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 대한 고전적 태도는 ‘매수자 주의 원칙’에 근거하여 왔다. 이는 라틴어 표현을 빌리자면 ‘매수자 위험부담(caveat emptor)’으로 매수인이 구매 이후 발생한 모든 책임을 부담한다는 원칙이다.

기업과 소비자의 이러한 관계에서 기업은 일시적으로 품질보다 생산성 향상에 열을 올리던 시기도 있었다.

이처럼 기업과 소비자와의 관계를 A.Z.Carr는 포커게임에 비유하고 있다. 게임은 타인의 불신을 전제로 하며 간교한 배팅, 은폐와 술수 등이 포커게임에서는 절대적인 요소인데 Carr는 기업의 행태를 포커게임에 비유하면서 비즈니스의 게임을 도덕과 부도덕성의 기준이 사회에 보급되어 있는 도덕성의 관습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할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의 논문은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유발하여 비즈니스가 본질적으로 소비하는 대중에게 의지하여야 할 상황에서 소비자를 포커게임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WSJ지가 소개한 고객만족에 대한 한 기업의 사례는 이렇다.
L.L.Bean사는 의류와 신발을 주로 판매하는 회사인데 한 고객이 아직 입지 않은 쉐터 한 벌을 반품 요청하게 되는데 현재 생산되지도 않고 재고품목에도 없는 제품이었다.

사연인즉 32년전에 사별한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한 번도 입어 보지 않았고 쉐터 자체를 그리 좋아하지도 않았다는 내용과 함께 반품 대금을 요청한 것이다.

Bean사는 자신의 카다로그에 “우리 회사의 모든 제품은 어떠한 방법으로 100%만족을 할 수 있도록 보증되어 있습니다. 만일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구입한 제품이라면 언제든지 반품해 주십시오.” Bean사는 품질과 고객 서비스에 대한 열정으로 뭉쳐져 있으며 성장이 고품질의 제품이나 서비스 제공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회사의 성장계획을 축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고객만족에 대한 기업문화가 아직도 건실한 기업으로 존속하게 하는 원동력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고객만족을 외치는 기업을 많이 볼 수 있다. 선언적 의미의 고객만족은 고객을 절대 감동시킬 수 없다.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은 고객에게 안전하고 양질의 재화 및 서비스 이외에 거래외 요소에 대해서까지 철저한 신뢰 형성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정보의 격차를 이용한 부당대금청구, 알권리를 무시한 허위 과장된 광고 활동 등에 의한 피해를 넘어 이제는 단체소송의 움직임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만족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시대도 변해가고 있다. 과거 소비자보호 시대에서 소비자주권 시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점차 소비자 의식이 강해짐에 따라 ‘나홀로 소송’도 불사할 태세이다. 몇 년 전에 중국 상해에서 버스요금 1위엔 소송이 기억에 생생하다.

상해의 대중교통인 버스는 냉난방이 장착된 버스는 일반버스보다 1위엔의 추가 요금을 받는데 냉난방 버스가 냉난방 가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부당요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인데 일견 웃어넘길 수도 있겠으나 이러한 돈키호테 같은 시민들이 무장된 시민사회의식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보다 높은 의식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매수인 주의의무’에서 ‘매도인 주의의무’로 책임이 이전된 상황에서 기업의 고객 태도는 에피쿠로스의 현인들의 지적대로 “기업의 장기적인 성공은 단기적인 이익을 초월할 때에 가능”하다는 점을 새겨듣고 이에 대한 고객감동을 위한 기업의 행동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