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의 긴 연휴가 끝나고 낚시를 가려고 하였으나 태풍의 영향 등으로 출항이 취소되었고, 어찌된 일인지 신진도에서 주꾸미 낚시만 성행하고 있어서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날짜 잡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천안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내일 비응항으로 낚시가자고 하였고, 먼 길을 가려면 동행이 있어야 하는데 목선배에게 확인하고 결정한다고 하자, 전화를 드렸으나 일이 있어 어렵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나도 어렵다고 하자, 목동에 사는 임차장이 간다고 하는데 그 차로 함께 내려오라고 하였다.

  일찍 귀가하여 전동릴의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등 낚시도구를 챙기고 나서 임차장과 통화하니 목동에서 밤 12시에 출발한다는 말을 듣고, 밤 11시에 집을 나서 목동으로 갔다. 임차장과 함께 낚시한 것이 거의 4년이 지났지만 예전 모습과 달라진 것이 없었고, 함께 낚시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비응항은 군산에 있는 항구로서 예전에 여러 번 낚시를 갔었지만 대박에 대한 기억이 없고, 어느 해 추운 겨울날 나는 달랑 우럭 한 마리를 잡았는데 반대편에 있던 분은 5자, 6자 개우럭을 연신 잡아내면서 하는 말이 ‘맛이 없는 개우럭만 올라온다.’는 말이 문뜩 생각났다.

  비응항에 도착하니 많은 동호인들이 북적거렸고, 낚시가게에 가서 친구를 만나서 함께 낚시할 동호인들과 인사를 나누어보니 모두 5명이었고, 서울, 과천, 천안, 나주에서 각각 모여들었다. 전에는 선착순으로 자리를 골라 승선명부를 적었는데 요즘은 추첨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하였다.

  우리는 승선하여, 해경으로부터 인원 점검을 받고 선실에 들어가 잠이 들었다. 선실이 비좁아 칼잠을 자는데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지도 못하고 겨우 끼어서 새벽 시간을 보내는데 잠시 잠이 들었을 무렵, 주위가 부산하여 일어나보니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낚시가 시작되었다.

  이 배의 특징은 생새우를 미끼로 쓰는데, 아래 바늘에 생새우, 나머지 바늘에 오징어나 루어 등 취향에 따라 미끼를 매달라고 하였다. 선장은 6m 침선이며, 2m에서 낚시를 시작하라고 하여, 낚시채비를 내려 보니 수심 45m, 개흙바닥이어서 2m를 감고 기다리는데, 선장은 배가 진입하고 있으니 두 바퀴를 더 감고 닿는 느낌이 있으면 조금씩 더 감으라고 자세하게 안내하였다. 

  이때 ‘투득’하는 입질이 있어, 낚싯대를 들었더니 묵직한 느낌이 왔고, 지체 없이 전동릴을 감자 3자 우럭이 버둥대며 올라왔다. 낚시를 시작하자마자 우럭을 잡고 보니 오늘 대박이 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편, 주변을 확인해보니 10명중 3명만 우럭을 잡고 다른 이들은 채비를 뜯기거나 허탕을 쳤으며, 내 우측에 동호인은 오늘 처음 낚시를 왔는데 운 좋게 자기도 한 마리를 잡았다고 좋아하였다.

  그 후, 같은 포인트에 배를 대었지만 더 이상 입질이 없자, 선장은 저 멀리 보이는 섬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으며, 선장에게 섬에 대해 물어보니 왕등도라고 하였다.

  10여 년 전, 그리고 재작년까지 위도에서 2박 3일씩 낚시를 할 때, 왕등도에서 낚시를 하였는데, 10넌 전에는 개우럭이 많았으나, 재작년에도 노래미 외에는 우럭을 잡을 수가 없어 잊고 지냈는데 그 왕등도에서 낚시를 한다고 하였다.

  선장은 1m에서 낚시를 시작하라고 하였고, 이곳이 침선인지 어초인지, 배가 선수 또는 선미부터 진입하는지에 대한 안내가 없어 눈치로 낚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낚싯줄을  1m 감고 기다리고 있는데 내게 제일 먼저 입질이 왔으며, 낚싯대를 올리자 묵직한 느낌이 왔고, 전동릴을 감자 낚싯대가 50도로 휘어져 올라왔다.

  그렇게 배를 댈 때마다 우럭 한두 마리씩 올라왔고, 1시간 정도 지나자 어느새 물통에 우럭이 가득 찼다. 점심식사를 맛있게 하고나서 낚시가 재개되었다. ‘후드득, 후드득’하는 입질이 연달아 왔고, 낚싯대가 확 휘어지면서 무겁게 올라오기 시작하였으며, 드디어 수면 위로 우럭 두 마리가 나타났다. 왕등도에 와서 모처럼 개우럭을 포함, 우럭 15마리를 잡았는데 왕등도의 명성이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