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산업은 한나라 산업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마치 아킬레스건을 다친 운동선수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듯, 부품소재산업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그 나라의 산업경제는 맥을 못추게 된다.

우리나라 부품소재 산업의 기술수준은 미국을 100으로 보았을 때 88.5점이다. 일본은 98.3점이다. 저가공세로 우리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중국은 69.4점이다. 그러나 이것도 2005년 기준이니 현재시점에서는 중국이 80점대에 근접했다고 보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일본이 1990년대 시작된 10년간의 긴불황의 터널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부품소재산업의 건강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본은 기계부품하면 고마쓰, 전자부품하면 닛토전공, 철강하면 신일본제철 등 기초가 튼튼한 핵심기술을 가진 중견업체들이 다수 존재한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우리는?

 
부품소재산업을 세계 일류로 만들지 못하면 갈수록 후발국에 밀리고 말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다. 녹색에너지, 스마트그리드 전력산업, 고효율기기 등 블루오션의 제조업들이 기회를 잡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국내 부품·소재산업은 전체 제조업 생산액의 41.7%, 종사자의 46.9%, 수출의 45.7%, 수입의 36.8%를 점유하는 전체 산업의 중추로서 국민경제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사업체당 종사자 수와 생산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국내 고용창출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부가가치 비중은 60%에 근접하여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97년 이후 부품·소재산업은 무역 흑자를 창출하는 원천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내 부품·소재산업의 수출은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고, 그동안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부품·소재의 대일 무역역조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범용부품·소재부문에서는 중국이 급속하게 부상하고 있어 우리의 부품·소재산업은 중국의 추격속에 일본의 장벽이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부품·소재 분야에서 국내기업들이 세계 일류화가 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세계적 일류기업들과 달리 세계시장을 주도할 핵심제품과 기술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자동차부품의 미래·고급기술의 경우 한국은 전혀 확보하고 있지 않거나 일본, 독일,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기술수준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소재산업도 지금까지 선진기술의 도입을 통한 중간수준의 제품을 생산해서 판매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기업에 핵심제품 및 기술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현재 기술수준이 선진기업들에 비해 취약할 뿐만 아니라 기술개발 노력과 투자도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부품 일류기업인 보쉬와 덴소는 엄청난 매출에도 불구하고 매출의 8% 내외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데 반해 국내 1위 자동차부품업체인 모비스는 1.3%, 다소 R&D 비중이 높다고 평가되는 만도도 3.6%에 불과한 실정이다.

일반기계 분야에서도 국내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중이 일류기업들에 비해 크게 낮다. 특히 화학소재를 중심으로 한 소재부문의 취약성이 더 심각해,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소재부문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소재부문에서 기술개발 노력이 부족하여 대부분의 핵심소재를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데 따른 것이다. 

한국 화학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용은 1.2%에 불과한 반면, 세계 100대 화학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용은 그 세 배인 3.6%에 달하고 있다.

특히 한국 석유화학소재산업의 경우 그 비중은 0.94%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철강소재산업에서도 고급·고부가가치 강재는 이미 상당부분 일본 철강업체가 선점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기술개발능력이나 생산 노하우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13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9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부품소재발전 기본계획을 심의 확정하였다.

핵심내용은 현재 부품소재 세계시장 점유율 7위를 오는 2012년까지 5위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를위해 부품소재 핵심 원천기술 수준을 선진국 대비 90% 수준으로 제고하고, 부품소재산업의 무역흑자 범위를 900억달러로 맞추기 위한 8대 핵심 과제를 추진키로 하였다.

자동차, 기계, 전자, 철강, 화학소재 분야는 어차피 우리가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이 많으니 새로운 성장동력 관련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방침인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차세대 추진동력은 △녹색성장을 뒷받침하는 100대 융복합 부품소재 핵심기술 확보 △소재자원 확보전략과 연계한 미래선도 소재기술 60개 개발 △세계시장 점유율 10%이상의 글로벌 부품소재기업 100개 육성 △수요대기업과 납품중소기업간 상생협력 기반 강화 △부품소재 전문인력 5만명 육성 △수요자 맞춤형 부품소재 정보통계 기반 구축 △50억불 외국인 투자유치를 통한 부품소재산업 고도화 △지역별 특화된 글로벌 공급기반 구축 등 8개 분야로 정리할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단기간 내에 성과창출이 용이한 부품 위주의 상용화 기술개발에 치중하였다면 오는 2012년까지 총 1조 2,893억원을 투입하여(연평균 3,223억원), 녹색성장 등과 연계한 융복합 부품소재 및 핵심 소재원천 기술개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또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을 활용하던 지금까지의 국내 완결형 기술혁신에서 해외 기술혁신자원과의 개방형 기술혁신을 본격 추진하고 수요자 중심의 지원정책으로 전환함으로써 민간기업의 체질을 강화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강하고 돈되는 특허’를 획득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세계 일류의 특허기술을 가진 부품소재 기업을 육성한다는 점이다.

부품소재산업 일류화를 화두로 내건 이명박 정부의 ‘2010 프로젝트’의 핵심은 그린에너지다. 물론 만만치 않다. 일본, 미국, 독일, 덴마크 등 우리보다 10년 이상 앞서가 있는 이 분야 선두주자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우리가 따라가기에 버거운 상대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스마트그리드 관련분야의 국내 부품소재 산업 육성은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민간기업이 더 잘 알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태양광, 풍력, 수소연료전지, IGCC(석탄가스화 복합발전) 등의 신재생에너지 분야,  CTL(석탄액화) 및 GTL(가스액화), CCS(CO2 포집, 저장) 등의 청정연료 분야, LED, 전력IT, 에너지저장, 소형열병합, 히트펌프, 초전도 등 고효율기기분야는 우리가 집중적인 노력을 한다면 최고 일류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분야들이다. 

산업연구원 정만태 박사는 부품·소재산업의 세계 일류화 방향은 세계 일류부품·소재를 개발하여 세계 부품·소재시장을 주도하는 것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한다.  현재의 주력제품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시장화 초기단계에 있거나 성장단계에 있는 제품뿐만 아니라 미래 혁신제품 및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