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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김치 공정
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ㆍ공학박사
김치를 통해 보는 역사와 정치
2021년 06월 16일 (수) 이종호 elenews@chol.com
   
  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ㆍ공학박사

한국인이라면 적어도 김치, 고추장, 된장찌개 먹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김치를 우리나라의 대표 음식으로 꼽는 데 주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에게 김치 공수가 시작되며, 우주인 이소연을 위해 특별우주김치를 만들어 공급하기도 했다. 한국이 비약적인 경제 발전 등으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자 김치에 대한 시각도 달라져 그야말로 놀라운 구호들이 등장한다.

 

일본과 중국을 점령한 김치의 맛

세계에 진출하는 김치

기무치가 아닌 김치

김치의 우수성 세계에 알리기

 

김치의 위상이 달라 외국인들이 김치에 매력되어 김치를 맛있게 먹는 것이 마치 한국의 위대함을 전파하는 메신저로 설명되기도 한다. 다른 말로 말한다면 김치가 우리의 가장 뛰어난 전통 음식으로 민족의 우수성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식음식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갑자기 김치 논쟁이 한국과 중국 사이에 일어났다. 세계는 남이 잘 되는 것을 눈뜨고 보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는 한국과 중국의 김치 공정으로도 알 수 있다. 공정이라 하면 그동안 한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던 동북공정을 뜻하므로 김치공정이라는 말의 의미를 곧바로 이해할 것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20201129ISO(국제표준화기구)는 중국의 파오차이(泡菜)'국제 표준'으로 삼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중국의 공용 언론기관인 <환구시보>중국 김치가 국제 김치 시장의 기준이 되었다고 엉뚱한 주장을 했다. 한마디로 김치가 파오차이에 포함되므로 김치의 종주국은 중국이라는 뜻이다.

중국의 주장은 워낙 큰 파장을 일으켰으므로 김치의 종주국으로 알려진 한국에서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한국 김치와 중국 파오차이는 제조공정 및 발효 단계에 있어 큰 차이점이 있으므로 파오차이와 김치는 아예 비교조차 불가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한국의 김치에 대해 구설수를 만드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김치에 중요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치가 큰 논쟁 즉 중국의 김치 공정에까지 등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으로 보아 김치에 관한 한 남다른 콤플렉스가 있다는 뜻으로도 설명된다. 중국의 김치 공정에 들어가기 전에 한국의 김치에 대해 먼저 설명한다.

 

<악명 높은 김치 냄새>

김치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데는 역설적으로 악명 높은 냄새가 큰 기여했다.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한국인들에겐 김치에 얽힌 에피소드를 한둘 정도는 갖고 있을 것이다. 김치 냄새 때문에 아파트에서 쫓겨난 것은 기본이고 경찰서에 불려가기까지 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김치 냄새는 외국인들에게는 참기 힘든 냄새로 알려진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사람들이 조선 사람들을 깔볼 때 쓰는 말은 김치 냄새나는이라는 단어였다. 야만인의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김치가 현재 세계적인 식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물론 김치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던 일본인들조차 김치 냄새에 관대해 졌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김치 냄새가 무엇이냐다. 김치가 시어지면서 해로운 균이 번식하고 영양분도 떨어진다. 김치가 익고 난 뒤 젖산균도 스스로 생산한 유기산에 견디지 못해 사멸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김치 속의 효모나 곰팡이가 다시 자라기 시작해 김치의 맛이 변한다. 이때 김치에서 군내가 나고 갈색으로 변하게 된다. 또한 김치 발효는 기본적으로 혐기성 발효이므로 김치 용기의 뚜껑을 자주 열면 정상적인 맛이 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김치가 과도하게 발효되면 신맛이 강하고, 조직이 연화된다. 가장 맛이 좋을 때의 김치는 pH4.04.5로 알려져 있으며, 김치에 있는 미생물은 계속적으로 발효해 pH가 떨어지므로 알맞게 익은 김치는 냉장고에 보관해 저장하는 것이 좋다. 여러 가지 연구의 결과를 보면 익은 김치를 25도에 보관하면 그 품질을 약 1개월간 보존할 수 있다.

이런 모든 과정에 있는 김치는 발효, 즉 썩는 과정을 거친 것이므로 냄새로만 따지면 좋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 외국인이건 한국인이건 사람이 냄새에 대해 느끼는 것은 대체로 일치한다. 그런데 외국인들은 대부분 김치 냄새를 싫어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유의 식생활 때문에 이를 의식적으로 좋은 냄새로 분류하여 구수하다고 표현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음식이라 하여 무조건 그들의 취향에 맞추어야 할 필요는 없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후로마즈(치즈)도 발효 식품이라 냄새가 대단한데 그 중에서도 푸른곰팡이 즉 페니실린의 원료라고 알려지는 치즈류는 김치 냄새로 무장된 한국인에게도 보통 고역이 아니다.

한국에서 진한 냄새가 나는 김치가 태어난 것은 우리나라의 특수한 기후와 관련이 있다. 세계적으로 보아 저장 음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발효식품이고 다른 하나는 건조식품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일찍이 농업사회로 정착했다. 반면 목축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물과 풀을 찾아 부지런히 옮겨 다녀야 했다. 이들 생활 방식이 음식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음은 자명한 일이다.

농경민족은 물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으므로 벼 생산이 가능하고, 음식도 물을 이용한 국과 찌개가 발달한다. 그러나 목축지대에서는 먹을거리를 둘러싸고 전쟁과 약탈이 끊이지 않았고 자연적으로 고기를 주식으로 했으며 이로 인해 전투적인 성격이 강했다. 또한 물을 아껴야 하는 풍토상 빵이나 훈제 식품이 발달했다. 이러한 음식 문화 차이를 문명의 잣대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프랑스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 박사는 음식을 구워 먹는 요리법보다 발효시켜 먹는 요리법이 훨씬 진보한 문명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발효 식품은 불에 단순히 굽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여하튼 우리 민족은 쌀 위주의 식생활에 채소를 즐겨 먹었다. 그러나 삼한사온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기후는 계절 변화가 뚜렷하여 겨울에는 채소들이 생산되지 않고 저장 또한 어려웠다. 따라서 건조 처리나 소금 절임에 남다른 슬기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것이 바로 김치가 등장하게 된 이유다.

채소를 장기간 저장하는 방법은 건조시키거나 절이는 것이다. 그러나 건조시킨 채소를 조리했을 때 채소의 원래 맛을 잃고 영양소가 손실된다. 또한 소금에 절이면 채소가 연해지고 오래 저장할 수 있다. 소금의 삼투압 작용으로 채소의 수분을 빼앗아 미생물이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금 절임 역시 맛이 문제다. 이때 채소와 어패류를 묽은 농도의 소금에 절이면 자가효소(自家酵素) 작용과 호염성세균(好鹽性細菌)의 발효작용으로 인해 아미노산과 젖산을 생산하는 숙성 현상이 일어나고 맛이 좋은 발효 식품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원리로 태어난 것이 김치와 젓갈이다.

 

<김치의 역사>

한국에서 언제 김치를 먹었느냐에 대한 똑 부러지게 적힌 기록은 없지만 과거부터 김치를 먹었음은 틀림없다. 그것은 『시경』의 다음과 같은 글로도 유추할 수 있다.

 

밭 속에 작은 원두막이 있고 외가 열려 있다. 이것으로 저()를 담가 조상께 바치면 천수를 누리고 하늘의 복을 받는다.’

 

가 바로 김치다. 진나라 때 편찬된 『여씨춘추』에도 공자가 처음에 콧등을 찌푸려가면서 저를 먹었는데 그 후 맛을 즐겼다라는 구절이 있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 때의 『주례』에도 순무, 순채, 아욱, 미나리, 죽순 등 일곱 가지 를 만들고 관리하는 관청에 관한 기록이 있다.

