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남 의원

지난 9월 26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생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자살 사건 배경에 정규직 전환을 원천봉쇄하는 내부 인사 지침이 있었음이 드러났다고 폭로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지난 26일 관련 내부문건을 공개하고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중기중앙회의 내부 문건에는 ‘계약직 근로자의 누적 근로계약기간은 2년 초과 불가’라고 명시하고 있다면서 중기중앙회가 정규직 전환 의사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짓으로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는 등 사실상 고인을 농락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도록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또 해당 문건에는 ‘동일인의 계속되는 근로계약기간 : 11개월 초과 불가’의 내용도 있어 사실상 ‘쪼개기 계약’을 강요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앞서 국정감사를 통해 중기중앙회가 대부분의 임시직을 1개월~11개월씩 쪼개기 계약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는 퇴직금지급 회피 등을 위한 편법임을 지적한 바 있다.

해당 문건은 공문 형태로 올해 6월 30일 각 부서에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이처럼 중기중앙회는 애초부터 고인과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의사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인에게 거짓으로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며 꼬박 2년을 붙잡아 뒀다”면서 “이는 유서, 통화 녹취록, 동료 진술서에도 고스란히 밝혀져 있으며, 고인은 이미 2014년 1월과 6월 두 차례 이직의사를 밝힌 바 있고, 그 때마다 담당부서장을 비롯한 상사들로부터 정규직 전환을 암시하는 언질을 수차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러한 과정은 기간제법상 정규직 전환 시점인 2년까지 꽉 채워서 쓰기 위한 ‘악의적 기망행위’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간제법 준수에 따른 정규직 전환비용 상당의 이익을 편법적으로 취득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사회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을 보호, 지원하기 위해 정부지원자금을 받아 운영하는 공공적 책무를 가진 중기중앙회가 내부에서는 사회적 약자인 청년, 여성, 비정규직의 불안정한 지위를 이용해 착취하고 기망해 죽음으로 내몬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문건에서 드러났듯이 중기중앙회의 악의적인 기망행위가 결국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나 다름없으며 다시는 이런 참담한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 관련자들의 사법적 심판은 물론 국회 차원의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 “중기중앙회에는 아직도 전체 직원의 30%가 넘는 인원인 117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은 중기중앙회의 잘못된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물론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