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외국 제품을 개선하여 국내 출원을 하고 제품을 생산하려면 반드시 변리사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지난여름 개최된 모 발명품전시회에서 20여 년 만에 가깝게 지냈던 발명기업인을 만났다. 가전 생활용품을 발명하여 사업화에 크게 성공했던 CEO였다. 듬직한 체구에 인상과 인품도 좋아 거래처도 많았던 CEO였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소식이 뚝 끊겼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 발명품 관람을 미루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식이 끊긴 이유는 하던 사업의 도산 때문이었다. 불티나게 잘 팔리던 제품이 어느 날부터인가 판매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도산하여 사업을 접었다고 했다. 제품이 잘 팔리자 경쟁자들이 유사한 제품을 생산하여 저가로 판매했기 때문이었다. 실용신안과 디자인 등록을 받기는 했지만 제재할 방법도 없었다. 권리의 청구범위가 좁아 모두 침해를 피해갔기 때문이었다.

사업을 접은 후에는 무역업을 했다. 그때부터 수시로 외국 출장을 가야 했다. 재기를 위해 어느 나라이든 출장 업무를 마치는 즉시 자신이 발명하여 사업까지 했던 분야인 가전 생활용품 시장을 조사했으나 마땅한 제품을 발견할 수 없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드디어 지난봄 성능도 좋지 않고 디자인도 별로지만 아이디어가 독특한 가전 생활용품을 발견하여 사 들고 귀국했다. 선행기술조사를 상세하게 조사했으나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발명가가 제품 생산부터 했다가 신규성을 상실하여 등록이 거절된 제품이었다.

그는 해당 가전 생활용품의 국내 생산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다 보니 4개월이 지났고, 그 과정에서 필자를 만난 것이다. 마침 그의 가방 속에는 그 가전 생활용품이 들어 있었다. 발명품전시회에 동일 또는 유사제품이 전시되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비교적 조용한 장소로 자리를 옮겨 그 가전 생활용품을 함께 살펴보았다. 필자는 무엇보다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다. 다만 디자인이 너무 엉성하고 성능도 우리나라 생활 수준에는 상당히 뒤떨어진 듯했다. 이것만 개선한다면 잘 팔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필자는 제품을 살펴본 소감을 가감 없이 설명했다. 그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디자인과 성능을 어떻게 개선하여 산업재산권을 출원하고, 제품 생산 후 판매 시 경쟁자들이 유사제품을 생산하여 저가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대책을 세우는 것이었다. 마침 발명품전시회 내에는 출원-등록-생산-판매-분쟁 등 다양한 상담 코너가 있어 상담도 하고 관련 자료도 수집했다. 필자는 이론이 아닌 실제 사례를 통한 자문 후 관련 자료를 제공했다.

이후 시간을 갖고 관련 자료를 모두 꼼꼼하게 살펴본 그가 내린 결론은 우선 해당 생활 가전제품을 분해하여 부속품 및 회로 등 상세한 기술내용을 분석한 다음 우리나라 생활 수준에 맞게 첨단기술로 개선하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그가 가전 생활용품 발명가이자 생산 및 판매 경험도 있어 어려운 것이 아니었으나 그래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특허와 실용신안 못지않게 중요한 제품의 디자인은 아예 처음부터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새롭게 제작하기로 했다. 아울러 개선된 기술내용은 특허 또는 실용신안으로, 새롭게 제작한 디자인은 디자인으로, 새로운 상호와 상표는 상표로 출원한 다음 우선 심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신속한 등록을 위해서다. 더불어 특허-실용신안-디자인 등은 방어 출원까지 하기로 했다. 거의 완벽한 준비라 할 수 있다. 한 번의 실패가 큰 교훈이 되었던 것이었다. 현재는 변리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도움을 받아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왕연중(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전 유원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