중국에서 김치류인 를 오래전부터 먹었다고 해서 한국에서도 를 먹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대에 중국을 포함하여 극동아시아를 아우르는 음식문화가 존재했다고 생각하면 현재의 한국인들도 유사한 발효식품 즉 를 즐겼다고 유추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한국인이 삼국시대에 김치를 먹었다는 명백한 기록이 등장한다. 중국의 정사인 진수(陳壽, 233~297)의 『삼국지』 <위지동이전> ‘고구려조에 자의선장양(自意善藏釀)이란 글이 보인다.

학자들은 이 글이야말로 술빚기ㆍ장담기ㆍ젓갈과 같은 발효식품 기술의 총칭으로 채소발효도 함께 포함된다고 인식한다. 이 글에서 채소 발효식품을 먹었다는 것은 김치를 먹었다는 것과 다름없는데 진수의 『삼국지』 편찬 년대를 감안하면 적어도 삼국시대 초기에도 김치류를 먹었다는 뜻이다. 삼국시대에 재배되고 있던 채소로는 순무ㆍ가지ㆍ상추ㆍ박ㆍ토란 등이 있으며, 그 외에 생강ㆍ아욱ㆍ파ㆍ부추ㆍ겨자ㆍ숭(배추 종류) 등이 생산되었다. 이외에 죽순ㆍ고비ㆍ고사리ㆍ도라지ㆍ더덕과 같은 많은 종류의 산나물과 들나물 등을 채집하여 식용했다. 그러므로 삼국시대 사람들이 재배채소ㆍ채집채소 중 염장에 견딜 만한 것을 짠지류와 같은 채소 소금절임으로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물론 보다 후대인 『삼국사기』에 김치를 유추할 수 있는 글도 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제8> ‘신문왕 3(683)’에 왕비를 맞는 기록이 있다.

 

일길찬 김흠운(金欽運)의 작은 딸을 맞아 부인을 삼기로 하고 먼저 이찬 문영(文潁)과 파진찬(4등관명) 삼광(三光)으로 하여금 납채(納采)를 보냈는데 폐백(幣帛)15차이고 미주(米酒)ㆍ유밀(油蜜)ㆍ장시()ㆍ포해()135차이고 조곡(組穀)150차였다.’

 

여기에서 장시는 간장과 된장을 의미하고, 해는 어해(), 저해()등의 뜻이 있어 젓갈ㆍ김치의 총칭으로 해석한다. 채소 발효식품인 김치가 쌀ㆍ술ㆍ장ㆍ어패류 등과 함께 상용 기본 식품이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삼국시대에서 김치를 먹었음을 확인해주는 유물도 발견되어 학자들을 고무케 했다. 600년경에 창건된 전라북도 익산의 미륵사지에서 100cm 이상 되는 대형 토기들을 땅에 묻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학자들은 이들 대형 토기들의 배치나 파묻힌 형태가 겨우살이에 대비하여 김장독과 같은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속리산 법주사 경내에는 돌로 만든 독이 남아 있는데 이것은 신라 33대 성덕왕 19(720)에 설치된 김칫독으로 계속 사용되어 왔다. 김칫독을 찾기 위해 법주사를 여러 번 방문하여 경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김칫독에 대해 질문했지만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어 번번이 실패했다.

20105월 법주사의 만성 스님이 그 이유를 알려주었다. 거대한 김칫독이 일반인들은 물론 경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조차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법주사의 선원(禪院) 안에 있고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다 팻말조차 없기 때문에 김칫독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한다. 만성 스님의 안내로 선원을 방문할 기회를 받아 전설처럼 알려진 김칫독을 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법주사는 고려 숙종(12세기) 당시 30,000여 명의 승려들이 기거할 정도로 거대한 사찰이므로 김칫독도 그에 걸맞을 정도로 거대해야 했을 것이라고 만성 스님이 설명했다. 이들 자료와 법주사의 김칫독 등 실물을 볼 때 단편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고대부터 겨울에 대비해서 갖가지 저장기술이 발달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참고적으로 근래 김치도가 앞에 안내판이 설치되어 수월하게 김칫독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

김치에 대한 기록은 고려시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고려시대 이규보는 『동국이상국집』에서 김치무리 담그기를 염지(鹽漬)라고 했고, 1518년의 『벽온방』에는 무딤채국을 집안사람이 다 먹어라라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근래에 발견된 전순의(全循義)가 저술한 『산가요록』 김치의 종류가 무려 38가지나 기록되어 있다. 『산가요록』은 세종 때인 1450년경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 책에는 배추김치, 금방 먹는 김치, 송이김치, 생강김치, 동아김치, 토란김치, 동침, 나박김치 등 이름을 일일이 나열했다.

그런데 학자들은 김치라는 말 자체는 상당히 후대에 생겼다고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600년대 말엽의 요리서인 『주방문(酒方文)』에서는 김치를 지히(沈菜)’라 했다. 지히가 조선 초기에 팀채가 되고 다시 딤채로 변한 후 구개음화하여 짐채가 되었으며 다시 구개음화의 역현상이 일어나 김채로 변하였다가 후에 오늘날의 김치가 되었다는 것이다.

1715년 홍만선의 『산림경제』에서는 지히와 저()를 합하여 침저(沈菹)라 했고 지금도 일부 전라도 지방에서는 김치를 지()라고 한다. 무와 배추를 양념하지 않고 통으로 소금에 절여 묵혀두고 먹는 김치를 짠지라고 하는데 황해도와 함남 지방에서는 김치 자체를 짠지라고 한다. 장아찌류는 염장 중에 채소의 수분이 빠지면 당분이나 비타민 등이 함께 빠지는 데 비해 나박김치류는 채소의 영양분이 김칫국물로 옮겨진 채 먹을 수 있다. 나박김치나 동치미는 채소 가공 저장법의 획기적인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김치 과학>

김치의 과학성은 복잡한 발효과정으로 만들어지는 식품이라는 데서 증명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김치의 담금 원리는 양념류가 삼투압에 의해 수분이 교환되고 배출되는 것이다. 이러한 작용을 통해 채소의 풋내도 없어지며 미생물과 효소가 작용하여 김치가 숙성된다. 발효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생물의 작용이다. 저염으로 담근 김치의 경우 발효되면서 김치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곰팡이나 효모가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미생물의 발효는 김치의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김치 숙성에 가장 중요한 젖산균은 공기 중의 산소를 이용하는 호흡능력이 없는 혐기성 세균이다. 젖산균은 일반 세균에 비해 영양이 풍부한 환경에서만 번식할 수 있는데, 김치를 항아리에 담을 때 내부에 공기가 남지 않도록 하는 이유는 산소를 이용하는 미생물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치 발효에 작용하는 젖산균의 종류는 다양하다. 초기 발효에 관여하는 젖산균은 주로 류코스노토 메산트로이드(유산균)와 락토바실러스 사케이(항암 효과 및 유해 미생물 증식 억제 활성이 뛰어난 미생물). 수소이온농도가 낮아지면 젖산만 생산하는 락토바실러스 프란타룸(유산균)이 자라면서 김치가 시어져 맛이 떨어진다.

젖산균은 김치가 완전히 숙성되는 50일까지 계속 증가하다가 그 이후 약간씩 감소하고 일반 미생물은 초기 10일까지는 약간 증가하다가 50일까지 감소한 뒤 그 후 급격히 증가한다. 익은 김치는 대개 산성도가 pH 4.0~4.5 정도이고 클로스트리듐과 살모넬라균 등의 식중독균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실험에 의하면 식중독의 대표 원인균인 살모넬라균 배지에 잘 숙성된 김치즙을 넣었더니 불과 4시간 만에 살모넬라균이 소멸되었다. 장티푸스균, 이질균, 리스테리아균, 마이크로코커스균 같은 식중독 균의 생육도 억제되었다.

