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석 PEC코리아 대표

낚시인들은 풍성한 가을이 오면 하늘은 높고 물고기는 살찐다는 뜻으로 ‘천고어비’라 칭한다. 10월 초, 낚싯배를 예약하였으나 부산과 울산 등 남부지방을 물바다로 만든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출조가 취소되었다.

급히 다른 날을 알아보니 물 때 좋은 날은 이미 만석이었고 4물 날 2자리가 비어 있어 예약을 하였다.

출조 당일, 새벽에 짐을 챙겨 주차장에 내려가 목선배를 기다렸으나 시간이 지나도 오질 않아 전화를 드렸더니 주무시다가 일어났다며 기다리라고 하셨다. 40분이 지나서 오셨고, 차를 급하게 운전하여 정릉터널에 이르니 도로포장을 하고 있어 또 30분이나 지체되었다.

신진도에 도착하니 새벽 4시가 넘었고, 서둘러 승선명부를 기록한 후 배에 올랐다. 자리 추첨은 이미 끝났고, 자리를 확인해보니 좌측 선미 끝자리와 한자리를 건너 자리로 배정되어 있어 목선배에게 중간자리를 잡게 하고 나는 맨 뒷자리를 잡았다.

격비도가 멀리 보이는 곳에서 낚시가 시작되었다. 선장은 바닥을 찍고 한 두 바퀴만 감고 낚시를 해보라고 하여 바닥을 확인해보니 개흙과 자갈로 이루어졌다. 잠시 후 선수 쪽부터 입질이 들어오면서 연달아 우럭이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내 좌측에 있는 동호인에게 입질이 왔고 내 차례가 되어 잔뜩 긴장하며 기다렸으나 아무 소식이 없었다. 낚시채비를 올리라는 신호가 울릴 때 작은 입질이 와서 감아올리는데 우럭과 달리 촐싹거리는 느낌이어서 궁금해 하며 올려보니 고등어가 달려있었다.

다시 입수 신호가 울리고 채비를 내리자 이번에도 선수부터 입질이 오기 시작하였고, 내 차례가 되자 입질이 왔다. 챔질을 하고 나서 기다리고 있는데 또 입질이 와서 들어보니 묵직하여 지체 없이 전동릴을 감았다. 나는 우럭이 버둥거리는 감미로운 느낌을 즐기면서 무게감도 상당하여 양손으로 낚싯대를 부여잡고 버티다보니 우럭 3마리가 올라왔다.

또 다시 낚시채비를 내리고 기다리고 있는데 입질이 왔고 들어보니 엄청 무거워 기다릴 필요 없이 전동릴을 감자 전동릴이 비명을 지르며 올리지 못하고 있어 직감적으로 대물이 ‘왔구나!’ 생각하며 수동으로 감는데 너무 무거워 낚싯대를 한번 치켜들고 내리면서 낚싯줄을 감다보니 드디어 개우럭 3마리가 올라왔다.

그 후, 포인트를 옮겨 낚시를 하였으나 어찌된 일인지 선수부터 입질이 오기 시작하여 내 우측까지 왔다가 멈추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흐르자 서서히 약이 오르기 시작하였다. 목선배와 우측 동호인은 벌써 10여 마리를 잡았는데 나는 우럭 6마리에 불과하였다.

얼마 후, 선장이 내게 와서 명당자리에서 우럭을 못 잡았다면서 핀잔을 주었다. 그래서 나는 선장에게 배를 뒤쪽부터 대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였으나 선장은 모든 동호인들이 골고루 잡을 수 있도록 배를 대고 있다면서 가급적 뒤쪽으로 입수해라, 빨간 오징어를 미끼로 쓰라는 등 이런 저런 조언을 하고 갔다.

점심 식사 후, 목선배의 조황을 확인해보니 반 쿨러가 넘었고, 다른 동호인들도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나만 우럭 6마리와 고등어 한 마리가 전부였다. 다시 한 번 선장에게 선미부터 포인트에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나는 입수신호와 동시에 낚시채비를 신속하게 내리자마자 입질이 오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선장이 선미부터 포인트에 접근시킨 것이 틀림없었다. 내가 첫 입질을 받자마자 우측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여 목선배까지 흘러갔다.

그렇게 낚시가 진행되자 나는 정신없이 우럭을 잡아 올리기 시작하였다. 배를 댈 때마다 어김없이 입질이 왔으며, 한 마리 또는 쌍걸이로 이어졌고, 그 기쁨과 손맛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얼마 후 입질이 뜸해지자 쿨러를 확인해보니 반 쿨러가 넘었다. 역시 배낚시는 선장에게 달려있었다. 여밭 낚시에서는 자리와 무관하지만 어초, 침선 낚시의 경우 선장이 어떻게 배를 대느냐에 따라 대박과 쪽박으로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