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수영 변호사

김씨는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하였다. 위 사망에 대하여 김씨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한편 김씨가 다니는 A회사의 노사간 단체협약에는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을 결격사유가 없는 한 6개월 내 특별채용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김씨는 조합원이었다. 김씨의 유족들은 이에 따라 김씨의 자녀를 특별채용해 줄 것으로 A회사에 요구하였다. A회사는 단체협약의 위 규정은 그 효력이 없다고 하면서 김씨 유족들의 요구를 거절하였다. 단체협약상의 특별채용규정은 과연 효력이 없을까.

건설경제신문의 2015. 6. 24.자 보도기사에 의하면, 상위 30개 대기업 중 11곳의 노사단체협약사항에 ‘조합원 자녀 우선채용’ 규정이 있다고 한다. 이중 우선채용 등 소위 ‘고용세습’ 규정이 있는 사업장은 11개소(36.7%)이며, 법상 복수노조가 보장되어 있는데도 유일 교섭단체 규정을 둔 사업장이 10개소(33.3%)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고용부는 위와 같은 내용의 단체협약을 위법한 것으로 본다. 위 ‘조합원 자녀 우선채용’은 회사의 인사ㆍ경영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고용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조합원 자녀의 특별채용의무를 이행하라는 소송이 제기되었다(서울중앙지법 2014가합17034). 위 사건에서 재판부는 “해당 단체협약은 업무능력과 관련없는 요건을 충족하는 불특정인을 근로자로 채용할 것을 강요하는 규정으로 사용자의 고용계약 체결 자유를 완전히 박탈하는 규정”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결격사유가 없는 한 유족의 채용을 확정하도록 하는 단체협약은 사실상 일자리를 물려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나아가 귀족 노동자 계급의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우리 사회 정의관념에 반한다”고 하였다.

본건의 경우, ‘조합원 자녀의 특별채용’을 담은 단체협약은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반하는 약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위 단체협약 중 관련부분은 그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에 근거한 김씨의 유족들의 요구를 들어줄 것은 아니므로 A회사의 거절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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