소금의 역할도 중요하다. 소금은 삼투압에 의해 절임과정을 유도하고 김치의 맛과 질감을 좌우하며 장기적인 보존에 크게 기여한다. 채소를 소금에 절이면 삼투작용에 의해 채소의 수분이 빠져 나오는 탈수가 일어난다. 채소에 들어 있던 미생물도 소금의 삼투작용으로 활동을 정지한다. 일반적으로 10%의 소금물이 되면 미생물이 죽거나 효소 작용이 둔해진다. 그러나 소금의 작용에 의해 생성된 산()뿐만 아니라 양념류도 미생물의 살균활동을 저지시키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식염 농도는 낮아도 염과 산의 상승효과에 의해 방부력이 강해진다. 산이 많은 경우 소금을 적게 사용해도 김치가 잘 숙성하는 경우가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김치는 한마디로 소금에 절인 배추와 무, 고추, 마늘 등 여러 가지 향신채를 소금으로 간을 해서 발효시킨 모듬야채발효식품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김치의 담금 원리는 양념류가 삼투압에 의해 수분이 교환되고 배출되는 것이다. 소금 절임은 우리 조상들만 생각해냈던 것은 아니지만 김치가 여느 나라의 저장 식품과 달리 자극적인 맛을 지니게 된 것은 채소를 절인 후에 갖가지 향신료와 양념, 젓갈을 혼합하고 고추 등으로 색깔과 맛을 가미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김치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독자적인 발효식품이라는 뜻이다

 

<김치의 탁월성>

김치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마늘을 양념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마늘에는 탄수화물(스크로토스)과 아미노산의 일종인 알리닌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다. 알리닌을 다지거나 조직을 파괴하면 마늘 특유의 냄새가 나는 알리신이라는 물질로 바뀌는데 이것이 몸 안에서 힘을 만드는 비타민 B1과 결합하여 몸 밖으로 배설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강장 효과를 나타내며 신경안정 작용도 있어 피로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마늘은 일찍부터 혈액 중의 피브리노겐 수준을 낮추고 혈액응고 시간을 길게 하며, 피가 엉겨 있는 혈전(血栓) 용해능력을 높인다는 사실이 알려져 동맥경화증이나 순환기 계통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파 역시 마늘과 같은 자극성을 갖고 있는데 파의 녹색 부분에는 비타민 AC가 많이 들어 있다.

오이에 들어 있는 엘라테린이라는 쓴맛은 소화를 돕고 칼륨 성분은 이뇨작용을 돕는다. 김치를 만들 때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새우젓이나 멸치젓은 야채류에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ㆍ아미노산ㆍ지방질의 좋은 공급원이며 김치 고유의 독특한 맛을 형성하는 데 중요하다. 또한 해산물로 넣는 굴은 칼슘, 철분, 글리코겐과 B1, B2, B12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물론 아미노산, 글루탐산, 글리신 등이 맛을 내도록 유도한다.

김치의 주원료라고 볼 수 있는 배추는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많다는 것 외에도 다양한 약리작용을 하는 여러 가지 성분을 갖고 있다. 배추에 존재하는 메틸메티오닌은 메티오닌의 생물학적 활성형으로 동맥경화증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메틸시스테인설폭사이드는 콜레스테롤 강하 효과가 있다고 발표되었다.

무에는 디아스타아제라는 소화효소가 들어 있어 밥에 김치를 곁들이면 소화를 도와준다. 이외에도 김치에 들어가는 매운 맛은 입맛을 돋우고 소화효소의 분비를 촉진한다.

김치는 저열량 식품인데다 식이성 섬유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장에서 음식과 소화 효소가 잘 섞이도록 도와주며 특히 아세틸콜린은 장내 청소 작용을 하므로 변비 예방에도 좋다. 뿐만 아니라 김치에는 펙틴질을 비롯하여 고분자의 복합 다당류들이 친수성 콜로이드를 형성한다. 또한 채소에 들어 있는 포도당이 젖산균에 의해 포도당이 중합된 덱스트린을 형성하는 작용을 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비해 장암 환자가 적은 이유로 꼽는다.

20037‘21세기 프런티어 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개발사업단은 김치에 포함된 3,000종의 미생물 가운데 가장 우수한 종들로 밝혀진 류코노스톡 시트리움과 페디오코커스 펜토사세우스에 대해 이들의 전체 염기서열과 중요한 유전자를 해독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서울대학교 강사욱 교수는 약 180만 염기쌍으로 구성돼 있는 페디오코커스 펜토사세우스의 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1,400개의 유전자를 밝혀냈다. 특히 이 유전자들 중 항균물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도 찾아냈다. 이 항균물질은 위염과 위궤양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과 식중독을 일으키는 리스테리아균 등 몸속 유해세균의 생장을 억제하는 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지현 박사는 200만 쌍의 염기로 이루어진 류코노스톡 시트리움에서 김치 고유의 시원하고 상큼한 맛을 내는 성분인 젖산을 생산하는 효소 유전자를 찾아냈다. 서울대 정가진 교수는 류코노스톡 시트리움을 넣었을 때 김치 고유의 시원하고 상큼한 맛이 가장 잘 나므로 이 박테리아가 바로 맛있는 김치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 전주대학교 진효상 교수는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와 락토바실러스 사케이 등으로 맛과 향을 조절하는 맞춤 김치, 즉 김치를 규격화해 담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발표했다. 김치의 좋은 맛을 결정하는 미생물을 가려 뽑은 뒤 이를 대량으로 배양해 건조하고 분말 제품화하여 김치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김치는 담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것이 지적받았는데, 이들 미생물을 김치 담을 때 넣으면 김치 내부의 100여 종이 넘는 미생물의 지배균주 역할을 해 같은 맛을 내는 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모든 김치의 맛이 반드시 동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맛없는 김치는 추방할 수 있다는데 동의할 것이다. 이들 연구의 중요성은 김치의 대표적 미생물에 대한 유전체 정보를 확보함으로써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물론 천연 항생물질들을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일반적으로 항생제는 독성이 강해 향장료ㆍ식품ㆍ사료 등의 첨가물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으며,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슈퍼박테리아도 출현하여 학자들을 골머리 아프게 만든다. 그러므로 항생제를 가능한 한 천연의 물질로 만들어 인체에는 전혀 해가 없는 것을 개발하는 것이 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학자들은 그 길이 발효식품에 있다고 추정한다. 발효과정을 보면 초기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공존하고 있지만 자연적으로 몇 종류의 특수한 미생물 종만이 우점종으로 생장하기 때문에 잘 알려진 발효식품인 김치, , 각종 젓갈, 치즈, 요구르트가 만들어진다. 학자들은 특수한 미생물 종만이 우점종으로 생장하는 것은 발효 미생물들이 다른 미생물들의 생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따라서 모든 발효 식품 속에는 천연의 항생물질이 다량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사욱 교수는 설명한다. 김치의 중요성을 외치는 학자들이 많은 이유다. 한마디로 김치는 채소 발효식품으로서의 영양성과 기호성은 물론 장수성까지 보장하는 뛰어난 건강식품이라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치는 충치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침은 점액과 장액으로 구성되어 있다. 점액은 끈적거리는 침으로 치아 사이의 음식물을 씻어 내지 못하기 때문에 충치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하지만 김치를 먹으면 침샘을 자극해 물 같은 장액을 분비시켜 치아 사이의 음식물을 씻어낸다. 또한 김치는 다량의 섬유질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섬유질이 치아를 청소해 충치 예방에 도움을 준다.

