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석 PEC코리아 대표

4자 개우럭을 잡고 나서 점심식사 후 오후에도 낚시를 계속하였으나 생각만큼 우럭이 잘 잡히지 않았다.

오후 3시가 되자 선장은 날씨도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낚시하시느라 고생하셨다며 귀항을 선언하였다. 쿨러에 있는 우럭을 세어보니 14마리, 반 쿨러를 잡았다. 다른 동호인들도 10마리 내외이고 목선배님께서 20마리로 장원을 하셨다.

나는 저녁 식사 때 먹기 위해 동호인들로부터 우럭 2, 3마리를 거두어 따로 보관하고, 낚시가게로 가서 사장에게 오늘 잡은 물고기를 보관해 줄 것을 요청하였더니 냉동고에 공간이 없다며 완강하게 거부하였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다. 물고기 보관에 대해 여러 가지 방법이 나왔으나 실효성이 적어 고민하던 차에 선장이 오면서 사장과 협의하여 냉동고에 보관하기로 합의하였다.

오늘밤 우리가 묶을 곳은 옥구군에 있는 퇴직하신 선배 댁이었다. 옥구군은 1995년 군산시에 통합되었으며, 금강과 만경강이 각각 북부와 남부를 지나 서해로 유입되며 넓은 평야지대가 발달하여 주요 곡창지대를 이루는 곳이다.

마을 입구에서 좁은 농로를 지나 교회 앞에 이르자 마당이 시원한 아름다운 한옥이 나타났다. 선배는 정년퇴직 전에 고향집을 새로 단장하고 퇴직 후 귀향하여 사신다고 하였다. 우리 차가 도착하자 선배님은 버선발로 달려와서 우리를 반기셨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분을 뵌 지가 10년도 넘은 것 같았다.

나는 우럭 회를 뜨고 나서 냉동실에 보관한 후 샤워를 하기 위해 세면장으로 가는데 선배는 나중에 씻고 한 잔 하라고 재촉하셨다. 밥상에 둘러앉자 선배는 귀한 손님들이 누추한 시골집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며 소중히 보관했던 마오타이사오춘를 꺼내 잔에 부어 주셨다. 한 잔을 들이키자 속이 확 타오르는 느낌이 들면서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렇게 술판이 시작되었고 소주 6병이 동났지만 끝날 줄을 몰랐다. 나는 동호인들에게 내일 새벽에 출조해야 하는데 너무 마시면 지장이 있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하였지만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아랑곳없이 서서히 꼭지가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우럭 라면으로 식사를 마친 후 샤워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한참을 자고 있는데 불을 켜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12시 반이었고, 목선배께서 일어나 샤워장으로 들어갔다. 나도 숙취로 인해 더 이상 잠자기가 어려워 샤워하고 옷 입고 짐을 챙긴 후 마당으로 나가 농촌의 정기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다. 01:30분, 나는 동호인들을 모두 깨우고 이불을 정리하고 나서 02:00, 비응항으로 출발하였다.

낚시가게에 도착하니 한 무리의 동호인들이 가게 문 앞에 앉아서 대기하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 앞선 동호인들이 선상명부를 적고 나간 후 확인해보니 어제와 달리 앞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선미 좌측 5자리에 이름을 적고 배로 내려가 승선하였다.

선실로 내려가 눕자마자 잠이 들었고, 시간이 흘러 깨어나 밖으로 나와 보니 망망대해에 배가 멈추었다. 어제는 왕등도 근처에서 낚시를 했는데 오늘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어디쯤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낚시채비를 준비하는데 배가 흔들리자 속이 매슥거리며 헛구역질이 나왔다. 낚시 전날 술을 많이 먹으면 어김없이 멀미가 발생한다.

침선에서 낚시가 시작되었고, 어제와 달리 넣자마자 입질이 오기 시작하며 우럭이 올라왔다. 배가 선미부터 포인트에 진입하여 우리가 먼저 잡은 것이었다. 좌측에 있는 친구에게 몇 미터를 들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무조건 바닥에서 시작하여 뭔가 걸리는 듯 한 느낌이 들면 그때 조금씩 올린다고 하였다.

그래서 나도 바닥에서 낚시를 하였는데 한 순간, ‘훅’하는 느낌이 왔다. 재빨리 낚싯대를 들어 올리자 묵직한 느낌이 왔고 전동릴을 감기 시작하는데 쉽게 딸려 올라오질 않고 이리저리 낚싯대를 끌고 가는 것이 광어가 틀림없었다. 60여m 감아올리자 하얀 뱃살을 드러내며 5자 광어가 춤을 추는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