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석 PEC코리아 대표

둘째 아들은 중학교 1학년이다. 벌써 방학을 하였으나 주 3일씩 학원을 가야하므로 실질적으로는 방학이 없는 셈이다. 적자생존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벌써부터 교육경쟁의 한 가운데 서 있어야 하는 어린 아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엊그제 출조하였으나 아들을 위해 오늘도 출조하기로 결심하고 새벽 2시, 곤히 자고 있는 아들을 살며시 흔들자 금방 일어났다. 아들은 잠귀가 엷어 제 엄마가 아침마다 “재열아!”라고 부르면 금방 일어나 등교준비를 알아서 하므로 늘 기특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아들을 조수석에 태우고 새벽공기를 가르며 인천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잠시 생각해 보니 둘째아들과 단둘이서 바다낚시를 처음 가는 것이었다. 무더위에 공부하느라 지친 아이에게 색다른 여름추억을 남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혹시나 뱃멀미로 인해 고생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새벽 3시, 연안부두에 도착하여 새시대호 가게에 들어가 선장내외께 아들을 소개하자 사모님은 “고등학교 몇 학년이에요?”라고 질문하자, 아들은 “저, 중1인데요” 라고 답하였고, 이에 사모님은 깜짝 놀라며 “키가 엄청 크고 잘 생겨 고등학생인 줄 알았어요. 지난번 큰 아들도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훤칠하고 잘 생겼던데, 아들들을 훌륭히 키우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라고 나를 추켜세웠다.

나는 “뭘요, 나야 낚시나 다녔을 뿐, 내가 한 역할이 별로 없어요.” 하면서 가게를 나와 선착장으로 향했다. 자식 자랑하는 부모를 팔불출이라 했다는데 나도 계면쩍지만 기분이 우쭐해지고 두 아들이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분명 팔불출 아버지가 틀림없었다.

07:00, 낚시가 시작되자 나는 아들에게 릴낚시 방법과 우럭채비, 봉돌, 갯지렁이와 미꾸라지 꿰는 방법 주는 등 챙겨 주어야 할 것이 제법 많았다. 이어서 나와 아들은 우럭채비를 바다에 던져 넣고 고패질을 시작하였다.

얼마 후, 아들은 어신을 느꼈는지 릴을 감기 시작하였다. 릴대의 휨으로 볼 때 확실히 물고기가 달려 있었다. 바다 속에서 머리를 내미는 것을 보니 우럭이다. 야! 이놈 봐라. 나는 아직 첫수도 못했는데 제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첫 손맛을 본 아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곧잘 우럭이나 노래미 등을 잡아 올렸다. 또한 우려했던 뱃멀미도 전혀 하지 않았으며, 나를 귀찮게 하는 일도 없이 알아서 낚시에 열중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점심시간, 나는 배에서 매주 먹던 음식이라 담담하게 먹었으나 아들은 우럭 매운탕을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보통 집에서는 공깃밥 한 그릇을 먹었는데 배에서는 수북한 공깃밥을 아주 맛있게 게 눈 감추듯 뚝딱 해치웠다.

오후가 되자 나는 서서히 지치기 시작했다. 이틀 전에 출조하고 하루건너 출조하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물고기 잡는 것도 시들해지고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였다. 아무리 낚시를 좋아하여도 체력이 고갈되면 재미와 흥미가 반감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옆에 있는 아들이 열심히 낚시하는 모습을 보니 아버지로서 꾀부리기가 어려웠다.

어느덧 낚시가 끝내고 지친 몸으로 운전하여 서울로 돌아오면서 내가 아들에게 “힘들지 않느냐?, 재미있었느냐?“ 라고 묻자 ”재미있고요, 별로 힘들지 않았어요“ 라고 답변하였다.

“그래, 그럼 다행이다. 이제야 말인데 새벽에 연안부두로 가면서 이런 저런 걱정을 많이 했었다. 오늘의 추억을 잘 간직하고 열심히 공부하여라. 기회가 되면 너와 나의 새로운 추억을 또 만들어 보자!”고 약속하였다.

집에 오자 아내는 어린 아들의 얼굴이 거뭇거뭇 햇볕에 그을린 것을 보고 안쓰러운지 손을 잡으며 “고생하지 않았느냐?, 얼굴은 따갑지 않느냐? 배고프지 않느냐? 얼른 목욕하고 밥 먹어라!”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속사포처럼 늘어놓자 아들은 “괜찮아요! 아버지가 회 뜨면 같이 식사해요” 간단히 답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