불가리아가 장수국으로 유명한 것은 발효 식품인 요구르트를 많이 먹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구르트는 우유를 유산균에 의해 발효시키는데 영양소가 풍부할 뿐 아니라 정장작용과 항암 효과가 있으므로 장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김치는 이보다 더 훌륭한 발효식품이다. 그것은 김치의 발효과정 중 유기산이 생성될 때 항암 및 정장 작용을 나타내는 유산균의 보고임에도 알 수 있다. 김치 특유의 상큼한 맛을 내는 주된 요인은 류코노스틱 시트리움이란 유산균인데 갓 담근 김치에서는 1ml 10,000 개체 안팎이 존재하지만, 김치를 저온숙성으로 발효시킨 후 영하 1℃에서 보관하면 6,300만 개체로 6,000배 이상 증식한다. ‘류코노스톡은 장내 산도를 낮춰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며 장운동 촉진과 면역력을 증진시켜 주며 항암작용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단지를 평정한 김치 냄새>

김치가 세계를 석권하고 있다하지만 두 가지가 결정적인 지적감이다. 첫째는 냄새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고 둘째는 소금으로 간을 하므로 너무 짜다는 것이다. 짜다는 자체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더욱 큰 지적사항이다.

김치 냄새 때문에 아파트에서 쫓겨났다는 것이 새로운 사실이 아닌데 이는 그만큼 김치 냄새가 외국인들에게 생소하면서도 참기 힘든 냄새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오감을 지녔다. 그중 3가지, 즉 시각, 청각, 촉각이 물리적 감각이고 나머지 2가지인 후각과 미각은 화학적 감각이다.

여성이 후각에 민감하다는 말속에는 '지성은 좀 떨어진다'라는 뉘앙스가 풍겨있기도 하다. 두 감각은 접촉하지 않고서는 기능할 수 없다. 아무리 향기로운 장미라도 밀봉한 유리병 안에 들어있다면 그 모양과 색은 감상할 수 있을지언정 향기는 맡아보기 전까지 실마리조차 알 수 없다. 향기 분자가 공기를 타고 콧구멍 안으로 들어와 후각세포와 '접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4년 노벨의학상은 5감 중에 하나인 후각 즉 코에 대한 연구한 액설과 별 박사에게 수여되었다. 그런데 시각이나 청각의 메커니즘이 비교적 일찍이 규명된 데 반해 10,000 가지에 달하는 냄새를 감별해 내는 후각 메커니즘은 1990년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는데 이를 연구한 액설과 벅 박사가 20045감 중에 하나인 후각 즉 코에 대한 연구로 노벨의학상을 받음으로써 큰 주목을 받았다.

후각을 가장 원시적인 감각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인간이 태어날 때 가장 발달해 있는 감각인 동시에 가장 하등한 동물들도 가지고 있는 감각이기 때문이다. ‘냄새를 맡는다라는 행위는, 어떤 물질의 분자가 확산되었을 때 이를 인식하고 구별하는 반응이다.

사람이 냄새를 맡으려면 냄새를 구성하는 각각의 화학물질이 그 냄새만 맡을 수 있도록 특수하게 디자인된 후각 수용체와 11로 결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된장 냄새를 맡으려면 된장 냄새를 구성하는 수많은 화학물질이 그 물질만 맡을 수 있는 특별한 수용체들에 달라붙어야 하는데, 새 분자와 후각 수용체가 결합된 뒤엔 전기신호로 변환돼 후구(嗅球후각신경의 중간집합소)의 사구체란 조직에 모이게 되며, 이것이 뇌로 전달되면, 뇌에서는 각각의 신호를 조합해 된장이란 냄새를 인지하게 된다. 처음엔 이토록 복잡한 경로를 통해 냄새가 인지되지만, 뇌는 한번 인지된 냄새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에 비슷한 냄새가 날 때는 즉시 기억하게 된다는 게 엑설과 벅이 밝혀낸 후각 메커니즘이다. 뿐만 아니라 엑설과 벅 박사는 어떤 화학성분이 어떤 수용체와 결합돼 활성화되는지 등을 분자생물학적 방법으로 증명해 낸 것이다.

인간의 경우 코 점막에는 약 1,000종류의 유전자에 의해 형성된 후각수용체들이 500만개 정도 있다. 그런데 개의 후각세포는 약 22,000만개나 된다. 개가 특별히 냄새를 잘 맡는 것은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후각세포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액설 박사와 벅 박사는 인간에게 1,000가지 종류의 후각수용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1종류의 후각수용체가 각각 2-3가지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생명체에게 있어서 냄새를 인지한다는 것은 결국 각종 화학물질들은 인식하고 구별할 줄 안다는 것이다. 이것은 생존, 특히 섭취 가능한 먹이를 인식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공기 중에 떠다니던 화학물질들이 인간의 들숨을 타고 코 안으로 들어오면 후각 수용체에 달라붙게 된다. 이때 화학물질과 수용체 사이는 마치 열쇠와 자물쇠 구조와 같아서 어떤 화학물질이 어떤 수용체에 달라붙을지는 그 화학물질과 수용체의 구조에 달려있다. 예를 들어 모양의 화학물질은 모양의 구멍이 뚫린 수용체에만 달라붙을 수 있다고 설명된다.

이렇게 하나의 화학물질이 특정한 수용체에 달라붙게 되면, 후각수용체는 활성화되어 후구(olfactory bulb)에 신호를 전달한다. 후구는 대뇌의 앞쪽 아랫부분에 위치하는 납작한 타원체 모양의 기관이다. 인간의 경우 길이 약 11mm 정도로 전체 뇌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매우 적지만, 쥐 등의 하등동물의 경우 이 후구 부분이 상당히 발달해 있다. 후각 수용체에서 온 신호는 후구의 사구체(glomerulus)부분으로 모여 대뇌로 전달되면 신호를 통해 냄새를 인식하고 어떤 냄새인지 구별한다.

그런데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후각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인간이 두 발로 서서 걷게 되면서, 코가 땅 위에서 떨어진 만큼 인간의 후각도 쇠퇴했기 때문이라는 설명했다. 인간은 시각이 매우 발달하면서 많은 정보를 시각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후각의 기능이 퇴화된 것으로 추측한다.

그러나 학자들이 후각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하자 학자들은 후각정보 역시 시각정보처럼 몇 가지 기본 값의 조합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무어 박사는 38개의 원취를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자들의 시도는 실패했다. 간단한 예로 새콤한 레몬 향기는 다른 어떤 과일 향기를 섞어도 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후각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인간이 두 발로 서서 걷게 되면서, 코가 땅 위에서 떨어진 만큼 인간의 후각도 쇠퇴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외국에서 살아 본 사람들이 평소에 김치를 먹고 살기 때문에 항상 주위에 냄새가 퍼지지 않도록 유의한다. 특히 손님을 초청이라도 할 량이면 몇 일 전부터 김치 냄새 등을 제거하기 위해 부산을 떨며 김치 등을 먹지 않기도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곧바로 김치 냄새를 알아챈다. 그것은 여행을 떠났다가 몇 일 만에 집에 들어왔는데도 불구하고 김치 냄새를 느끼는 이유이다. 바로 후각의 선택적 피로현상 때문이다. 냄새의 존재는 파악하는 후각의 능력은 매우 뛰어나 썩은 계란에서 나는 냄새는 공기 1리터당 0.00018mg만 들어 있어도 감지한다.

