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석 PEC코리아 대표

평소 주말에 낚시를 다녔는데 지난 주 해외 출장을 다녀와서 출조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인천을 비롯한 서해안 주요 낚시 항구의 조황 정보를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인천은 물론 각 항구마다 대박 조항을 알리는 사진과 글들이 도배되듯 올라와 있었다. 나는 마음이 급해져서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여 귀국 보고를 마치고 몸이 피곤하다는 핑계로 휴가를 신청하였다.

시차적응으로 지루하고 피곤했던 하루가 지나고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곧장 귀가하여 낚시 도구들을 점검하기 시작하였다. 전동릴에 배터리를 연결하여 동작 상태를 점검하고 외줄채비, 봉돌, 도래, 낚싯바늘 등을 꼼꼼히 확인한 후 짐을 꾸렸다.

새벽 2시, 그토록 기다리던 출조 시간 되었다. 나는 평일에 출조하는 것이라서 그런지 비록 어색하지만 풍어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었고 지난 주 건너뛰었기에 몹시 설렜다. 물때 최고이고, 일기예보에 의하면 바람 없는 맑은 날씨라고 하였다. 배에 올라보니 출조 인원도 15명에 불과하여 대박예감이 들었다.

아침 7시경 자월도 근처에서 낚시를 시작하였다. 우럭 채비를 입수시키자마자 ‘툭. 툭.’하는 시원한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살짝 낚싯대를 들어 올리자 버둥거리는 느낌이 와서 전동릴를 서서히 감아올려보니 2자 우럭 한 마리가 올라왔다.

내 예상대로 입질이 활발하였고 우럭과 노래미가 계속 올라왔다. 주로 여밭 포인트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데 한 순간 낚싯대가 쑥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왔다. 낚싯대를 위로 들어 올렸으나 올라오질 못하고 폐그물에 걸린 듯 한 느낌이 들었다. 힘을 주어 낚싯줄을 당겼더니 예상외로 무겁게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후드득하는 느낌이 왔다.

왔구나! 아주 천천히 릴을 감기 시작하는데 한 순간 무게감이 사라지고 물고기가 빠져 나간 것 같은 느낌이 들다가 잠시 후 다시 후드득거렸다. 입질과 올라오는 동작을 감안할 때 광어가 틀림없었다. 바닷물을 보면서 낚싯줄을 감다보니 하얀 자태를 뽐내며 광어가 숨을 헐떡이면서 올라왔다.

오전에는 주로 우럭과 광어가 올라왔으며, 오후에는 대부분 팔뚝만한 장대가 버둥거리며 힘 좋게 올라왔다. 특히 장대 쌍걸이를 올릴 때에는 개우럭이 올라오는 것으로 착각하여 바짝 긴장도 하였다. 장대의 입질은 노래미와 흡사하여 톡톡 하는 듯하며, 광어와 비슷하게 올라와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선장은 모처럼 물고기가 잘 나오고 손님들도 좋아하자 오늘은 일 년에 단 하루 있는 단골손님들을 위한 서비스 날이므로 비록 기름 값이 더 들어도 개의치 않을 테니 새로운 포인트도 발굴하는 등 마음껏 낚시해보자고 하였다.

그래서 손님들뿐만이 아니라 선장도 틈만 나면 선장실에서 나와서 낚시를 즐겼고, 물고기를 잡을 때면 우리와 같이 즐거워하였다. 더욱이 사모님과 기관장도 모두 낚시에 열중함에 따라 우리가 우럭이나 노래미, 장대 등을 잡아도 사진 촬영은커녕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어느덧 즐거움과 탄성 속에 낚시가 끝나고 조과를 보니 나는 우럭 7수, 광어 1수, 장대 8수 등 총 16마리, 친구는 우럭 7수, 장대 5수 등 총 12마리를 잡았다. 집에 와서 회 5접시를 뜨고 나자 힘이 쭉 빠졌다.

그러나 남은 생선을 처리해야 하므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선장 말씀대로 장대 4마리의 배를 가리고 내장을 버린 후 비늘과 등지느러미 등을 제거하고 수돗물로 잘 시쳐서 살짝 소금을 뿌리고 건조 망에 넣어 베란다에 걸어 놓았다.

다음날 저녁 퇴근하여 베란다에 건조중인 장대를 확인해보니 꼬들꼬들하게 잘 말라 있어서 아내에게 구워달라고 하여 먹어보니 단백하고 고소한 맛이 우럭이나 노래미와 비교할 수 없이 맛있었다. 다음부터 장대를 잡으면 무조건 말려서 구워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