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협조처럼 소중한 것도 없을 것 같다. 사전적 의미도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말이다. 즉 ‘힘을 합하여 서로 조화를 이룸’ 또는 ‘생각이나 이해가 대립 되는 쌍방이 평온하게 상호 간의 문제를 협력하여 해결하려 함’이라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세상의 모든 일이 협조하면 모두 해결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실제로 개인은 물론 기업 및 국가 간에도 협조가 이루어지면 함께 발전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협조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협조다. 특히 산업재산권이 가장 큰 자산인 기업 간의 협조는 동일 및 유사 업종의 경우 신제품 개발에서 영업비밀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비밀이고 경쟁 관계이다 보니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그래도 최대한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관련 협회 등이 중심이 되어 회원 상호 간의 협조와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 즉 회원 상호 간의 신제품 개발 및 영업비밀 등의 보호에 앞장서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했으며,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조정을 통해 스스로 해결했다. 이 같은 꾸준한 노력 결과 동일 및 유사 업종 CEO 간의 신제품 개발 및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협조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즉 최소한의 비밀을 제외하고는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협조하며 함께 발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동일 및 유사 업종이 아닌 이 업종(異 業種), 즉 서로 다른 업종 간의 협조는 어떠할까? 동일 및 유사 업종보다는 어렵지 않지만 그렇다고 쉬운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상호 신뢰가 선행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뢰란 처음부터 쌓여있는 것이 아니고 쌓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 업종 CEO들도 신제품 개발에서 영업비밀에 이르기까지의 일부 중요한 비밀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협조하며 함께 발전하고 있다. 그 사례는 예나 지금이나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소개하는 사례는 이 업종 4명 CEO의 경우다. 처음 만난 곳은 오래전 서울에서 개최된 전국규모 우수발명품전시회에서였다. 시차는 있지만 모두 어렵게 스스로 발명을 하고 특허를 받아 창업까지는 성공했으나 막상 CEO가 되어 기업을 경영하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한 가지도 만만치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면 끝장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최선을 다했다.

2차에 걸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어렵게 참석한 우수발명품전시회인 만큼 발명품도 널리 알리고 수출의 계기도 마련해야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잠시도 전시 부스를 떠나지 않고 관람자들에게 직접 발명품을 설명하다 보니 하루 전시가 끝나면 녹초가 되었다. 점심시간까지도 전시 부스를 비우지 않았다. 점심 식사는 관람객이 없는 시간을 활용하여 간편식으로 해결했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처지가 비슷함을 알고 이 업종인데도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전시가 끝난 후에도 자주 만나 서로 최대한 협조하기로 약속했다. 비밀도 거의 없었다. 매월 돌아가며 기업을 방문하여 생산시설 등 모든 것을 살펴보고 기업경영 전반에 대한 설명까지 들은 후 열띤 토론부터 시작했다. 본격적인 협조는 발명품 개선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막상 자신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발명품의 부족한 면이 나머지 3명 CEO의 눈에는 보였고, 그 부족한 면을 함께 개선하여 특허와 실용신안 또는 디자인으로 출원했다. 새롭게 개선된 신발명품에는 함께 지혜를 모아 소비자의 관심을 끌만 한 작명을 하여 상표도 출원했다. 각종 정보도 공유했고 문제점도 함께 해결했다. 판매는 물론 수출까지도 협조했다. 그 결과 공통점이 없는 이 업종인데도 협조를 통해 함께 발전했다.

아직도 나 홀로 기업경영을 하고 있다면 서둘러 협조할 기업을 찾아 협조해야 한다. 내일도 내주도 아닌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상대방이 손을 내밀기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내밀어야 한다. 이것이 지금 당장은 조금 손해를 본다손 치더라도 결국은 더욱더 발전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왕연중(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전 유원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