냄새에 대한 민감성은 개인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며 일반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냄새에 민감하다고 알려진다. 선천적으로 특정 냄새를 맡지 못하는 사람도 약 510퍼센트에 달하는데 이는 남자가 여자보다 4배 정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기 중의 화학물질 농도(자극의 강도)와 우리가 느끼는 감각의 세기에는 베버-페크너 법칙이 적용된다. 베버-페크너 법칙이란 우리가 느끼는 감각의 세기(S)와 외부적인 자극 강도(X)사이에 지수관계가 있다는 것이다(S = alogX). 예를 들어 악취 물질을 99퍼센트 제거하더라도 1퍼센트의 악취물질은 30퍼센트의 악취강도를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후각은 선택적 피로현상이란 특성을 갖고 있어 동일한 냄새를 맡고 있으면 매초 2.5퍼센트씩 후각의 민감성이 감퇴해 1분 이내에 약 70퍼센트의 민감성을 상실한다. 물론 후각이 둔감해지긴 하지만 30퍼센트의 민감성은 남아있기 때문에 완전히 못 느끼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 지독한 냄새라도 어느 정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 즉 순화된다는 것을 인간생활에서 매우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모든 가정이 김치를 갖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닌데 한국 전체가 김치냄새로 진동하지 않는 이유다.

 

<소금 문제>

김치가 갖고 있는 지적 사항으로 가장 크게 대두되는 것이 소금 함량 문제이다. <나무위키>는 통설로 소금이 100g646mg에 달하는데 이는 짠 것으로 유명한 스팸보다 100mg 정도 더 들어있다고 적었다.

기본적으로 비교적 한국인들이 짜게 먹는 것은 한국인의 식습관과 연계된다. 과거 밥과 반찬을 함께 많이 먹었는데 반찬의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므로 반찬에 간을 강하게 했다는 것이다. 젓갈, 김치, 장류 등 짭짤하면서 감칠맛(아미노산의 맛)이 나는 음식을 통해 밥을 먹기 쉽게 했는데 이는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열량을 얻을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과거에는 냉장고가 없던 시절 장기 보존을 생각하면 소금을 많이 넣는 것은 상식이나 마찬가지다.

여하튼 심지어는 심심하고 싱거운 맛이 양반 혹은 고급 음식 취급을 받기도 했는데 이는 역으로 말하자면 서민 음식들은 대부분 전체적으로 간이 강했다. 이는 김치뿐만 아니라 장류에도 해당된다. 학자들은 현재도 경제적으로 다소 뒤떨어지는 동남아 등지의 개발도상국들의 음식이 짜다는 것을 같은 이유로 설명한다.

이런 식생활이 과거에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현대에는 밥량은 점점 줄어들고 반찬을 많이 먹는 식습관이 형성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를 볼 때 과거의 식탁에 소금의 함량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이 문제는 전통식으로 만들어지는 국, 찌개, 밑반찬 등에 모두 해당된다.

그렇다면 소금량을 줄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런데 일반 반찬들은 소금량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지만 절임류들은 소금량을 줄이면 보존이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단적으로 현대인들의 취향에 맞춘 시판 젓갈류는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으면 상한다. 염분을 과거보다 다소 적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장 김치는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장 염도가 낮으면 배추를 절여도 쉽게 숨이 죽지 않고, 김치를 담근 이후에도 빨리 상한다.

학자에 따라 배추에 많이 포함된 칼륨이 나트륨 흡수를 방해해서 전체 나트륨 양에 비해서는 덜 해롭다는 주장하기도 하나 김치 고유의 맛을 내기 위해 절대적인 소금량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다소 놀라운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되었다. 김치 한 포기가 1일 권장량의 40배 또는 두 쪽만 먹어도 1일 권장량이라는 이야기는 너무 과장되었다는 것이다. 저염김치의 1일 염분량은 270mg 수준으로 1일 권장량의 14% 근처이며 시중 김치의 평균 수준인 740mg37%, 전체적인 평균 김치 섭취량을 토대로 계산했을 때는 500mg으로 25%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그런데 이 수치는 북미 지역의 소금 섭취량과 비교했을 때 북미인들이 치즈에서 먹는 소금량이 김치에서 섭취하는 소금량보다 40%가량 더 많다는 점이다.

학자들은 절대량을 따지자면 김치의 염분이 높은 수준이지만 다른 고염분 식품들과 비교할 때 김치가 그렇게 고염분 식품은 아니라는 뜻이다. 더구나 한국인들의 식단에서 김치국이라해도 여러 종류의 김치를 함께 먹는다. 이는 김치를 요리하면서 추가로 소금, 간장 등을 투여하는 것이 기본이므로 보다 고염분이 됨은 물론이다.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것은 어느 정도의 염분 섭취가 적당하냐에 대한 정설은 중구난방일 수밖에 없다. 지나친 극단은 좋지 않다는 점에선 두 말할 나위가 없지만 '어느 정도'가 가장 좋은가는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WHO 등의 권고안이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는 점도 혼동을 준다.

더욱 놀라은 것은 일부에서 극단적인 저염분을 주장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고염분 건강법을 주장하는 측도 있다. 한마디로 전문가 집단이나 생산회사 등 사이에서 애꿎은 사람들만 혼란에 빠지고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김치의 고염분만 한국 식단의 악당이라 볼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배추김치 등장>

세계인들을 매료시키는 현재의 김치 특징은 젓갈과 고춧가루가 풍성하게 들어가 있는 배추김치를 뜻한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김치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빨간 고추와 배추를 연상하는데 놀랍게도 고추와 배추는 그다지 오래된 식품이 아니다. 고추에 대해 먼저 설명한다.

우선 김치에 고추가 들어가게 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이는 고추는 신대륙의 산물로 기본적으로 1600년대 초에 전래된 식품이기 때문이다.

16세기에 중국에서 발간된 『본초강목』에는 고추에 관한 언급은 없고, 다만 일본의 『초목육부경종법』에 1542년 포르투갈 사람이 고추를 전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한국에서는 이보다 약간 늦은 1614년 이수광이 작성한 『지봉유설』에 고추를 남만후추라고 쓰고 있다.

 

남만후추는 큰 독()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왜국(倭國)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왜개자라고 했다. 지금은 이것을 심는 일이 종종 있는데 술집에서는 그것의 매운 맛을 이용한다.‘

 

이와 같은 기록을 볼 때 고추가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으로 추측되지만 최홍식 박사는 고추가 명나라를 통해서 우리나라에 전해졌을지도 모른다고 추정했다. 일본 사람들이 고추를 고려후추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고 우리나라에서 고추를 당초(唐椒)’라고 불렀다는 것을 볼 때 고추가 일본이 아닌 중국에서 직접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물론 고추가 조선 초기에도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임진왜란 105년 전 의서에 한글로 고쵸라는 기록이 발견되었다는 설명이다. 이는 고추가 임진왜란(1592~1598) 때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는 통설과는 달리 훨씬 이전인 조선 초기에도 한반도에 있었다는 주장이다. 한국식품연구원 권대영 박사와 한국학중앙연구원 정경란 박사는 고추의 일본 전래설을 고문헌 분석을 통해 부인했다.

고추의 일본 전래설은 이성우 박사의 『고려이전의 한국식생활사 연구』(1978년 출간)에서 소개된 이후 통설로 받아들여져 왔고, 임진왜란 이전에 김치는 고추가 들어가지 않은 백김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세종 15(1433)의 문헌인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세조 6(1460)에 발간된 『식료찬요(食療纂要)』에 고추장을 뜻하는 초장(椒醬)’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물론 초()가 현대의 고추를 뜻하는 것인지가 핵심인데, 이를 입증하는 기록이 고문헌에 다수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임진왜란 발발 100여 년 전인 성종 18(1487)에 발간된 『구급간이방(救急簡易方)』에는 몸이 안 좋을 때 고쵸를 고아 먹으라라는 설명이 있는데 이곳에서 한자 초()를 한글로 고쵸라고 적었다. 중종 22(1527)의 『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도 고쵸 초()’가 명시돼 있다. ‘순창초장(淳昌椒醬)이 전국에 유명하다는 표현이 이미 1670년대 이후 문헌에서 나오므로 초장=고추장이라는 데 이의가 없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특히 권 박사는 콜럼버스가 전달했다는 아히(aji)라는 고추는 우리나라 고유 고추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생물학적ㆍ농경사학적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고추와 고추장이 중앙아메리카가 아닌 중국에 오래전부터 존재했다는 근거로 중국 고문헌의 기록을 제시했다. 중국 당나라 선종(850) 때 발간된 『식의심감(食醫心鑑)』은 닭 관련 음식을 설명하며 초장(椒醬)’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으며 일본 문헌에는 고추가 한국에서 전래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는 앞으로 많은 연구에 의해 명쾌한 결론이 날 것으로 생각한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도입되자마자 김치에 사용된 것은 아니다.

