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석

실로 오랜만에 옛 직장 동료들과 함께 낚시를 다녀왔다. 집합장소가 인천지방해양경찰청 뒤편 ‘해든나루’라고 하는데 주말마다 연안부두로 출조하였지만 다소 생소한 지명이었다. 새벽길에 설왕설래하면서 인천항 앞에 도착하여 좌우를 살피다가 늘 다니던 좌측 연안부두 방향을 마다하고 월미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해양경찰청 간판은 안보이고 인천역이 나와 황급히 유턴하여 지나가는 택시에게 물어보니 경찰청은 송도에, 경찰서는 연안부두에 있다고 하였다.

송도라? 지도에서 볼 때 연안부두 방향 같은데 아리송하여 모임 주최 측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니 해양경찰청과 해양경찰서가 동일한 표현이라며 연안부두 방향으로 오라고 하였다. 연안부두로 진입하기 위한 마지막 길의 신호등에서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니 늘 다니던 좌측 길 외에도 직진 길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으며, 저 멀리 어둠속으로 희미하게 경찰서 건물이 보였다.

오늘 우리가 타는 배는 어선으로서 가끔 낚시도 하는데 선적을 을왕리에 두고 있으며, 우리들의 편의를 위해 해든나루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출조자 전원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배에 올라보니 갑판도 넓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으며 선장도 인심 넉넉하게 보여 대박예감이 들었다. 

배에서 동쪽하늘을 보니 이미 푸른빛이 차오르고 있었으며 바다 쪽은 아직 박명이었다. 새벽 5시가 넘었으나 연안부두 배들이 꼼짝 않고 있어 새시대호 선장에게 전화로 상황을 물어보니 안개주의보가 발표되어 30분간 대기하고 있단다.

그러나 어선인 우리 배는 안개주의보와 관계없이 부두를 출발하였다. 선상에서 낚시채비를 챙기고 라면을 먹고 그럭저럭 시간이 지나자 드디어 덕적도와 선미도가 눈에 들어왔다. 선장은 덕적도와 선미도 중간 해역과 선미도 뒤편에서 낚시한다고 하였다. 그곳은 2주전 나와 목선배, 조관복씨가 우럭 30여 마리를 낚았던 우럭어장으로서 인천연안에서 최고의 우럭 포인트이다.

낚시를 드리우고 10여분이 지나자 친구가 잽싸게 우럭을 잡아 올리자 이어서 초보자들도 개우럭과 중우럭을 잡아 올리면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옆에 있던 초보 후배가 개우럭을 잡고 나서 낚싯바늘을 입에서 빼내야 하지만 우럭이 너무 커서 겁이 나는지 어쩔 줄 몰라 하며 허둥거리고 있어 내가 가서 바늘을 빼 주었다.
9시 반을 넘어서자 입질이 뜸해지자 하품이 나오면서 졸음이 몰려와 주체하기 어려웠다. 평소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면 새벽에 2시간 정도 단잠을 자므로 오전 낚시에 지장이 없었으나 오늘은 어선이라 잠잘 곳도 마땅치 않고 오랜만에 동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이었다.

식당아줌마가 우럭회를 내오면서 “소주 한잔씩 들고 하세요!” 라고 외쳤다. 모두 둘러 앉아 차가운 소주와 달콤 쫄깃한 우럭회를 먹으면서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낚시를 시작하였다.

오후 2시가 넘자 선장은 연안부두로 돌아가자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귀항시간이 너무 이르다고 하였더니 손님을 내려주고 을왕리로 가려면 빠듯하다고 하였다. 귀항 길에 각자 잡은 물고기를 확인해보았더니 친구가 장원으로서 우럭 13마리, 나는 우럭 10마리, 적게 잡은 사람은 우럭 3마리로서 총 50여 마리를 잡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선미도에서 해든나루로 돌아오니 짙은 해무가 사라지고 맑고 푸른 하늘과 파란 바다가 해든나루의 크고 작은 배들과 갈매기들이 한데 어우러져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우리는 해든나루 2층에 있는 식당에서 해단식을 하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