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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원자력협정'의 기나긴 역정 막바지 이르러 |
| 트럼프 정권, ‘협정만료이후 협상’이 과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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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여름, 미국과 일본 미디어는 ‘미일 원자력전쟁’이라는 제하로 대서특필했다.
핵전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조업준비단계에 있었던 일본 동해 재처리공장을 둘러싼 카터 행정부와의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일본의 국익이 걸려 있는 엄중한 대미 ‘외교전쟁’이라고 기사는 작성됐다.
같은 해 1월에 취임한 카터 대통령은 기존 원자력 정책을 대폭 전환한다. 핵불확산체제의 강화 명목으로 플루토늄의 평화이용 노선을 장악해 나가기 위한 것으로 일본에도 재처리를 중지하도록 압력을 가하던 때였다. 미국의 외압에 일본의 정관계 및 산업계는 강한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원자력 관계자는 ‘국난’으로까지 여겼던 시기였다.
동해 재처리공장의 운전을 포함한 일본의 플루토늄 이용 노선을 둘러싸고 동경을 무대로 한미일 교섭에서 일본 대표는 당시 과학기술처 장관으로 그는 “민간인도 참가한 최상의 포진으로 진용을 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결과 얻은 것은 동해재처리공장에서 처리량은 ‘2년으로 99톤으로 제한’한다는 제약 딸린 조건이었다.
77년 당시 이미 동해에 이어 민간처리공장건설의 구상은 있었으나 기간 및 처리량에 제약이 가해지면서 민간에 의한 핵연료 재처리 사업을 안정적으로 하기에는 불가능했다.
자유로운 재처리사업을 희망했던 일본은 ‘미국에 의한 대일규제권을 사실상 잠재우는’ 것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핵비확산문제에 엄격한 민주당계 연구진들을 동원했고 우라늄 공급국인 캐나다, 호주 등도 교섭 당시 미국측 입장을 대변해 주는 분위기였다.
미국에서 커다란 전환점은 81년 카터 행정부 연임이 실패하면서 들어선 레이건 행정부는 ‘미일 원자력 전쟁’이라 불렀던 외교교섭에서 미국의 강경태도에서 유연성을 가지면서 하나의 전환 계기가 되었고 88년 장기포괄동의형식으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관계의 ‘미일원자력협정’이 체결됐다.
이 협정으로 일본은 현미경적 감시를 요구하는 미국의 동의 없이 협정기간 중 안정적으로 재처리사업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
일본 원자력 관계자는 카터행정부에 대해 ‘국난’을 유발한 인상의 대통령이기는 하지만 당시 수상과 카터 대통령은 우호적 관계에 있었던 점도 기억한다.
또한 돌연 나타난 할리우드 스타 레이건의 등장은 일본에 대미관계가 크게 변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카소네 야스히로(仲曾根康弘）수상과는 ‘론-야스 관계’로 이름으로 통칭하게 되는 관계로까지 진전됐다.
미국 차기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대일 관계에 과격한 발언을 반복하고 있지만, 동맹국인 일본에 어떠한 제스처를 쓸 것인지 아직은 많은 부분에서 미지수다.
미국과 일본의 정치정세에 정통한 존스홉킨스대학 고등국제문제연구소의 켄트 칼더 교수는 “레이건이 대통령이 됐을 때, 카터의 태평시대 관계가 붕괴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일본인은 ‘론-야스’관계가 형성되면서 미일관계는 돈독해졌다”고 말하면서 “트럼프에 대해 ‘일본은 지나친 경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도 밝혔다.
88년에 체결된 미일원자력협정은 2018년에 만료된다. 이 협정 이후 처리 방향은 트럼프 정권이 직면하는 최초의 굵직한 미일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칼더 교수는 “미일관계가 순조롭게 진전이 되면 이 협정은 큰 문제가 될 이유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국제정치무대는 일본이 비핵보유국으로 유일하게 재처리·농축의 권리를 인정받고 있는 예외 국가라는 점을 중국이나 한국은 그다지 환영하지 않음을 주지시키고 있다.
워싱턴 정세에 정통한 관계자는 “중국, 한국의 로비활동이 강하다. 일본은 현재의 협정연장에 ‘조용히 추진’해야 하기에 ‘조용한 로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동으로는 미국, 북으로는 러시아, 서쪽에는 중국, 대국 사이에 끼여 있는 일본은 국제정세의 정치역학 중심에서 난처한 입장의 환경에 처해 있다.
또한 중동자원국의 정세변동, 호루무스해협, 말라카해협 등의 문제, 원자력-에너지 정책을 조화시켜야 하는 중요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일본 ‘一國主義’만으로 핵연료 재처리나 원자력발전의 시비를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중앙정치와 지방정치의 관계가 항상 원자력 정책상의 커다란 과제를 노출시키고 있다.
국외와 국내 모두 원자력과 정치는 분리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전문가나 당사자의 의견을 교환해 원자력과 정치의 관계를 고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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