실제로 김치에 고추가 사용되었다는 기록은 고추가 도입된 지 백여 년이 지난 1715년경의 『산림경제』에서 처음 보인다. 1600년대 말엽까지만 해도 고추를 쓰지 않고 무, 배추, 고사리, 청대콩 등으로 담근 김치와 소금에 절인 무뿌리를 묽은 소금물에 담근 동치미 등이 식단에 올랐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고추가 김치에 사용된 기록이 나온 지 50년 후인 1766년경에 발간된 『증보산림경제』에는 무려 41종의 김치무리가 다양한 형태로 수록되어 있으며, 1800년대에 김치 담금법에는 고추를 썰어 다른 양념과 함께 켜켜이 넣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1827년에 발간된 『임원십육지』에도 많은 종류의 김치가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특이한 것은 고추 사용을 적극 권장했다는 것이다.

고추가 한민족의 주류로 자리잡게 된 것은 간단하다.

한국인의 장점은 세계적으로 매운맛에 적응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는 김치로 보아도 알 수 있다. 한국인들이 평소 먹는 김치를 외국인들은 학을 뗀다. 너무 맵다는 것이다.

고추가 매운맛을 내는 것은 캅사이신이라는 성분 때문인데 캅사이신은 기름의 산패를 막아주고 젖산균의 발육을 도우며 비린내가 나는 것을 막아준다. 캅사이신의 함유량은 산지에 따라 다른데 보통 0.010.02%로서 외국산이 국내산보다 23배 많다. 외국을 여행할 때 외국의 고추가 매우 맵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고추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비타민 E는 비타민 C의 산화를 막아주는 작용을 한다. 고추에는 특히 비타민 C가 많은데, 같은 양의 감귤류에 비해서는 2, 사과에 비해서는 50배나 많다. 특히 국산 고추는 아미노산과 당분의 함량이 많아 감칠맛과 단맛이 있으며 카로틴 함량이 높기 때문에 비타민 A가 많은 것도 장점이다.

한국인들에게 멕시코의 고추로 만드는 타바스코는 그야말로 악몽과 같다. 그만큼 맵다는 뜻인데 멕시코인들은 멕시코 고추를 날로 먹어 많은 외국인들을 놀라게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많은 멕시코인들이 한국의 김치를 먹고 너무 맵다고 어쩔줄을 몰라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민족마다 입 즉 혀에서 느끼는 감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하튼 한민족은 매운 맛에 익숙한데 과거 한국인의 선조들은 이를 후추로 해결했다. 문제는 후추는 중국으로부터 수입해야하므로 서민들 음식에까지 사용하기에는 너무 귀한 재료였다. 대체용 재료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고추라는 뜻이다.

한국의 김치가 특별히 발전한 것은 지역적 기후와 연관이 있다.

이는 남쪽에서 담그는 김치는 지금도 소금 간이 북쪽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한반도 남쪽에서 기후가 북쪽보다는 따뜻하다. 그러므로 음식물들이 곧바로 쉬고 보존이 어려우므로 재료를 훨씬 짜게 절인다. 그런데 소금만으로 김치를 짜게 한다면 거의 쓴맛 한마디로 먹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 단점을 메우기 위해서 18세기 후반부터는 김치에 젓갈을 넣었다는 것이다.

젓갈을 넣은 김치는 아미노산 때문에 맛이 훨씬 좋아지지만 비릿한 맛도 난다. 물론 젓갈만이 아미노산 맛을 내는 것이 아니므로 간장으로도 김치를 담글 수 있지만 항상 먹는 김치를 간장으로 담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산초나 초피의 매운맛을 사용했는데 고추가 들어오자 폭발적으로 고춧가루로 대체되었다는 것이다.

 

<김장김치는 근래의 작품>

고추가 비교적 늦게 조선에 도입되었지만 현대 김치의 대명사인 김장김치 즉 포기김치는 이보다도 매우 늦게 등장했다는 점이다. 즉 현대 세계인들이 식용하는 통배추 김치가 생긴 것은 배추가 개량된 근대에 이르러서이며 그 이전에는 배추김치가 없었다는 뜻이다.

한국인들이 놀라는 것은 현재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김장김치가 한국에 도입된 것은 100여 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19세기 초에도 반결구종 배추 재배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김치는 배추를 기본으로 하는데 배추는 본래 서양 채소였다. 지중해 지역에서 중앙아시아 지역을 거쳐서 중국에 전파된 것이 우리나라까지 들어온 것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양배추,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등도 지중해 지역에서 분화돼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배추와 관련된 문헌 기록들은 기원전 10세기부터 기원후 4세기, 주ㆍ한ㆍ진 시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진나라 시대 『남방초목상』의 기록이 처음이고 『제민요술』에는 배추 심는 법이 무와 같다고 적혀 있다. 7세기경 중국 북부지방의 순무와 중국 남부의 ()’이 중국 북부 양주에서 자연 교잡돼 나타난 배추가 시조라는 것이다. 이후 16세기 반결구 배추, 18세기 결구 배추가 등장하면서 결구성을 지닌 배추의 시조는 중국으로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배추 도입은 매우 늦는데 고려의 이규보가 적은 『동국이상국집』에 등장하는 여섯 가지의 채소(, 가지, 순무, , 아욱, )에도 배추는 없다. 1670년경의 장씨 부인이 한글로 요리명과 요리법을 쓴『음식디미방』에도 배추김치에 대한 내용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17세기 말까지 경상도 북부지방에 고추가 보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음식디미방』에는 산갓김치, 생치침채, 생치잔지히, 생치지히 등 김치류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이들 음식에는 천초, 후추, 마늘, 파 등을 양념에 주로 사용했다.

물론 이보다 앞선 13세기경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의약서인 『향약구급방』에 처음으로 원시형 배추를 뜻하는 송()이란 표현이 나타난다. 이 책은 치료를 위한 처방전들을 엮은 것으로, 고려 시대는 배추가 식용이 아닌 약용으로 사용되었으며 적어도 13세기에는 배추가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확인된다.

이후 16세기부터 국내에서 발간된 농사에 관한 책에 배추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이는 조선에서 배추가 나름대로 재배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배추가 김치의 재료로 사용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때의 배추는 결구배추가 아닌 볼품없는 벌어진 배추이므로 겉절이 정도는 할 수 있었겠지만 현재 통용되는 김장김치는 아니다.

학자들은 조선시대 최세진의 『훈몽자회), 『중종실록』, 『선조실록』에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던 무역품 목록 가운데 배추 종자가 포함되어 있음에 주목한다. 이는 당대에 국내의 배추 종자를 생산하는 기술이 미숙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조 때의 실학자 박제가는 배추는 중국 북경에서 종자를 가져다 심어야 좋은 것이 생산되고 농가에서 채종한 종자를 3년만 계속 심으면 순무가 되어버다라고 적었다. 이러한 상황은 조선 후기까지 계속되었으므로 중국에서 수입하는 귀한 배추씨가 전국적으로 보급되어 서민들이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배추를 공급하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당시 배추는 여전히 귀한 작물로 서민들 용은 아니었다.

