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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칼럼 / 발명 못지않게 중요한 출원
2014년 08월 13일 (수) 관리자 webmaster@elenews.co.kr
   
 
  ▲ 왕연중 교수  
 

하나의 발명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발명가가 쏟는 열정과 땀방울은 그 정도를 측정할 수 없다. 때로는 인생의 반평생을 한 가지 과제에 바치거나, 전 재산을 탕진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발명품에 대한 일정한 권리는 발명가 자신에게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존중해줄 의무가 있는 것이다.


만약 십여년의 긴 시간과 수십억이라는 막대한 투자를 거쳐 완성된 발명품을, 다른 사람이 쉽게 도용하도록 방치해 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무런 이익도 보장받을 수 없는데 누가 발 벗고 나서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척하려 하겠는가. 모두들 서로의 눈치만 보며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특허권은 발명역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이다.


발명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확실하게 인정받고 싶다면, 발명즉시 특허출원 절차를 밟는 것이 좋다. 일부 발명가들 중에는 발명의 과정만을 중시하여 특허출원 절차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자세이다. 자칫하면 닭 쫓던 개 마냥, 두 눈 벌겋게 뜨고 자신의 권리를 빼앗길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발명이라 할지라도 특허출원을 거치지 않은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함부로 도용하여도 이를 제지할 근거와 권리가 없는 것이다. 또한 특허출원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도 좋지 않다. 동일한 사안이라면, 특허권은 가장 먼저 접수되는 것에 그 권리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일단 아이디어를 완성한 후에는 빨리 빨리 움직이는 것이 상책이다. 발명의 과정에는 끈기를 지닌 마라톤 선수의 자질을 갖추어야 하지만, 특허 출원의 과정에선 칼 루이스와 비슷한 순발력을 발휘해야 한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나만이 간직한 전혀 새롭고 독창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 또한 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디어가 남에게 유출되었을 수도 있고, 우연히 연구 과제가 중복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차 방심하는 사이, 오랜 세월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실제로 발명사의 숨겨진 일화에는 특허출원에 얽힌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19세기 초반에 갈고리를 발명한 한 인부는 특허출원을 위해 도시로 가는 도중에 아이디어를 도둑맞았다.


그는 낯선 지방에서 만난 사람과 술친구를 하다가 별 생각 없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랑해버렸다. 하루만 지나면 부자가 된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저녁, 그가 잠든 사이에 함께 술을 마시던 낯선 사내는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물론 사내의 품에는 그가 소중히 지키던 특허출원 서류가 숨겨져 있었다.


다음날 아침, 자신의 특허출원 서류가 없어진 사실을 깨닫고 부랴부랴 도시로 향했으나 헛일이었다. 그가 특허청에 도착했을 땐, 이미 누군가에 의해 특허출원이 끝난 상태였다.


여기저기 탄원도 해보았지만 그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그는 아무런 대가도 얻지 못한 채 돌아와야만 했다. 하룻밤의 실수로 어이없게도 수천만 달러의 이익을 날려버린 것이다.


반면에 알렉산더 그레햄 벨은 단 한 시간이 빨랐기 때문에 전화기의 발명가로 명성을 날리게 되었다.

필립 라이스의 송수신 장치가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진 후 약 2년의 시간이 지난 뒤에 엘리사 글레인과 알렉산더 그레헴 벨이라는 두 명의 전화기 발명가가 나타났다.


세상은 이 둘을 공공연히 비교하며 누가 먼저 특허권을 따낼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두 발명가 사이에도 미묘한 경쟁심리가 작용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먼저 출원한 사람에게 모든 권리가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1876년 2월 15일 마침내 벨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특허출원을 접수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글레인이 서류를 접수시킨 것도 바로 그날이었다. 벨은 오후 1시경, 글레인은 이보다 약 한 시간이 늦은 2시경이었다.


이 팽팽한 싸움은 결국 벨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다. 두 사안을 검토한 결과 기술적 차이는 거의 없었으므로 특허출원 접수 시간이 빠른 벨에게 특허권이 돌아간 것이다.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천신만고 끝에 발명에 성공한 글레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지금 미국은 선발명주의임.)
한 국가의 체면을 살리고 구기는 것도 단 하루의 차이로 결정되었다. 19세기 후반, 영국과 독일의 치열한 합성염료 전쟁이 그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영국의 합성염료 개발소식을 전해들은 독일측이 서둘러 특허출원을 하여, 겨우 하루 차이로 영국을 따돌린 것이다. 당시 세계 제일의 부강 국임을 자랑하던 영국의 콧대가, 후진 낙농국이던 독일에 의해 꺾인 것이다.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인 면으로나 영국이 크게 상처 입은 사건이었다.


발명에 있어 2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패배자와 승리자만 있는 것이다. 아차상이나 애석 상 따위를 바라는 사람은 평생 성공의 기회를 잡지 못한다.


선출원주의는 하루라도 빨리 출원하는 사람에게 권리가 주어진다. 천당으로 갈 것인가, 지옥으로 갈 것인가는 바로 자신의 행동에 달려있는 것이다.


특허출원이 발명의 마지막 절차임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왕연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교수
wangyj39@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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