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 반에 시작된 낚시가 오후 두시 반까지 여러 장소의 어초를 누비며 우럭을 잡아 올렸고, 조국장이 4자 우럭과 5자 노래미를 포함하여 총 13마리를 잡아 장원하였으며, 대전의 김박사도 곧잘 우럭을 잡아 올렸다. 

 나는 평소 어초낚시를 기피하는 편인데 그 이유는 어초낚시를 많이 하지 않아 서툴러서 낚싯바늘은 물론이고 합사도 끊기는 일이 자주 발생하므로 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오늘도 예외가 아니어서 여러 개의 외줄채비를 뜯기자 더 이상 외줄채비도 없고, 밤새 내려오느라고 피곤하여 낚시를 포기하고 회를 떠서 동호인들과 소주를 한잔한 후 낮잠을 즐겼다. 

 낚시가 끝나고 우리는 포항 시내를 빠져나와 점심식사를 겸한 저녁식사를 하고 17시 반경에 포항을 떠나 대전으로 향하였다. 대전서 동호인들과 헤어져 우리 차로 갈아타고 쉬지 않고 달려 집에 도착해보니 밤 11시 반이었다. 참! 먼 길을 다녀왔다. 모든 게 귀찮아서 그냥 잠에 떨어졌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스박스를 확인해보니 우럭 5마리가 들어 있었고, 우럭을 손질하는데 살이 통통하여 먹음직스럽게 보였지만 내장 쪽에 허연 기름이 잔뜩 붙어 있는 것이 어째 신통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6년 3월초 인천에서 낚시하였으나 잔챙이 두 마리를 잡는데 그쳤고, 빈손으로 돌아서는데 목선배께서 저녁에 손님이 온다면서 양식 우럭 2㎏을 사서 나에게 1㎏을 주셨다. 집에 와서 우럭을 손질해보니 내장 쪽에 기름이 덕지덕지 붙어있었고, 회 맛도 시원치 않았지만 아무런 내색도 없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아내와 아이들이 회가 맛이 없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려 할 수 없이 이실직고하였던 기억이 났다. 

우럭 손질을 마치고 회를 뜨는데 4자 우럭이라면 칼에 힘이 들어가야 하지만 시원시원하게 썰렸고, 회를 먹어보니 역시 퍼석퍼석하였다. 어제, 배에서 먹을 때는 그런대로 쫄깃하여 먹을 만 했었다. 그러나 가족들은 올해 처음 먹는 자연산 개우럭 회라서 그런지 맛있다며 잘도 먹었다

. 나는 회 맛이 별로여서 그냥 초장에 찍어먹기 뭐해 동호인 중에서 대전 김박사가 가져와 먹다 남긴 여수 돌산갓김치를 깻잎에 올려놓고 회와 마늘장아찌로 쌈을 싸서 먹었더니 회가 갓김치와 어울려 시큼하면서 쫄깃하고 고소하였다. 나는 평소 동해 우럭이 서해 우럭에 비해 맛이 덜하고 생각하였는데 이번 양포항 출조에서 우럭을 잡아먹고 나서 그 차이점을 확연하게 깨달았다.

우럭의 감칠맛을 좌우하는 요인은 조류, 먹이, 수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동해 우럭은 들물 날물이 미약하므로 운동량이 서해 우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또한 양포항의 경우 어초에 가만히 들어 앉아 치어, 새우 등 비교적 손쉬운 먹이 활동을 하므로 살이 쪄서 기름만 잔뜩 껴있어 육질이 퍼석거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가장 선호하며 최고로 맛있는 우럭은 역시 백령도와 대청도의 우럭이다. 백령도 우럭은 우선 인천보다 수온이 낮은 곳에서 활동하며, 거센 조류(봉돌 250호까지 사용)로 인해 운동량이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치어는 물론 새우, 홍합, 조개, 갯지렁이 등 뻘이나 암초에서 사는 다양한 먹이를 섭취하기 때문에 육질이 단단하고 고소하다.

백령도를 제외한 타지역에서 우럭을 잡았을 경우 최상의 생선회 맛을 보려면 우럭을 잡은 즉시 피를 빼고 아이스박스에 보관해야 한다. 그 이유는 우럭, 광어 등 물고기를 잡아 물통이나 수족관에 넣어 두면 스트레스로 인해 점액질을 과다 분비하여 육질이 변하게 되므로 제대로 된 회 맛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물고기가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바로 피를 빼고 시원한 아이스박스에 보관한 후 대략 10시간 정도 지나서 회를 뜨면 우럭의 근육에 있는 이노신산이 증가하여 육질이 탄탄해져 한결 감칠맛이 좋아진다. 이와 같은 회를 선어회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