학자들은 고려 시대에 한국으로부터 전해진 배추는 속이 차지 않고 상추처럼 퍼지는 비()결구배추라고 분명히 말한다. 18세기 말 이후 중국에서 속이 든 결구배추가 새로이 도입되었는데 때때로 잡종이 생기면서 반()결구배추가 개성 서울 쪽에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19세기 말 20세기 초 중국 산동에서 건너온 화교에 의해 결구배추가 보다 배급되기 시작했다. 이 말은 결구배추의 도입이 생각보다 매우 늦었다는 것으로 결론을 먼저 말한다면 100여 년에 지나지 않는다. 19세기 말에 발간된 『시의전서』에 처음으로 통배추에 대한 기록이 나왔을 정도이다.

그런데 1906년 지금의 <농촌진흥청> 전신인 <권업모범장>이 설립되면서 품질이 우수한 배추 품종을 재배하는 육종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일본의 종묘 회사를 통해서도 배추 종자가 들어왔다. 바야흐로 배추의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가 오늘날 주로 먹는 김장김치의 결구배추가 우리나라에 제대로 보급된 역사는 겨우 100년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물론 배추 없이도 김치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김치의 재료로 무나 순무를 가지고 깍두기와 나박김치 등을 만들 수 있으며 파, 부추, 갓으로도 김치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치의 재료가 다양했다는 것은 요즘도 보이는 고들빼기김치처럼 뿌리까지 통째로 쓰는 김치로도 알 수 있다. 김치의 주재료로 현재도 사용되는 무도 사실은 과거 선조들이 먹었던 옛날 무와는 다르다. 옛날 조선무는 지금 무보다는 훨씬 작았다. '왜무'라 하여 길쭉한 무도 등장했는데 현재 보통 사용되는 무는 나중에 개량된 종자다. 그러므로 학자들은 200여 년 전의 정조의 수라상에 올라간 김치가 있는데 이때 김치는 무로 만들었지 배추김치가 아니라고 단언하여 주장한다.

한마디로 한국인들이 김치를 먹은 것은 매우 오래되었지만 요즘과 같은 김장김치가 보급된 것은 먹기 좋은 통배추가 들어오면서 젓국과 고추, 해산물이 어우러지면서 화려한 김치로 꽃을 피웠다는 것이다.

 

 

100여 년 전에 도입된 결구배추를 활용하여 현재의 김치로 발전하게 된 것은 질 좋은 배추가 도입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시 식생활의 변화와도 관련이 깊다. 조선시대 말 양반 계층은 그런대로 잘 먹고 살 수 있었지만 서민들의 음식은 정말 보잘것없었다. 당시 대부분의 조선인을 구성하고 있는 농부의 주된 에너지원은 곡식으로 된 밥이었다. 밥을 짓는 곡식도 조와 보리가 대부분이었고 소화가 잘되는 쌀밥은 명절이나 제사와 같이 한정된 때에나 먹을 수 있는 귀중품이었다.

문제는 곡식으로 된 밥만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반찬이 필요하다. 당대에 간장과 된장은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짠지와 같은 무김치와 장아찌도 반찬이 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반찬이 충분치 않다. 고기나 생선도 있지만 일반 서민들이 이를 먹는 것은 만만치 않다. 더구나 나물 등은 반찬으로 충분하지만 겨울에는 구할 수 없다.

이때 혜성같이 등장한 것이 배추이다. 배추의 장점은 잎이 안으로 오그라들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재료를 담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무도 썰어 넣고 젓갈도 넣고, 해산물이나 견과류까지지 다 담을 수 있다. 이런 재료들을 풍성하게 담아낸 배추김치야말로 그 하나만으로도 훌륭한 반찬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사실 196070년대만 하더라도 김치 하나로 밥을 비우는 것이 다반사였다. 도시락에도 김치만 반찬으로 도시락 안에 넣기 일 수였다.

그런데 겨울에는 점심 전에 학교 교실에 있는 난로위에 도시락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것이 기본이다. 이때 단 하나의 주의점이 있었다. 김치를 넣은 도시락은 난로위에 올리지 말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교실 전체가 김치냄새로 범벅이 되기 일수기 때문이다. 더구나 날씨가 추우므로 문을 열어 놓을 수도 없어 김치냄새로 수업이 엉망이 됨은 물론이지만 어느 누구도 김치 냄새를 내는 도시락을 가져온 장본인들을 비난하지 않았다.

여하튼 배추김치는 반찬의 수요 때문에 발전했고, 더욱이 김장이라는 겨울철을 대비한 년 중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므로 장인용 박사는 배추김치는 과거부터의 전통과 재료의 혁신이 합쳐져 현대와 같은 훌륭한 김치로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어떤 분야에서건 한 걸음을 더 나아가는 것이 힘든 법이다. 소금에 절인 채소가 발효 과정을 거치는 것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한국의 배추김치와 같이 다른 재료를 혼합하여 온전한 음식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파오차이와 한국의 김치>

중국의 파오차이가 ISO(국제표준화기구)에서 '국제 표준'으로 발표되자 중국 김치가 국제 김치 시장의 기준이 되었다는 주장했다.

 

한국은 이제 김치 종주국이란 타이틀이 유명무실해졌다. 중국이 김치산업의 국제표준이 됐다

 

한마디로 김치가 파오차이에 포함되므로 김치의 종주국은 중국이라는 뜻인데 한국의 반격은 날카롭다. 우선 <세계김치연구소>는 한국 김치와 중국 파오차이는 제조공정 및 발효 단계에 있어 큰 차이점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비교조차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엄밀한 의미에서 김치를 비롯한 채소를 소금에 절여 먹는 것은 우리만의 요리법은 아니다. 소금 절임은 우리 조상들만 생각해냈던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각 지역의 민족들이 고대부터 사용하던 방법이다. 채소절임은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므로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계절의 변화가 있는 지역이라면 어디서나 채소절임 식품이 발달하기 마련이다.

유럽지역의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나 오이피클, 올리브 피클, 네팔의 군드록 등도 같은 원리로 만들어 진 것이다. 그러나 절임ㆍ된장ㆍ간장과 같은 침장원에 저장하는 장아찌류는 여러 국에서도 발견되지만 그들은 절임채소에 식초를 첨가하는 것과 같은 단순한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즉 외국에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채소절임 식품이 채소를 소금이나 식초 등에 절이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김치는 1차로 배추, 무 등 원료 채소를 소금에 절인 후 절여진 채소에 고춧가루, , 마늘, 생강 등 다양한 부재료로 양념해 2차 발효시킨 음식이다. 이처럼 생채소를 1, 2차로 나눠 발효시키는 식품은 전 세계적으로 김치가 유일하다. 특히 결구배추의 특성을 한껏 살린 김치가 다른 나라의 저장 식품과 다른 것은 채소를 절인 후에 갖가지 향신료ㆍ양념ㆍ젓갈을 혼합하고 고추 등으로 색깔과 맛을 가미한 것은 우리만의 특징이다.

한국의 포기배추는 두 번의 발효과정을 거치는 동안 원재료에 존재하지 않던 각종 영양ㆍ기능성 물질과 유산균이 새로 생성된다는 것도 특징이다. 따라서, 김치의 발효가 다른 나라의 절임채소류와 달리 건강기능성 식품으로 자리 잡게 된 중요한 차별점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한국의 김치와 중국의 파오차이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쉽게 이해된다.

우선 김치에는 2차 양념이 들어가는 반면 파오차이는 그렇지 않다. 김치는 한 번 절인 후 양념을 재차 버무리는 과정을 거친다. 비빔밥을 즐기는 한국의 식문화가 김치 양념 조리법에도 배어 있다.

