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어 모터를 사용하여 빌딩 가운데를 상하만이 아닌 좌우로도 이동할 수 있는 차세대 승강기가 등장했다. 독일 팃센 그룹(ThyssenKrupp)이 개발한 ‘멀티(MULTI)’라는 케이블이 없는 승강기가 그것이다. 네덜란드를 본거지로 하는 유럽 유수의 부동산 개발업자인 OVG가 베를린에 건설할 고층 빌딩 ‘이스트사이트 타워 베를린’에 처음 도입한다고 6월 22일 발표했다.

팃센 그룹에 따르면 160년 전에 승강기가 발명된 이래 이 분야에서 최대의 혁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도입할 빌딩의 높이에는 제한이 없으며 지금까지 승강기에 비해 점유 면적이 작고, 승객용 캐빈이 수직 및 수평으로도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빌딩 건축의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형 승강기에는 캐빈을 연결하는 케이블이 없고 벽에 부착된 가이드에 따라 리니어 모터로 움직인다. 게다가 수직방향만이 아니라 이와 직접 교차하는 형태로 수평방향으로도 가이드가 부착돼 샤프트가 늘어나면서 상하좌우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빌딩 내에 복잡한 버스 노선을 둘러싼 도로와 같이 다수의 샤프트가 종횡으로 설치되어 같은 샤프트 내를 복수의 캐빈이 동시에 움직인다. 승강기에 탑승한 사람이 가고 싶은 층의 장소를 지정하면 소프트웨어가 다른 캐빈의 혼잡상황을 감안하면서 최단 이동 루트를 계산하여 탑승시켜 가도록 되어 있다.

이외에도 여러 이점이 있는데 통상 승강기에 비해 수송 능력이 50% 높으며 피크 전력을 60% 삭감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눈에 띄는 특징은 기존 승강기가 빌딩이 높을수록 승강기가 차지하는 면적이 커 최대 점유면적이 40% 정도인데 반해, 멀티는 샤프트 자체가 작고 샤프트 수자도 적게할 수 있기 때문에 빌딩의 면적을 최대로 25% 유효하게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보급하는데 가장 어려운 과제로 보이는 것은 설치비용으로 통상의 승강기에 비해 5배 정도 비싸다는 것이 단점이다.

철강 및 엔지니어링 대기업인 팃센 그룹은 승강기 부문의 연간 매출액은 작년 기준 75억 유로였다. 2014년에 멀티의 구상을 발표하고 슈트트가르트(Stuttgart)의 남쪽 바덴 부르텐베르크(Baden-Württemberg)주 로드웨일의 R&D센터에 높이 246미터의 신형 엘리베이터 전용 타워를 정비했다.

여기서는 12개의 테스트 용 샤프트를 준비해 매초 18미터의 최대이동속도로 멀티의 시험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