국 포드사에게는 배심원에 의한 거액의 징벌적 손해배상(1억2500만 달러)의 평결이 내려졌으며 포드사는 경영진의 도덕성으로 인해 소비자의 외면, 주가 폭락 등 경영상의 곤란을 경험하게 되었다.

핀토 사건은 기업이 지나치게 효율성과 이익을 조직적으로 추구한 결과로 포드사가 거듭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당시 포드사의 자동차 안전 부장이었던 J. C. Echold에 의해 제시된 '비용-편익분석' 자료에 의하면 연료탱크의 파열을 방지하는 기술적 개선에는 자동차 1대당 11달러가 소요되어 대략 1억 4천만 달러 이상의 개선비용이 소요되는 반면 피해자에 대해 개별 보상을 취할 경우 약 5천만 달러에 해결 가능한 매력적인 계산법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포드사가 간과한 것은 비용-편익 분석에 치중한 나머지 가장 중요한 기업의 명예, 브랜드 가치, 직원의 충성도, 이러한 범죄가 노출된 이후의 사회적 파장 등 결코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기업가치를 계산하지 않은 실수가 있었기에 현재에도 핀토 사건은 기업윤리를 논할 때 자주 등장하는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