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식 한국SR평가원장

본 절은 인간이 사회생활을 영위하면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조직과 연관되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부정에 대해 일차적으로 이를 어떻게 예방하여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조직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해 법은 최소한의 잣대이며 보다 고차원적인 윤리의식을 통해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선 혹은 행복에 도달할 것이라는 확신에는 ‘우선 법부터 지키라’는 중요한 전제가 깔려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법령준수는 윤리의식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법령준수와 윤리의식이 따로따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발전에 따라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와 함께 변증법적으로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각 국이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서둘러 준비하는 배경에는 결국은 조직의 법령준수가 기업의 생존력, 경쟁력과 직결되고 있음을 많은 불법적 사례에서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컴플라이언스를 위한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양형가이드라인(FSGO)으로 기업범죄를 통제하는데 상당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평가되어 많은 국가가 미국의 이 제도를 도입하거나 응용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유럽의 일부 국가 특히 독일의 경우는 미국과 유럽의 기업문화와 범죄 양상에서 다소 차이가 있어 미국의 제도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독자적인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외국계 컨설팅 회사가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만 국내 역시 기업문화, 개인적 윤리관에 의해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1. 미국의 양형가이드라인 (FSGO) - 1991년 양형가이드라인

1970년대에 미국에서 발생한 두 가지 대형 부정사건 즉 워터게이트 사건과 록히드 사건을 계기로 컴플라이언스의 중요성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 후 본격적으로 컴플라이언스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 1991년에 시행된 연방 양형가이드라인이다. 연방 양형가이드라인은 연방법상 범죄에 대한 연방법원의 형량 재량의 기준을 명확히 그리고 공평하게 하기 위해 작성된 하나의 가이드라인이다.

이 가이드라인의 특징은 먼저, 양형을 결정함에 있어 피해자에 대한 구제를 가장 염두에 두었다는 점인데 법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는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회사에 대해 금전적인 배상을 포함한 피해의 원상회복을 조건으로 한 보호관찰의 재결이 가능하게끔 하여 피해의 원상회복을 벌금형에 우선하여 피해자의 사회적 복귀를 도모하고 있다.

다음은 기업범죄에 대한 형량 결정을 컴플라이언스 관리와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양형가이드라인이 밝히고 있듯이 "유효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양형을 경감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한편 이러한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벌금형을 선고하기 전에 유예기간을 두어 프로그램을 작성, 실시할 것을 전제로 보호감찰을 할 수가 있도록 한 점에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징은 기업에게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구축을 위한 ‘당근과 채찍’ 정책을 활용하여 많은 기업이 컴플라이언스 관리체제를 마련하게 하는 동기가 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기업을 포함한 조직의 위법행위에 대한 양형 지침이 명기되어 있는데 이 가이드라인에는 주식회사, 정부기관, NPO 등의 조직도 대상에 포함되어 사기, 환경오염, 자금세탁, 독점금지법 위반, 뇌물죄, 탈세, 약물 위반 등의 위법행위에 대한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기준이 되는 벌금에 법원이 판단한 유책성 점수(Culpability Score)에 의한 승수 계산방법으로 산정된다.

조직의 유책성 점수 산정에는 주로 6가지 관점에서 이루어지며 벌의 강화 요인으로 ① 범죄행위에 관한 관여와 용인의 정도 ② 형사 범죄만이 아닌 민사 혹은 행정지도 등 조직의 전력 ③ 법원으로부터 명령위반의 전력 ④ 수사방해의 4가지 요인을 지정하고 있다. 한편 벌금을 경감하는 요인으로서는 ① 효과적인 법령준수, 윤리 프로그램의 존재 ② 책임을 인정하고 정보개시 등 수사에 협력적이었는지 여부를 가지고 점수를 환산한다.

따라서 같은 부정행위를 일으켜도 사내에서 이를 방지할 제도를 갖고 있는지 여부, 수사에 협력하였는지 여부와 그렇지 않은 경우 최대 80배의 징벌적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또 종업원이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도 조직이 통상적으로 법률준수에 최선을 다하였다면 예외가 인정되어 벌금액은 대폭적으로 줄어든다.

이를 연방 양형위원회는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어떤 렌터카 회사가 고객에게 불필요한 수리비용을 청구한 사례를 들고 있는데 이 경우 통상은 685만 달러의 기본적인 벌금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