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말, 동호인으로부터 급작스럽게 내일 목포에 가자는 연락을 받고나서 허둥지둥 서두르기 시작하였다. 사실, 목포 권에서 낚시한 경험이 전혀 없어 어떤 채비를 준비해야 하며, 대상어종과 미끼는 무엇인지 자세히 모르는 상태에서 이것저것 챙겨 자정에 집을 나섰다.

2001년 12월, 서해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 군산까지 내려간 적은 있으나 목포까지 차량으로 가본 적이 없어 새로운 길을 간다는 설렘과 5월초 대전팀에서 목포에 출조하여 2시간 만에 아이스박스 2개를 채웠다는 사진이 오버랩 되면서 흥분과 부푼 기대감에 들떠 심야의 한적한 고속도로를 쏜살같이 내 달렸다.

5월 31일 새벽 3시, 목포에 도착하여 약속장소인 북항 ‘신일낚시’가게를 찾아가니 3시 반에 불과하였다. 그곳에서 선장님과 목포 조사들로부터 구체적인 낚시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우리는 포장마차에서 매운탕으로 새벽식사를 마치고, 대전팀과 합류하여 북항 선착장으로 갔다.

북항에 정박하고 있는 대부분의 낚싯배들은 승선인원 3명인 소형선박이라서 우리는 부득불 두 대의 배를 빌려 나누어 타고 독립적으로 낚시할 수밖에 없었다. 두 대의 배는 북항과 유달산을 뒤로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달렸고, 유달산이 붉게 물들면서 동이 트기 시작하자 올망졸망한 섬들이 눈에 들어왔다.

목포의 농어낚시는 인천의 배낚시와 달리 원투대를 사용하며, 20호 봉돌 아래로 1m정도 목줄에 6~7호 바늘을 달고, 농어가 있음직한 포인트나 길목에 던져 넣은 다음 초릿대를 유심히 관찰하다가 입질이 오면 낚아채는 선상에서 하는 원투낚시이다. 또한, 통상 1인당 대여섯 낚싯대를 부챗살과 같이 활짝 펼쳐 놓고 강태공처럼 기다리는 낚시이기도 하다.

사용하는 미끼는 홍갯지렁이와 청갯지렁이로서 홍갯지렁이는 1㎏당 7만원이므로 한우 값보다 비쌌지만 청갯지렁이는 한 마리당 천원으로 저렴하였다.

포인트에 도착하자 나는 서해안 우럭채비로 도전하기로 작정하고 낚싯줄을 내려니 수심이 4m에 불과하고 뻘바닥이라 푸석거렸다. 내 상식으로 이런 뻘에서 무슨 물고기를 잡겠다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워 선장에게 물어보니 농어가 회유어족이므로 이 길목에서 기다리다보면 잡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래! 그럼 어디 한 번 기다려보자. 새벽 6시부터 시작한 낚시가 8시가 지나도록 전혀 어신이 없었다. 인천 같으면 벌써 몇 마리 잡았을 시간인데 하면서 선장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목포 근해에 물고기 씨가 말라 나그네고기를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요?” 선장은 “맞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근해에 잡을 만한 자생 물고기가 별로 없으며, 철따라 남쪽에서 올라오는 물고기를 잡는데 요즘은 농어 철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에 몇 마리 잡지 못했다”고 하였다.

아하 그렇구나! 이와 비슷한 곳이 강화도 해역인데 그곳도 뻘이라서 잡어들과 계절별 회유어종인 밴댕이와 숭어 등을 잡고 있어 때를 맞추지 못하면 거의 재미를 볼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약한 입질이 있어 채어보면 장어와 복어 치어  등이 간간이 올라왔다. 점심식사를 하고 나자 갑자기 선장이 “붙었다!” 하면서 힘차게 낚싯대를 채는 것을 보고 있자니 4자 농어가 힘차게 올라왔다. 모두들 바짝 긴장하여 초릿대를 노려보다가 입질이 오면 농어를 잡아냈다.

그러나 농어 3마리와 감성돔 한 마리를 올리고 나자 그것으로 입질이 끝났다. 저쪽 배에서도 우럭 2마리와 장어, 딱돔 치어를 몇 마리 잡고 끝났다. 얼마 후, 선장은 더 이상 기다려도 농어가 다시 오지 않으므로 철수하자고 귀항하였다. 

나는 농어 한 마리도 잡지 못하여 빈 아이스박스를 메고 천천히 걸어 신일낚시에 도착하여 간단히 조황보고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러갔다. 목포의 명물인 병어회, 홍어회와 세발 낙지 등 푸짐한 안주와 함께 소주를 마시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