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어느 봄날, 코카콜라회사에서는 6백 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음료수 병 디자인을 공모하며 다음과 같은 조건을 내걸었다.

‘아름다운 모양일 것.’
‘물에 젖어도,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을 것.’
‘음료수의 양이 많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나, 적게 들어갈 것.’

미국의 작은 병 공장에서 일하던 18세의 루드는 코카콜라사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지금까지 트레이드마크가 되어 세계 각국을 누비고 있는 코카콜라 병을 발명했다.

아이디어를 사고자 하는 이와, 아이디어를 팔고자하는 이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실제로 많은 나라에서 기업가와 발명가들은 공개적인 아이디어 공모나 갖가지 제도적 시스템을 통해 기업가와 발명가의 만남을 이루어내고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이디어 시장에 대한 평가가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신기술 개발 능력이 부족하다’는 핀잔을 듣고 있다.

이런 불편한 상황이 전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일 큰 이유는 아이디어 제공자인 시중의 발명가와, 아이디어 수요자인 기업의 교류가 활발하지 못한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시중의 발명가들이 발굴한 값진 아이디어들을 이용하지 못하고, 반대로 발명가들은 기업이 요구하는 아이디어는 뒤로 한 채 다른 부분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같은 길을 따로 걸으면서 쓸데없이 정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신기술 개발 또한 기업과 발명가간에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양쪽에서 엇갈리게 터널을 뚫는 어리석은 작업자와 같은 상황을 연출할 것이다.

이 사실을 좀더 다른 각도에서 설명하자면 아이디어를 개발할 때, 발명가는 기업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에 귀를 기울여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만약 루드가 코카콜라 회사가 원하는 조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모양에만 치중했다면 ‘좋은 아이디어지만 우리 회사가 원하는 것은 아니군요.’라는 차가운 대답을 들었을 것이다.
기업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문제는 발명가의 아이디어가 기업의 입맛에 어땠느냐에 따라 결과가 정해진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