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석 PEC코리아 대표

오늘은 목선배와 서해 먼 바다로 나가기 위해 연안부두에서 고속정 제트호를 탔다. 새벽 4시 반에 출발한 제트호는 선실에서 한참을 자고 일어나도 여전히 서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제트호는 최대 속도가 30노트(시속 약 50㎞)이므로 마치 물위를 붕붕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오전 8시가 되자 저 멀리 섬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하고, 나는 좁은 배 안에서 더 이상 눕거나 서지도 못하고 웅크리고 앉아 있자니 매우 지루하고 힘이 들었다. 어느덧 배의 속도가 확연히 줄면서 선장은 우리에게 낚시하라고 하였다.

선실 밖으로 나가니 파란 하늘과 인천에서 볼 수 없었던 짙푸른 바다가 나를 반기고 이름 모를 거대한 암초 섬이 내 앞에 우뚝 서 있어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선장에게 지역을 물어보니 이곳은 덕적도에서 약 15㎞ 떨어져 있는 백아도와 율도 인근 해역으로 주변에 광대섬·계섬·벌섬 등이 있으며, 전체적으로 'ㄷ'자 모양이라고 하였다.

드디어 낚시가 시작되어 외줄채비를 던져 넣고 바닥을 가늠해보니 매우 거친 암초지대라서 조심스럽게 낚시하는데 ‘툭툭’ 하는 입질이 와서 건져보니 중우럭이었다. 이어서 완만한 암초에서 봉돌이 경사면을 타고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지점에서 입질이 왔으나 생각보다 잘 잡히지 않았다.

얼마 후 목선배께서 릴대를 힘차게 치켜세우더니 전동릴을 감기 시작하는데 전동릴이 힘에 겨워 낑낑거릴 뿐 잘 올라오지 않고 있어 유심히 지켜보니 조금씩 올라오면서 초릿대가 심하게 요동을 치고 있었다. 대물이 틀림없었다. 바다를 쳐다보는데 시커먼 우럭 2마리가 버둥거리며 수면위로 떠올랐고, 이어서 선장이 뜰채를 가져와 건져 선상에 내려놓았다.

개우럭이 틀림없었고, 선장은 축하의 말과 함께 사진을 찍고 나서 선장실에서 줄자를 가져와 우럭 크기를 재어보니 한 마리는 54cm이고, 또 한 마리는 49cm였다. 선장은 인천에서 오랫동안 배낚시를 하였지만 개우럭 쌍거리를 하는 경우가 드문 일이라고 하였다.

얼마 후, 침선낚시가 시작되었으나 나는 침선낚시에 서툴러 물고기는 고사하고 낚싯바늘과 봉돌만 자꾸 뜯기자 선장은 내게 침선 높이만큼 낚싯바늘을 들어 올리라고 하여 시키는 대로 하였더니 밑걸림 없이 그런대로 낚시할 수 있었다.

주변의 동호인들이 중우럭을 올리고 있지만 나만 입질이 없어 목선배에게 물어보았더니 일단 봉돌을 바닥에 대고 있다가 조금씩 감으면서 해보라고 하였다. 그래서 밑걸림을 각오하고 바닥에서부터 천천히 올리고 있는데 ‘턱’하는 입질이 와서 지체 없이 낚싯대를 들어 올리자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올릴지 말지를 고민하다 조금 더 버티며 조금씩 낚싯줄을 감는데 ‘토독’하는 입질이 왔다. 그러나 입질이 약해서 챔질을 하지 않고 기다리자 ‘토도독’하는 입질이 와서 낚싯대를 들자 엄청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나는 전동릴의 레버를 위로 젖혔으나 잘 올라오질 않아 수동으로 감는데 초릿대가 버둥거리며 촐싹거리는데 우럭인지 노래미인지 감이 잘 잡히질 않았다. 어느덧 물고기가 수면으로 떠오르자 윗바늘에는 우럭이 아랫바늘에는 노래미가 잡혀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식당 아줌마가 물통에 있는 노래미를 걷어가 회덮밥과 매운탕을 만들어 주었다. 선상에서 처음으로 자연산 활어로 만든 회덮밥을 먹어보니 꿀맛 같았고, 매운탕은 어찌나 시원한지 맛을 두 공기나 먹었다.

점심식사를 하고나자 나른하여 별 생각 없이 낚싯대를 들고 있는데 갑자기 낚싯줄이 팽팽해지면서 초릿대가 휘어져 신속하게 낚싯대를 잡아채고 올려보니 광어가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흥분하여 다급하게 “뜰채!”하고 외치자 선장이 뜰채를 들고 달려와 광어를 떠서 배안에 내려놓았다. 나는 광어를 뜰채에서 꺼내보니 생각보다 작은 씨알이었다.

그렇게 낚시를 끝내고 오후 2시 반에 백아도를 출발하여 3시간 반이나 항해하여 오후 6시경 연안부두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