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KERI) 전동력연구센터가 국내 최초로 산업용 전동기(3상유도전동기)의 효율을 ‘슈퍼 프리미엄급(IE4)’으로 개발하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이 관련 기술을 원활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까지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산업용 전동기는 전 세계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기로 우리나라도 전체 전력 소비량 중 전동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50% 이상에 달한다.

지난 2018년 전기연구원은 전 세계 전동기 효율을 3%만 향상시켜도 1GW급 원전 108기를 짓지 않아도 되고, 이것을 가치로 환산하면 약 34조 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행한 바 있다.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서는 국제 효율 표준에 따라 전동기의 등급을 일반(IE1)-고효율(IE2)-프리미엄급(IE3)-슈퍼 프리미엄급(IE4)-울트라 프리미엄급(IE5)으로 구분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부터 산업 분야에서 IE3급 전동기만 생산 및 판매하도록 하고 있지만 일부 선진국은 이미 IE4급 규제를 시작하며 앞서가고 있다.

전기연구원의 이번 성과는 국내 산업용 전동기의 80%를 차지하는 15㎾ 이하 용량의 전동기를 IE4급으로 높일 수 있는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미 IE3급 전동기도 프리미엄이라는 명칭이 붙을 정도로 수준이 높지만 그 이상의 목표를 위해 연구팀은 수년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IE3급 대비 효율이 1~2% 이상 높고, 에너지 손실도 20% 이상 줄일 수 있는 IE4급 전동기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

IE4급 달성은 효율 향상뿐만 아니라 재료비 절감도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였다.

비싼 재료로 고효율을 달성하는 것은 쉽지만 국내 중소기업이 접근 가능한 시장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에도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분야별 최고 연구기관들과 협업해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면서 고효율과 가격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연구팀은 IE4급 전동기를 산업현장에 확산·적용하기 위한 ‘웹 기반 오픈 플랫폼(URL)’도 구축했다.

기업이 고효율 전동기를 원활히 사용하기까지는 많은 연구개발 투자, 숙련된 전문가의 설계 능력, 고가의 외국산 해석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에서는 엄두를 내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전기연구원이 전자기술연구원, ㈜클루와 함께 개발한 설계 프로그램과 오픈소스 기반 해석 프로그램을 활용해 기존 대비 낮은 비용으로 오픈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이미 과제 수행 기간 동안 함께했던 기업들의 전동기 매출실적이 연평균 20% 이상 증가하는 등 큰 효과가 나타난 상황이라 향후 기술의 파급력이 기대된다.

한필원 KERI 박사는 “전동기의 설계, 재료활용, 생산 공정 데이터베이스 등을 제공하는 오픈 플랫폼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IE4급 산업용 고효율 전동기 기술에 대한 진입장벽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수요기업이 IE4급 고효율 전동기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에너지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과 홍보도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