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는 건물사용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은 여성인 이 모씨에게 공공장소에서 욕설을 하고 자신의 성기를 보인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폭행하였다.

김 씨가 출동한 경찰을 상대로 폭행한 것에 대하여는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게 되는데에는 김 씨 자신도 아무런 이의가 없다.

그런데 자신의 성기를 보인 것에 대하여 강제추행죄로 처벌받는 것에 대하여는 할 말이 많다.

김 씨로서는 단지 자신의 성기를 보일 뿐, 이 모씨에게 어떠한 신체적 접촉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연 김 씨의 성기노출에 대하여는 강제추행죄가 적용되지 않는 것일까.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에 따르면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등 참조).

요컨대 추행이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유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대방인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어야 한다.

판례 중에는 피고인이 엘리베이터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피해자들을 칼로 위협하는 등으로 꼼짝하지 못하도록 자신의 실력적인 지배하에 둔 다음, 피해자들에게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일으키는 자신의 자위행위 모습을 보여 주고 피해자들로 하여금 이를 외면하거나 피할 수 없게 한 행위는 강제추행죄의 추행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10.2.25. 선고 2009도13716 판결)

사안의 경우, 김 씨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의 성기를 보였을 뿐 이 모씨에게 어떠한 신체적 접촉을 한 사실은 없는 점, 자신의 성기를 보인 곳은 폐쇄된 공간이 아닌 공공장소이고, 피해자의 이 모씨로서도 이를 외면하거나 피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가 있는 이상, 이 모씨의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김 씨의 성기노출은 강제추행죄가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