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차량을 모는 김씨는 신호를 무시하여 운전하는 잘못으로 우회전하던 자가용을 들이받아 크게 파손시켰다.

자가용운전자인 이씨는 김씨에게 위 차량의 수리를 요구하였고 김씨는 자신이 보험계약을 체결한 A보험회사에게 수리를 맡기게 되었다.

그 결과 수리비는 2,000만원이 나오게 되었는데, 한편 이씨의 자가용 차량의 사고당시의 시가는 1,500만원이었다.

그러므로 김씨는 사고 당시의 시가가 1,500만원이므로 수리비 전부를 책임질 수는 없고, 시가 상당의 금액을 한도로 손해배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일단 김씨가 수리를 해 주겠다고 하여 수리를 맡긴 이상 수리비 전액을 모두 배상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누구의 입장이 타당할까.

대물배상책임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의 운행자 책임이 적용되지 않는다. 대신 민법제750조 등의 불법행위책임이 적용된다.

따라서 이 경우 과실의 입증책임은 피해자인 이씨에게 있게 된다. 불법행위로 인하여 물건이 훼손된 경우에 있어서의 손해는 수리가능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수리가 가능한 때에는 그 수리비용이 수리가 불가능한 정도로 물건이 완전히 파손된 경우에는 사고당시의 교환가격(사고당시의 시가에서 고철가를 공제한 잔액)을 각 통상손해로 본다.

문제는 사안의 경우같이 훼손된 물건의 수리에 과다한 비용이 들어 그 수리비가 훼손전 물건의 교환가격을 초과한 경우에는 손해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사고 당시의 피해차량의 교환가격을 현저하게 웃도는 수리비용을 지출했다 하더라도 이런 경우는 경제적인 면에서 수리불능으로 보아 사고 당시의 교환가격으로부터 고물(고철)대금을 뺀 나머지만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1990. 8. 14. 선고 90다카7569판결 등)

대법원은 이와 같이 경제적 수리불능을 수리불능의 유형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고 이 때 피해자가 직접 수리를 맡겼던가 아니면 가해자가 피해자의 요구를 받아들여 수리를 의뢰했던가는 중요한 문제로 보지 않고 있다.

사안의 경우 대법원의 입장에 따르면 김씨는 사고 당시의 이씨 차량의 시가가 1,500만원이므로 수리비 전부를 책임질 필요는 없고 시가 상당의 금액을 한도로 손해를 배상하면 된다. 결국 이씨는 나머지 500만원에 대하여는 본인이 부담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