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의 역사는 대체로 16세기 무렵부터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일반화된 것은 19세기에 들어서부터이다. 그리고 연필이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795년 프랑스의 화가이자 과학자인 콩테에 의해서였다.

어느 화창한 오후였다.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 나와 모처럼 햇빛을 즐기고 있었다. 정말 평화로운 한때였다. 그러나 단 한 사람, 공원 한 구석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남자만은 예외였다. 그는 얼굴을 심하게 일그러뜨린 채 아주 큰소리로 짜증을 내고 있었다.

'이런! 또 부러졌군. 이래서야 스케치를 할 수가 없잖아!'

그는 몹시 화가 난 듯 손에 들고 있던 숯덩이를 내던졌다. 당시에는 밑그림을 그리는데 숯을 많이 이용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콩테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 채 한동안 그대로 앉아 있었다.

'흐음…, 그런 방법이 있었군…'

콩테는 스위스 학자인 콘라트 폰 게스너의 논문을 읽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공원에서 스케치를 한 그날 이후로 줄곧 새로운 미술도구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그는 게스너의 논문에서 흑연을 넣어 필기구로 사용했다는 대목에 흥미를 느꼈다.

'흑연을 이용한 필기구라…. 그것 정말 괜찮군. 미술도구로서 뿐만 아니라 새로운 필기도구로 쓸 수도 있겠어.'

그는 곧바로 실험에 착수했다. 그의 작은 화실이 연구실로 이용되었다. 콩테는 우선 심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처음에 흑연을 모아서 막대 모양으로 만들어 여러 날을 말려 보았으나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기에는 부적합하였다. 제일 중요한 문제는 흑연에 일정한 강도를 주는 일이었다. 그는 매일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보았으나 결과는 항상 실패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콩테는 저녁식사 도중 무심결에 접시를 만져 보았다. 그러고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접시를 만지는 순간 문제의 해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흙을 불에 구우면 이 접시처럼 이렇게 단단해진다. 만약 흑연을 흙과 섞어 반죽해서 굽는다면 어떨까?'
그는 식사를 하다 말고 바로 연구실로 달려가 다시 며칠을 실험에만 집중했다. 추측대로 실험은 대성공이었다.

그는 가마에서 검게 빛나는 단단한 흑연막대기를 끄집어냈다. 손은 기쁨으로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이것을 미리 준비한 나무막대의 홈 속에 차근차근 끼워 넣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냈다. 완성된 연필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때가 1795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