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자정 무렵, 굵은 빗줄기가 베란다 창을 요란스럽게 때리고 있었다. 글쎄, 오늘 저녁 기상예보에 의하면 비소식이 없었는데 하면서 단순한 소나기로 치부하였다. 새벽 1:50분, 낚시도구를 챙겨 집을 나서는데 아내가 비도 많이 오는데 무슨 낚시를 가느냐면서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아파트 현관 앞으로 나가보니 빗줄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미 동호인들이 내차에 짐을 옮겨 싣고 나서 두 대의 차를 주차시키다보니 머리에서 빗물이 흘러내리는 등 짧은 시간에 흠뻑 젖었다. 집에서 경인고속도로에 도착할 때까지 장대비가 계속 쏟아졌고, 가좌를 지나자 빗줄기가 다소 약해지면서 서쪽 밤하늘이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 주말, 폭우로 인해 출조할 수 없었고, 7.19일 제2회 인천바다낚시 대회에는 자리가 없어 쉬었기 때문에 보름 만에 출조하는 것이라서 그런지 새시대호 가게로 들어서자 선장내외분께서 반갑게 우릴 맞아 주셨다.
나는 "지난주 낚시 대회를 잘 치렀는지요? 물고기를 많이 잡았는지?" 등 궁금한 것을 속사포처럼 질문하자 선장은 "물때는 좋았으나 만족할 만한 조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우리 배는 등수에 들지 못했다"면서 아쉬워했다.

그래서 나는 "장마철이라 염도가 낮아져 입질이 덜하고, 대물 위주로 낚시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은 아닌지요?" 하고 물어보자 "일리 있는 말이며, 전체적으로 조황이 저조했고, 낚시 대회는 대물위주이므로 어쩔 수 없었다." 라고 답변하였다.

새벽 누룽지탕을 먹고 선실에 들어가 잠을 잤다. 얼마 후 일어나 선실을 나서는데 기관장이 우비를 챙겨주었으나 그냥 선실을 나가보니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를 촉촉하게 맞으면서 낚시를 시작하였고, 자월도 앞 암초에서 외줄채비를 넣자마자 덜컥하며 큰 입질이 왔다.

“왔구나!” 낚싯대를 채고 나서 전동릴의 테크니컬 레버를 젖히자 우럭이 꿈틀거리며 조금씩 끌려왔다. 올라오면서 거칠게 저항하는 것을 보니 최소 4자가 넘었고 잘하면 5자도 될 것 같아 즐기면서 천천히 끌어올렸다. 그러나 막상 잡아 올려보니 기대와 달리 41㎝ 개우럭이었다. 비록 5자는 아니지만 모처럼 화끈한 손맛을 보았으며, 그간 경험에 비추어 사리 때 개우럭을 잡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개우럭을 잡았다는 소문이 선상에 퍼지자 옆에 있던 동호인들이 축하해주며 “오늘 본부장 날이네요!”하며 입을 모았다. 오전 7시가 지나자 어느덧 비가 그치고 하늘에는 잔뜩 구름이 드리워져있어 선선하여 낚시하기에 적당하였다. 8시경 만조 때가 지나자 물살이 빨라지면서 입질이 뜸해져 물통에 있는 물고기를 세어보았더니 개우럭 1수, 방망이노래미 1수, 잔챙이 우럭 6수가 있었다. 이 시간에 이만큼 잡았으면 올해 최고 대박을 터트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9시를 넘어서자 하늘이 서서히 열리면서 햇볕이 내리 쬐자 더워지기 시작하였다. 이마에서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가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조금 전까지도 하늘을 하얗게 뒤덮었던 구름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구름의 이동속도가 이렇게 빠른지 오늘 처음 알았다.

11시를 넘어서자 덥고 배도 고파 점차 집중력이 떨어져 가는데 ‘훅!’ 하는 입질이 왔다. 재빨리 낚싯대를 휙 잡아채어 끌어올렸으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전동릴이 멈추었다가 다시 돌아가길 여러 번 반복되자 빨래판광어가 틀림없다고 확신하며 끌어올려보니 5자 광어였다. 주위 동호인들이 빨래판광어를 올렸다면서 부러워하며 “오늘 날 잡았다. 기가 죽어서 낚시 못하겠다.”는 등 시샘어린 눈길과 우호적인 말들이 오갔다.

오후에도 광어, 장대, 우럭 몇 마리를 잡았으며, 폭염 때문에 낚시하기 싫었지만 계속해서 입질이 오고 있어 낚시에 열중할 수밖에 없었다. 오후 2시를 넘어서자 어느덧 더위도 한풀 수그러지고 선선해져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느새 새파랗던 하늘이 온통 먹구름으로 가득 차 있어 장마철 날씨의 변화무쌍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