둘째, 김치는 국물까지 먹는 음식이지만 파오차이는 그렇지 않다. 국물 맛으로 먹는 나박김치, 동치미 등과 같은 김치는 중국에 없는 음식이다. 파오차이는 김치보다는 피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음식 중에서는 장아찌와 유사하다.

마지막으로, 발효 음식에 대한 한국인과 중국인의 인식은 다르다. 김치는 발효하는 과정에서 계속 맛이 달라진다. 김치를 오래 숙성한 묵은지는 갓 담근 김치와는 또 다른 맛을 낸다. 한국인은 시간에 따라 익어가는 김치 맛을 즐긴다. 이에 비해 중국인은 한 번 발효한 후 맛이 변하지 않는 파오차이를 최고로 친다.

더구나 김치의 종류는 한국인들이 흔히 알고 있는 것보다도 훨씬 더 다양하다. 지역에 따라서는 물론 집집마다도 조금씩 다른 김치를 담가 먹는다. 젓갈 종류와 고춧가루 사용량에 따라 지방별로 특색이 생겨난다. 남부 지방에서는 멸치젓과 갈치젓을 많이 쓰고, 중부와 북부지방에서는 조기젓과 새우젓을 주로 쓴다. 반면에 강원도 등 추운 지방에서는 고춧가루를 적게 쓰는 백김치와 동치미 등을 주로 먹는다.이에 비해 영남 지방은 짠 김치, 호남 지방은 매운 김치가 유명하다. 전복김치 콩잎김치 부추김치 등을 경상도 대표 김치로 꼽을 수 있으며, 갓쌈김치 굴깍두기 고들빼기김치 등은 전라도에서 많이 먹는 김치다.

김치 종주국답게 한국의 김치는 무려 200종에 달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각 집마다 나름대로의 김치를 만들어 먹으므로 한국의 가구 수를 2,000만으로 계상하면 적어도 1,000만 가지 이상의 김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그 중 배추김치가 단연 대표적인 김치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여하튼 김치와 파오차이의 차이를 간단하게 다시 설명한다면 파오차이의 경우 소금과 산초잎, 고수 등을 물에 넣고 끓인 다음 식힌 즙에 각종 채소를 넣고 절이며 제조공정에 조미 단계를 추가해 맛을 더하는 중국 쓰촨 지역의 염장채소이다. 반면에 김치는 추가 부재료를 사용해 2차 발효시키며 이때 살균 공정을 거치면서 발효가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제조법이나 형태, 맛에서 많은 차이가 있으므로 파오차이와 김치를 같은 계열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중국이 김치를 파오차이의 짝퉁이라고 주장하는 이면에는 김치가 중국에서 파오차이로 불리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 되었다는 점이다. 김치가 애당초 적절한 중문 이름을 가지지 못한 채 한국 파오차이로 중국에 소개되기 때문이다.

<네이버>에서 영어로 ‘Kimchi’, 한글로 김치를 입력한 뒤 중국어로 번역하면 파오차이(泡菜)’가 나온다. 파오차이는 한국식 절임 채소라는 뜻의 용어로 중국은 우리 김치를 한궈 파오차이라고 부르고 있다. 또한 중국의 『바이두백과사전』과 주요 포털에서는 한국의 김치를 한궈 파오차이로 정의하고 있다. 더불어 『바이두백과사전』은 그동안 김치가 중국에서 기원했다는 부분을 삼국시대에 중국에서 전래됐다며 특정 시기로 수정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만한 고대 문헌 자료 등 구체적인 근거는 함께 제시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한국 김치는 3000년의 역사가 있다는 대목도 삭제되었다. 그러므로 중국의 <신화통신>은 공식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국의 김치 독은 쓰촨성의 김치 독을 모방한 것이다. 한국 김치 역시 약 1500년 전 중국의 파오차이가 한국으로 건너가 김치가 된 것이다.’

 

이 말이 옳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욱 이런 주제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은 한국의 김치가 2001년 세계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김치(KIMCHI)’로 최종 국제규격을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이때 김치가 까다롭기 그지없는 없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를 간단하게 통과한 것은 아니다. 우선 이해당사국인 일본이 한국의 김치를 세계로 공인하는데 강력히 항의했다. 결론을 먼저 말한다면 이때 네 차례에 걸친 실무협의를 통해 규격명을 기무치가 아닌 김치(KIMCHI)‘로 통일하는 대신, 일본이 제안한 일부 식품첨가물을 부분적으로 수용한 단일 규격안을 마련해 국제규격으로 확정했다. 영국의 BBC한국 김치 제조법의 2001년 국제표준 획득 때도 절임채소를 좋아하는 일본과 마찰이 있었다고 적었다.

당시 중국은 파오차이와 김치는 전면적으로 다르다 생각하여 CODEX 규격 제정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더불어 한국의 김장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파오차이는 김치와 관련이 없으며, ‘ISO 문서(ISO/FDIS 24220)’도 파오차이의 식품규격이 김치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분명히 명시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환구시보>가 중국이 자국 김치 제조법을 국제표준 단체인 국제표준화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ISO) 표준에 맞춰 제정했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쓰촨의 염장채소인 파오차이에 관한 사항으로 한국의 김치와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중국의 주장에 대해 한국에서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자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바로잡으려면 무엇보다도 김치의 중국어 이름부터 새롭게 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치의 중문 명칭을 중국식 파오차이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바꾸어줄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김치가 중국에서 파오차이의 아류나 짝퉁이라고 설명하는 원천부터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여하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추김치가 100여 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는데 매우 놀랄지 모른다. 이는 평범하던 음식을 화려하게 꽃피운 창의력과 변용을 더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한국 배추김치 즉 김장김치의 근원지는 어디인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학자들은 이 부분에 관한 한 한반도의 남부 즉 전라도 지역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한민족은 북한을 포함하여 북방계 7080%, 남방계가 2030%를 차지하고 있는데 전라도 지역의 상당수는 남방계이다. 남방계는 수만 년 전에 현재 인도네시아의 순다 지역에서 이주하여 한반도에 정착한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들의 특징은 탁월한 손 감각에 있다.

얼마 전만해도 음식에 관한 한 전라도의 미감은 어느 지역도 따르지 못했다. 바로 그런 미각과 손재주에 의해 결구배추가 도입되자 이를 현재와 같은 김장배추로 개발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현대의 김치는 전라도인의 발견과 발명이 한데 어우러졌다는 뜻이다. 이 말은 중국에서 파오차이(泡菜)를 김치의 원조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설득력이 없는가를 알 수 있다.

장인용 박사는 김치에서 발견되는 조합과 창의적인 생각이 바로 한국의 김치를 탄생시켰다고 강조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은 사상이나 철학처럼 고귀한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부엌에의 도마 위에도, 부뚜막과 항아리 안에도, 음식을 만드는 어머니의 손끝에도 오롯이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참고적으로 미국의 건강전문잡지 <헬스>는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중에 하나로 선정했다. 5대 식품은 한국의 김치, 일본의 콩. 스페인의 올리브오일, 그리스의 요구르트, 인도의 렌틸콩이다.

그런데 콩의 원산지는 바로 한국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식물의 야생종ㆍ중간종ㆍ재배종이 가장 많은 곳을 그 식물의 발상지로 삼는다. 이 조건에 맞는 콩의 원산지가 바로 우리 조상들의 터전인 만주와 한반도이다. 고조선부터 우리나라는 콩의 종주국으로 콩을 이용한 장류(된장, 간장 등) 문화와 콩으로 만든 두부를 만들어 동아시아 지역에 전파했다. 세계 5대 건강식품 중 다수가 한국산임을 알면 김치와 콩에 대한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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